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들은 어떻게 배울까? - 아기들이 말과 사물과 사람을 배우는 방법
앤드류 N. 멜초프 외 지음, 곽금주 옮김 / 동녘사이언스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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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들은 어떻게 배울까? 제목만으로 설레는 책이었다. 나도 30년 전에는 아기였다. 물론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가끔 "어렸을 때 기억이 나지 않는다"라고 입버릇처럼 이야기할 때도 있었다. 어느 순간부터 기억이 나지 않더니 가장 최근의 기억만 남은 것이다. 예전 중학교 때 학교를 다니던 기억, 고등학교 때 있었던 일들, 대학교 때 일들 그리고 비교적 최근에 봉사활동을 하러 탄자니아 모로고로 팡가웨에 다녀온 기억, 재능교육을 할 때 가졌던 경험들, 폴리텍에서 일했던 기억들 그리고 사회복지사를 하면서 겪었던 일들이 그것이다. 초등학교 때 내가 어떤 사람이었고, 어떤 생각을 갖고 생활했었는지 그리고 내가 어떤 목표를 갖고 자랐는지 그리고 그 이전에, 학령전기 아동일 때는 어떤 삶을 살았는지 알 수 없었다.

막연한 의문과 궁금증이었다. 이 책의 주제는 명확했다. 기억보다는 "말과 사물과 사람을 배우는 방법"으로 국한됐다. 아기들은 어른들이 생각하는 방식보다는 훨씬 과학적이고, 체계적으로 배우고 익힌다. 그 중심에는 경험이 있다. 경험을 통해서 나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가고, 이것이 나에게 유익한지 판단해나가는 것이다.

예전에 어렸을 때부터 '조기교육'이 중요하다는 트렌드가 유행했던 적이 있었다. 이 책은 그 트렌드와 맥락을 같이 한다고 생각됐다. 말랑말랑한 상태에서 외국어를 공부하면 모국어처럼 습득할 수 있고, 사용하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문제는 일정 시간을 지났을 때 아기들은 한국어를 사용하는 어른과 동일한 상태의 뇌로 변한다는 점이 조금 충격이었다. 10년 이상 영어를 습득하고, 유창하게 사용하려고 노력했으나 물거품을 돌아갔었던 기억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영어에 국한돼서 생각했으나 어른이 됐을 때 외국어를 공부하고 습득하기가 어려운 일이라는 사실은 어른이라면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사실이다. 고민했다. 정말로 나이가 들면 외국어를 배울 수 없을까? 하지만 이 책은 고맙게도 '뇌의 가소성'을 이야기했다. 어떤 경험을 하느냐에 따라서 뇌를 변화시킬 수 있고, 어떤 생각과 행동을 하느냐에 따라서 뇌를 변화시킬 수 있다고 한다.

아주 어렸을 때는 뇌가 변화되기까지 쉽고, 시간이 짧은 반면에 어른이 됐을 때는 가지치기, 즉 내가 필요하지 않고, 살아가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 있다면 기능이 쇠퇴하고 내 삶에 도움이 되고, 전문가로 발돋움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강화가 되고, 연결이 단단해진다고 한다. 따라서 어른이라고 외국어를 배우기 어렵다는 사실은 일부는 맞지만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또 아기들은 완전히 백지상태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 충격적이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것이 아니라 어머니의 태어날 때부터 이미 학학습능력, 인지, 사고력 등 미완성 상태이지만 어느 정도의 배움을 위한 기틀이 마련된 상태라고 한다. 그래서 양육의 시간이 길어진 이유는 학령전기(부모님의 보호 아래) 때 무시무시한 속도로 배우고, 경험하고, 익히는 시간을 지나서 어른과 비슷한 상태의 뇌와 경험을 습득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다른 종들과는 다르게 부모의 보호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기가 훨씬 긴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물론 이 시기에 '풍요로운' 경험과 생활이 필수조건은 아니지만 '필요한' 경험과 생활이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진실이다. 최소한의 경험과 생활을 영위할 수 없는 아이가 있어서도 안되고, 있다면 정부, 지역사회, 주변 어른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하다.

아기들이 배움에 있어서 필요한 세 가지 요소는 "선천적으로 결정된 토대, 강력한 학습능력, 타인으로부터의 무의식적인 가르침"으로 정리할 수 있다.

이 중에서 세 번째 요소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무의식적으로 배우는 것에 흔히 묵과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 수도 있는데, 그것의 중요성은 책에서 언급했듯이 결코 중요하지 않은 요소가 아니다. 무의식이란 내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는 상태인데, 일상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의미한다. 아기들은 어른들이 어떤 말과 행동을 하는지에 대해서 감각을 통해 받아들이고, 자신의 것으로 승화시킨다.

아기들의 이러한 경험이 어른으로 성장했을 때 자신의 성격과 행동, 가치관으로 자리잡는 것이므로 매우 중요하고, 양육환경, 부모의 사고방식은 그만큼 영향력이 큰 요소이다. 그러나 주목할 점은 부모의 영향력이라 국한되지 않았고, "타인"으로 지칭하였다는 점이다. 부모를 포함하여 아기들이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어른들이 그 대상이기 때문이다. 타인으로부터 전해지는 가르침 때문에 선한 사람이 될수도, 악한 사람이 될수도, 어떤 사람이 될지 결정된다는 점이 정말 무섭게 다가왔다.

좋은 방향으로 성장하기르 원하지 않는 부모가 이 세상에 있을까? 나는 책을 통해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기를 양육할 때는 세 가지 요소를 염두에 두고, 부모가 세운 원칙에 따라서 양육해야 한다. 원칙에 위배된 상태에서 주먹구구식으로 양육했을 때는 아기들은 혼란스러울 것이기 떄문이다.

이 땅에 태어나는 아기들 중에서 영리하지 않은 아기들은 단 한 명도 없다는 생각을 해본다. 애초에 만들어질 때부터 아기들은 배움에 대한 열망이 넘쳐흐르고, 말랑말랑하여 모든 것을 흡수하고, 어떤 경험을 하느냐에 따라서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존재로 성장하기 때문이다. 좋은 부모가 되는 것은 '아직 한 번도 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부모로써 큰 문제이지만 그렇다고 불가능한 과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 책을 다시 한 번 정독해보고, 필요한 지식을 다시 뽑아내고 싶다. 그리고 내 것으로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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