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뺄셈 - 버리면 행복해지는 사소한 생각들
무무 지음, 오수현 옮김 / 예담 / 2013년 1월
평점 :
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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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 하나는 갈릴리 호수지요. 갈릴리 호수는 물이 맑아요. 물고기도 많고 사방이 푸른 들판이어서 호숫가에 집을 짓고 사는 사람도 한둘이 아니지요. 또 다른 호수는 사해입니다. 그곳에는 물고기가 한 마리도 살지 못해요. 워낙 척박해서 그 주변에 사는 사람도 없고요."

그녀는 스님이 왜 그런 호수 이야기를 자신에게 들려주는지 알 수 없었다.

 

"그곳 사람들 이야기로는 흥미롭게도 두 호수의 발원지가 같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제각각 그렇게 다른 호수가 되었다니 놀랍지 않습니까?"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스님이 그 이유를 설명했다.

 

"차이는 하나뿐입니다. 갈릴리 호수는 물을 받아들여서 다른 곳으로 흘려보내고, 사해는 받아들이기만 할 뿐 내보내지 않는다는 점이죠. 우리 인생도 마찬가지랍니다. 버릴 줄 알아야 소중한 것을 얻게 되니까요. 끊임없이 받아들여 쌓기만 한다면 외려 풍요로운 삶에서 멀어지는 법이죠." (p.31)

 

사랑이 익어가다 보면 어느새 뺄셈의 단계에 이르게 되어 있단다. 상대에 대한 공연한 기대를 빼고 내 사랑의 이기심을 빼면서 조금 더 단출하면서도 고급스러운, 책임 있는 사랑을 하게 되는 거야. 지금은 너희들이 이해하기 어려울지도 모르겠구나. 하지만 언젠가는 이해할 날이 올거야. (p.41)

 

스위스에서는 아기가 태어나면 주민 카드에 그 아이가 스위스의 몇번째 국민인지를 나타내는 일련번호와 함께 이름, 성별, 출생 일자 등을 기재한다. 주민 카드에는 '재산 규모'를 적는 칸도 있는데, 갓 태어난 아이의 경우에는 이렇게 적는다고 한다.

'시간' (p.46)

 

수도사는 그제야 장님이 등불을 들고 다닌 뜻을 깊이 이해하게 되었다. 다른 사람의 앞길을 비춰주는 것이 결국은 자신의 앞길을 밝히는 일이었던 것이다. (p.57)

 

하지만 한계를 인정해야 비로소 자부심이 생겨난다. 자부심이란 애초부터 얼마나 큰일을 해내느냐에 따른 것이 아니라, 지금 있는 그대로의 자신에 대해 인정하고 받아들이며 '괜찮다'고 생각하는 마음이기 때문이다. 스스로에게 자부심을 발견했다면 세상에서 가장 큰 행운을 만난 것이다. 함정이 없는 유일한 행운 말이다. (p.110)

 

 

* 책 정보

오늘 뺄셈, 무무, 예담 출판사, 2013

(* 해당 글은 위즈덤하우스의 증정 도서를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2009년에 미국에서는 나이든 사람들이 젊은 사람들보다 더 행복하다는 연구 결과를 선언한 적이 있다. 이미 직업적인 은퇴를 경험하고 경제적으로 안정적인 이들에게 삶에 대한 안정성, 만족감은 높았을 수도 있겠다. 어떤 면에서 납득이 가는 연구 결과다. 하지만 원래가 어른 들은 젊은 이들보다 행복하기가 쉬워진다. 나이들수록 불행할 이유가 사라지니까. 실망과 좌절을 많이 경험해본 청,장년기를 보냈을 수록, 기대할 것이 줄어드니 욕심낼 것도 줄어들고, 욕심낼 것이 줄어드니 실망할 것도 사라진다.

 

그러나 여전히 젊은이들에게는 '비움'이 어렵다. 나만 해도 나이든 사람의 안정감을 부러워 하질 못한다. 나는 여전히 궁금한 게 많고, 그래서 모르는 이유로 쓸 데 없는 것들에 욕심을 부린다. 그러나 그것이 쓸 데 없다는 것을 몸으로 체감하지 못하기 때문에 오히려 그것에 긍긍하는 마음에서 행복감을 느끼고, 다시 일어서고, 다시 꿈꾼다. 그래서 때로는 남들이 알아주지 않는 사소한 것에 목숨을 걸고, 그래서 때로는 순진하게 영원한 사랑을 믿어 보고, 그래서 때로는 환영과 비슷한 세속적 욕망으로 달려가기도 한다.

 

항상 더하는 데 익숙했기 때문이다. 학교에 가고, 새로운 공부를 하고, 사람을 사귀고, 더 예뻐지는 방법을 배우는 것은 없던 것을 갖는 것의 미덕에 익숙해지는 일들이었다. 그리고 이것은 지금 가지지 못한 것을 더 많이 가지면 가질 수록 더 나은 삶을 산다는, 그러니까 행복해진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이제껏, 더하라- 는 배움 속에서 커왔는데 그래서 그동안 비우라-는 가르침을 실천하기가 너무 어려웠는데, 다시 또 오늘, 뺄셈 하라니.

 

다만 이제는 비움의 가치를 알고 있다. 20년 이상을 살고, 나름 성인 대접을 받으면서 더함은 성공의 조건이었을 수 있겠지만 행복의 조건은 아니었겠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더 많이 가지려고 노력하는 일들이 내게 무언의 압박감과 상실감, 때로는 소외감을 줄 때 애초에 그것에 대한 욕망을 포기한다면 나는 더욱 평화롭겠다는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물론 비움의 가치는 알면서도 실천하기 어렵다. 우리가 무언가 간절히 원하는 것이 있을 때, 그것을 기대하고 기획하고 달성하려는 욕심이 삶의 동력이 되는 것은 부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제 <오늘, 뺄셈>의 가치를 슬기롭게 실천하는 방법에 대해서 생각해 본다. 대신 그것은 포부에 가득차 방학 직전에 밀려버릴 방학 숙제 계획과 같은 비움은 안 된다. 실천 가능한 것이 되어야 한다. 우리는 원하는 것을 말할 수 있는 대신 정말 원하지 않는 어떤 것들까지 다 가지려 했던 것은 비워도 된다. 정말로 원하는 것을, 정말로 아름다운 것을, 정말로 자신을 위한 것을, 정말로 사랑하는 것을, 제외하고 버리면 어떨까. 이미 이들이 너무 많은 것들을 붙들고 있지 않느냐 반문하겠지만 - 이 모두는 같은 한 가지를 말한다. 그래서 그것이 행복한 것이라고 믿는 것.

 

모든 것을 비워버리고 망각하자는 것이 아니라 우리를 행복하게 만드는 무언가를 위한 비움이라는 것에 수긍하는 것으로 뺄셈을 실천해 보고 싶다. 참, 31페이지에서는 우리가 뺄셈의 미학을 실천하지 못하면 나중에 어떻게 되는 지 그 최후를 언급하는 구절이 있다. 아름답고 풍요로운 갈릴리 호수의 발원지에서는 다른 하나의 호수도 발원하는데, 그것은 뺄셈의 미학을 실천하지 못한 탓에 같은 데서 죽음의 상징, 사해란다다. 죽은 바다. 많은 것을 끌어 안고 버리지 못해서 썩히게 되는 최후라니. 끔찍하다.

 

하이고, 뭐부터 버려야 하지?

 

 

 

 

* 추천하기 전에

 

힐링 키워드에 정직하게 편승하는 책. 하지만 의외로 거부감이 들지는 않는다. 어딘가 쑥스럽고 오글거리고 많이 들어본 얘기 같지만 - , 한동안 우리들이 잊었던 이야기를 어렵지 않고 재미있게 써내려 갔다. 어쨌든 이런 책이 여전히 읽을만 하다고 생각 되는 이유는 그런 게 아닐까. 이런 책은 예전에도 있어왔지만 우리는 조금도 변하지 않았으니까. (c)forested-island.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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