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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두'는 명문대를 향한 중국의 뜨거운 교육열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페이두는 자녀의 진학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며 뒷바라지하는 것을 이르는 말로, 시간이 갈수록 중고등학생은 물론 초등학생의 부모까지 페이두를 하는 추세다. 심지어 부모가 페이두를 하지 못하는 상황일 경우 친인척들이 일정의 수고비를 받고 페이두를 하는 경우도 있다. (p.50)
가진 것 없는 부모가 자녀에게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가업을 이으라고 거리낌 없이 말할 수 있는 나라가 또 일본이다. 결과적으로 몇 대에 걸쳐 가업을 이으며 갈고닦은 기술이 해ㅏㅇ 분야에서 그 누구도 따라잡을 수 없는 경쟁력을 발휘해서 일본을 세계의 강대국으로 우뚝 서게 만든 근간이 되었지만, 그 이면에는 가난 탓에 재대로 자녀교육을 시키지 못한 일본 부모들의 비애가 숨어 있다. ...(중략)... 따라서 일본에선 어떤 직업을 갖더라도 자부심이 강하기 때문에 교육열 문제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지는 않았다. (p.62)
"스캇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해요. 미국에서는 수준별로 반을 나누기 때문에 6학년만 되어도 자신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어요. 실력이 뛰어난지, 보통인지, 열등한지. 그리고 미국 학생들은 자기가 다른 아이들보다 똑똑하지 않다는 것을 알면 똑똑해지려고 노력하지 않는 편이에요."
브라이언은 아시아 국가들이 미국처럼 학생들을 수준별로 나누지 않고 모두 같은 교실에서 동등한 수업을 하는 것이 곧 동양인들이 타고난 재능이나 능력보다 노력에 더 많은 가치를 두는 증거라고 했다. (p.116)
일반화된 타자의 시선을 의식하는 경향이 낮은 자아를 '주체로서의 나(I)', 일반화된 타자의 시선을 의식하는 경향이 높은 자아를 '객체 혹은 대상으로서의 나(Me)'라고 한다. 이 두 가지 자아는 문화권에 따라 정도의 차이를 보이는데 서양에서는 '주체로서의 나', 동양에서는 '대상으로서의 나'가 강하게 나타난다고 주장했다. (p.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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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공부하는 인간 , KBS 제작팀 , 예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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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하는 인간'을 향한 프로젝트는, 유대인은 어찌 그리 공부를 잘 하고 성공했을까? 라는 질문으로부터 시작된 인간의 학습 문화를 통찰하는 프로젝트다. 덕분에 우리는 중국인들에게 칭화대에 가는 것은 어떤 의미인지, 학업을 일찍 포기한 일본인들이 가업을 물려받아 장인 문화를 형성하는 분위기가 어떻게 존중받으며 자리잡을 수 있었는지 알 수 있었다. 하지만 프로젝트의 마지막 제언이 모호하다는 점은 아쉬운 점 같다. 책 말미에는, 결과적으로 '토론식' 수업과 '질문 위주'의 공부를 할 필요가 있다는 제언이 붙는다. 학습에 대한 가치관과 공부법의 차이는 역사적, 문화적 맥락에서 기인한다고 열 띄게 토론해놓고, 결국 마지막 문장은 수십년간 동어반복되어온 서구식 교육을 본 받자는 내용과 다르지 않았다.
물론 서구식 교육을 본 받자는 내용에 무조건적으로 반기를 들어야할 이유는 없다. 학생들에게 정서적으로 긍정적인 능력 발휘를 돕는 일이 서구식 토론 교육, 표현 위주의 학습 방법이라면 우리는 끊임없이 본 받을 필요가 있다. 그러나 적어도 이런 문제 제기가 '호모 아카데미쿠스'라는 타이틀이랑은 어울리지 않지 않은듯 깊다. '호모 아카데미쿠스'라는 인류의 특정한 보편적 특징을 암시하는 이 단어는, 국경과 인종을 초월하여 공부하는 인간의 심리적 문화적 이면을 통찰하는 이야기를 암시하는 데 더 어울린다. 적어도 그것이 하버드에 진학하는 유능한 대학생, 노벨상 수상자의 다수를 차지하는 유대인에 대한 동경에서 비롯된 또 하나의 학구열이라면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프로젝트 진행자의 섭외만 해도 그렇다. 한국 문화의 영향을 다소 받았을 이민 2세가 포함되어있긴 하지만 이들은 전부 이미 아이비리그에 다니고 있고, 유대인의 문화를 겪어본 이들이다. 그리고 이들의 진행은 서구의 명석한 학생들이 동양권의 학습 문화를 탐방 혹은 유람하는 형태다. 칭화대의 천편일률적인 기숙사를 놀라워 하며, 한국 고등학생들의 수학 풀이 실력에 혀를 내두르는 동안 동양 문화권의 공부법은 다소 진보적이지 못한 것으로 묘사한다. 물론 그것은 사실인 측면도 있으나 중요한 것은 이러한 시선이 프로젝트의 기획의도를 제대로 전달하는가는 의문이다. 인간의 공부와 탐구에 관한 열정을 고찰하고자 했던 '공부하는 인간'이라는 프로젝트에 대한 기대를 일부 배반하기 때문이다.
공부하는 인간의 열망을 탐구하고 싶었던 것일까, 공부 잘하는 비결을 탐구하고 싶었던 것일까. 이 길고 다채로운 이야기가 결국에는 - 어떻게 하면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고, 아이비리그에 입학하여, 돈을 많이 버는 비결은 무엇일까에 대한 문제를 탐구하는 것으로 귀결되는 것 같아 보이는 것은 아쉽다. 만약 이 이갸기가 그런 이유로 매력적인 연구라면, 이것이 한국 사회에 풍요로운 전인 교육의 발전을 위한 문제제기라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또 다시 1등을 위해서 학구열을 불태우고, 서구 사회에 뒤지지 않는 우등한 명문 사학을 형성하고 싶은 마음을 복돋고, 학습을 통해 입신양명하는 길이 생의 영광이라는 판단을 자극하는 데 더 충실하기 때문이다.
추천하기 전에
의미있는 탐구와, 흥미진진한 문화적 자료를 전달해준 책을 두고 괜한 볼멘 소리가 길었다. 다양한 문화권의 '학습 문화'를 고찰해 볼 수 있는 소중한 책인 것은 분명하니, '공부'라는 키워드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은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다. 학부모님들과 생각 많은 10대들은 이미 많이 읽었겠다. 세계 곳곳의 '공부하는 인간'이 존재하는 곳에 방문한 제작진과 다큐멘터리 진행자 4인방의 느낌과 인터뷰가 생생하게 담겨있어 흥미진진하기도 하니 재밌는 책이기도 하다. 당연한 소리긴 하지만, 다큐멘터리와 함께 보면 더 좋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