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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란 - 박연준 산문집
박연준 지음 / 난다 / 2020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이렇게 밑줄을 긋다가는 온 데다 다 밑줄을 치겠구나 싶었다. ‘해사하다’ 같은 이미 알고 있는 것 같지만, 그 뜻을 정확히 대라면 말문이 막혀버리는 단어들을 자주 만났다. 그 뜻을 찾아 손으로 옮겨 적는 순간이 많았다. 문득 낯설게 느껴지게 하는 것 그래서 더 정확하게 알고 싶게 하는 것. <소란>을 읽는 동안 <소란>이 내게 준 것이다.
기억에 남는 문장은 “사랑이 편애라면, 나는 4월의 나무 이파리들을 편애한다. (중략) 그늘마저 화사한 4월의 나무들! 좋다. 참 좋다!”(p.101) 이거다. 편애를 감추지 않고 드러내는 당당함이며 그늘마저 화사하다고 바라보는 시선이며 느낌표를 신나게 때려주는 저 문장을 읽고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이제 곧 4월. 다가올 사월엔 내가 사랑하는 연초록의 이파리들만큼이나 화사한 그늘을 바라봐야겠다. 그렇게 봄을 담뿍 즐겨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