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벽일까? - 2020 볼로냐 라가치 상 수상작 우리 아이 인성교육 12
존 에이지 지음, 권이진 옮김 / 불광출판사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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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의 장점은 뭐니뭐니해도 읽는 이에 따라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똑같은 책이라도 아이가 보는 책, 아이를 키우는 엄마가 보는 책, 아이를 키우는 아빠가 보는 책의 감상이 모두 다르다. 각자의 경험과 공감대, 관점에 따라 다양한 생각과 감동을 주는게 바로 그림책의 매력같다.

존 에이지의 <무슨 벽일까?> 동화책은 그런 의미에서 정말 신기한 책이었다. 책의 표지와 타이틀만 보고 그 외의 정보는 모두 접하지 않은 채로 책장을 넘겼다. 무슨 벽일까? 그림책의 표지만으로도 이야기가 너무 궁금했기 때문이었다. 커다란 거인이 눈 똥그랗게 뜨고 나를 바라보는데 그게 마치, 벽 뒤 세상이 궁금해 죽겠는 내 모습 같았다. 나도 어서 저 벽 뒤의 이야기가 보고싶었다.

<무슨 벽일까?> 책은 구성부터 독특했다. 정말 책 가운데에 길고 높은 벽이 그려져 있어서 이쪽과 저쪽 세상을 나눠놓았다. 그리고 작고 귀엽지만 갑옷으로 중무장 한 작은 꼬마 기사와 무서운 동물들이 각자의 공간에서 그 기다란 벽을 대하고 있었다. 기사 아이는 행여 벽이 무너질까 떨어진 자리에 벽돌을 다시 채워 넣으면서, 그리고 무서운 동물들은 벽 너머의 세상을 엿보려 하면서. 작가의 아이디어가 참 기발하다 느꼈다.

책에 대한 출판사의 서평이나 정보는 일부러 보지 않았다. 내가 직접 읽고 난 뒤 출판사의 책 소개글을 읽어볼 참이었다. 책을 한 번 읽고 곧장 맨 앞 표지로 옮겼다. 그리고 다시 처음부터 읽었다. 그렇게 한 자리에서 책응 총 3번을 다시 읽었다. 그리고 다시 읽을수록 처음에 놓친 장면들이 눈에 점점 들어왔다.

책을 다 읽은 후, 옆에 있던 남편에게 책을 넘겨 주었다. 그리고 물었다. 작가는 뭘 말하고 싶었던 것 같아? 나와 생각이 닮은 남편은 역시나 내 생각과 비슷한 말을 했다.

--글쎄. 편견? 차별?

나도 그랬다. 처음 읽었을 때 편견과 차별이라는 단어가 생각났다. 그 다음 읽을 땐, 무서운 동물이지만 실은 무섭지 않은 동물들의 표정이 보였다. 그리고 그 다음은 새를 잡아먹으려 하는 악어, 작은 물고기을 먹는 무서운 물고기, 그리고 그 물고기를 잡아먹는 커다란 물고기가 보였다. 기사가 안심하는 이쪽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말이다.

높은 벽을 쌓고 저쪽 세상은 무섭다고 말한 사람은 누구였을까? 이쪽 세상은 안전하다는 기사의 말과 달리 물이 가득 차올라 온 세상이 물에 잠겨 숨을 쉴 수도 없고, 커다란 물고기가 모든 것을 삼켜버리는 무서운 세상이었다.

우리는 어쩌면 누군가가 만들어 둔 벽이 나를 지켜준다 생각하며 절대 무더지지 않도록 기사처럼 벽을 맹신하고 지키려 하고 있진 않을까?

세상엔 각종 혐오와 편견이 가득하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행여 나에게, 또는 내 공간에 그 편견이 닿을까 지레 겁을 먹고 피한다. 나와 다름을 욕하고 차별한다. 무서운 호랑이와 코뿔소, 침팬지가 정말 무서운 동물이었을까?

책을 읽고 난 후 출판사의 서평을 보았다. 아이들에게 낯선 세상을 향해 나아가기 위해선 벽을 넘는 용기가 필요함을 말하고 있었다. 아이에겐 정말 벽이 그럴 것 같았다. 엄마의 시선으로 책을 다시 보니 아이에게 벽을 넘을 수 있는 거인의 존재와 역할이 중요해보였다. 그리고 어른의 시선이 되니 작은 꼬마 기사가 벽을 맹신하고 바깥을 무조건 나쁘다 보는 시선을 갖게 된 이유가 궁금해졌다. 차별과 편견의 대상이 된 저쪽 세상 동물들의 마음도 궁금했다.

한 권의 동화책이지만 너무 많은 생각과 고민을 만들어 준 존 에이지의 <무슨 벽일까?>. 아이에게도 어른에게도 참 좋은 동화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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