여러 아이들을 동시에 한 공간에서 마주하지만, 그 안에서도 좀 더 신경이 쓰이는 아이들은 분명 있다. 이런 아이들은 대체로 시간이 흘러도 내 기억에서 오래 머문다. 때때론 '그 아이, 지금은 잘 지낼까?' 궁금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모든 아이들이 개개인의 사정과 각자의 상처가 있기 마련이지만, 특히 내가 관심을 쏟으며 자주 살피는 아이들은 그 정도가 더 크고 깊다. 크고 깊은 상처는 보통 아이의 자의적인 상처가 아닌 환경적 요인에 의한 타의적 상황으로 만들어 지는 경우가 더 많다.성인의 보살핌을 받아야하는 존재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성인으로 인해 상처받는 아이들. 어찌보면 아이가 평범한 부모를 만나 평범하게 자라난 다는 것은 굉장한 축복이자 행운이다. 이런 행운을 얻지 못한 아이는 그저 자신의 선택과 상관 없이 주어진 환경에 상처받고 아파한다.책 속의 주인공 '홀리스' 역시 한 살때 부모로부터 버림받아 위탁 가정을 전전하는 안타까운 소녀이다. 남들은 태어날때 부터 당연하게 가지게 되는 '가족'이 이 소녀에겐 너무나 바라고 원하는 것이었지만, 소녀는 12살이 될때까지도 그 흔한 '가족'을 가질 수 없었다.어린 시절부터 위탁 가정에서 자라며 온전한 애정과 사랑을 받지 못한 홀리스에게 사람들은 편견과 날카로운 잣대로 응했다. 책 속에서 홀리스는 외로움과 상처로 인해 차라리 혼자 무작정 떠나는 '도망'을 치는데도 주변 사람들은 '말썽'을 부렸다고 말했다. 아이의 마음을 살피고 위로하려 하는 사람은 없었다. '위탁 가정을 전전하는 대단히 힘든 말썽꾸러기 아이' 홀리스를 칭하는 말이었다. 이런 어른들의 시선 속에서 홀리스는 점점 더 마음의 문를 닫은채 홀로 상처받아야 했다. 이야기는 홀리스의 미술적 재능을 알아봐주고 진심어린 애정으로 대해준 조시 아줌마와의 만남부터 시작된다. 조시 아주머니와의 생활과 함께 번갈아가며 회상되는 '리건 가족'과의 일화들. 현실의 상황과 과거의 상황, 마치 두 개의 이야기가 마주보고 서서 대화를 주고 받는 듯 구성된 이 책은 독자로 하여금 홀리스라는 아이가 숨기고 있는 과거의 이야기를 마치 추리소설이라도 읽는 것처럼 유추하게 만든다.상처와 아픔을 가진 아이가 온전한 믿음과 사랑을 통해 마음을 위로받고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을 따뜻하게 보여주는 책 '마음을 그리는 아이'. 결국 이 책은 아이가 원하는 진짜 가족은 반드시 부모 자식의 혈연 관계가 아니더라고, 서로를 향한 신뢰와 믿음, 애정으로 만들 수 있는 것임을 보여준다.아이의 환경적 요인이 아이 자체를 결정짓진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은 아이를 판단할 때 아이의 선택이 아니었던 환경적 상황을 높은 우선순위로 둔다. 부디 진정한 어른이라면 아이를 볼 때 아이의 외적 요소가 아닌 아이의 내적 모습을 봐 주었으면 한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조금은 더 아이를 아이 자체로 바라볼 수 있게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