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일에 관한 말 중 가장 유명한 것이 '칵테일은 이름이 야할수록 맛있다.'일 것이다. 그러나 이 말이 돈 지도 시일이 꽤나 지나, 처음에 언제 누구에게 들었는지 가물가물해질 정도가 되었는데도 '이름 야한 칵테일이 진짜 맛있더라'라는 자신의 경험담을 말하는 사람은 아직까지 만나 본 적이 없는 것을 보면 썩 잘 들어맞는 말은 아닌가보다.

 생각해보면 그렇지 않은가. '맛있다'라는 것은 꽤나 주관적인 감각이다. 누군가에겐 드라이하고 맛있는 와인이 나에게는 쓰고 떫어서 삼키기 힘든 액체가 되기도 하고, 나에겐 적당히 달달해서 맛있는 술이 누군가에겐 술같지 않은 음료수가 되어버리기도 하니 말이다.

 그래서 이 맛있다 혹은 맛 없다라는 주관적인 표현 대신 '무슨 맛이 난다'는 식으로 설명을 해보려 하니, 종류가 너무 많아 대체 뭘 어떻게 골라야할지 난감했던 분들께 도움이 되기를!



1. 이름을 듣고 파란색이 연상되는 칵테일은 달다.

: 파란색 칵테일에는 높은 확률로 '블루 큐라소'라는 리큐르가 들어가는데, 이게 꽤나 달다. 달달하고 오렌지 향이 살짝 나는 맛을 선호한다면 추천.


2. 초록색 칵테일은 민트 아니면 새콤달콤이다.

: 오해하지 말자. 치약이 연상되는 괴랄한 맛은 민트'초코'고 그냥 민트는 상쾌한 맛이다. 물론 민트초코맛 칵테일도 있긴 하니 지뢰주의. 만약 새콤달콤 계열이라면 멜론+파인애플맛일 확률이 높다. 

그리고 이런 색의 칵테일을 고르고 싶다면 외국어를 좀 알아야 한다. 곤충의 영어 이름이라거나 일본어라거나.


3. 일본이 연상되는 이름이라면 멜론맛이다.

: '미도리'라는 일본산 멜론맛 리큐르가 있는데, 이게 칵테일계에서는 일본 대표 술정도로 취급되는 모양이더라. 기존 칵테일에서 레시피를 변형 or 추가해 미도리를 넣으면 재패니즈 ~, 도쿄 ~하는 식으로 이름을 붙이는 듯하다.


4. 사람의 이름이라는 생각이 든다면 술 맛이 강하다.

: 칵테일에 이름이 붙을 정도의 사람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 바텐더거나 술꾼이거나. (뭐, 바텐더 지인 이름일 수도 있긴하다.) 어쨌거나 양 쪽 모두 술을 꽤나 좋아하고 많이 마시는 사람들이고, 술을 좋아한다는 사람 중에 술 맛이 안느껴지는 술을 좋아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본 적이 없다.


5. 여성스럽다는 느낌이 든다면 도수는 높은데, 술 맛은 약하고 단맛은 강하다.

: 이유는 굳이 설명하지 않겠다.


6. 공학&기계적인 단어가 들어간다면 도수는 약간 높고, 술 맛도 많이 난다.

: 관련 업계 종사자들이 많이 마시면서 붙은 이름이 아닐까하는 개인적인 추측이다.


7. 이름 어그로가 심한 녀석들(폭력적이든 선정적이든)은 맛도 강렬하다.

: 술 맛이 굉장히 세거나, 찌르는 듯한 맛이 나거나, 향이 엄청 진하거나. 아무튼 뇌리에 강하게 남는다.


8. 짧고 띄어쓰기 없는 한 단어로 이루어진 술은 정말 '술'그 자체의 맛이다.

: 짧은 한 단어의 이름을 가졌다는 것은 변형이 되지 않은 오래된 레시피라는 것이고, 옛날 술은 독하다. 우리나라도 과일 소주니 하이볼이니 하는 것들을 마시기 시작한지는 얼마 안됐고, 어르신들은 오로지 참이슬 빨간 뚜껑 아닌가. 이러한 경향은 해외도 마찬가지인 듯하다.


9. 무지개&국기 등 여러 색이 혼합된 칵테일은 모두에게 공평하게 맛 없다.

: 맨 위에서 맛있다, 맛 없다는 식의 주관적인 표현을 안쓰겠다고 했는데, 이건 그냥 '맛 없다' 외에는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다. 보통 여러 색이 쓰인 칵테일은 먹는 용도라기보다는 사진을 찍기 위한 용도로 만드는 듯 하다. 색상만 신경 쓰고 각 술들의 맛이 어우러지는지는 신경쓰지 않다보니 입문자는 물론 중급자, 베테랑에게도 골고루 맛 없다.



 이제 입문자는 어찌저찌 벗어났다는 자체적인 판단을 근거로 그 동안 나름 정리한 칵테일 이름과 맛의 상관 관계에 대한 생각을 적어보았다. 내가 직접 글을 작성하면서도 각 항목에 예외가 되는 술이 떠오르는데, '반드시 저렇다'보다는 그냥 '그런 경향성이 있다', '확률이 높다' 정도로 받아들여주면 고맙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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