섭식일기 - 슬기로운 식탐 탐구 생활 오봄문고 3
최미랑 지음 / 오월의봄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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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무엇을 먹고 또 어떻게 먹고 있는지 돌아보게 하는, 가장 개인적이면서 정치적인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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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네시의 생활력
김성희 지음 / 창비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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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 위에서 버티는 힘은 사람의 것이다. 그 버티는 힘은 어디로든 갈 수 있다. 다만, 왜 여기인가는 사회가 답해야 할 몫이다.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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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여행 이력서
김현아 지음 / 뜨인돌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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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여행을 떠나기 전, 그 앞에 서서 뚜벅뚜벅 길을 걸어갔던 한 여자가 있음을 알게 된다. 그럴때면 괜스레 안도감이 들곤 하는데. 어쩌면 이 여자가 걸어갔던 길을 내가 다시 또 걷고 있음을, 앞에 서서 걷고 뒤에 서서 걷는 그 길이 그렇게 외롭지 않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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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라벌 사람들
심윤경 지음 / 실천문학사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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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라벌 사람들≫ 심윤경, 실천문학사

 

  하품만 계속 나오는 5교시 국사시간. 졸음을 쫓으려 창문도 열어보고, 서서 수업도 들어보고, 앉았다 일어서기도 해보지만 여전히 지루하고 재미없는 옛날 옛적 이야기. 사극TV프로그램의 주 무대인 조선시대 이야기라면 그래도 재밌게 들을 수 있겠는데, 나에게 멀고도 먼 삼국시대 이야기. 왕은 또 왜 이렇게나 많은지!

  하지만, 나는 고글리(고정희 청소년 문학상을 통해 글도 쓰고 문화작업도 하는 마을 리里)에서 계획하고 있는 ‘경주여행스쿨’을 위해 신라를, 경주를 해체해야만 했다. 향찰인가 뭐시기로 적었다는 향가를 외우고, 배경설화를 찾아가고, 내 나름대로 재해석하고,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고. 삼국유사에 향가 14수만 전해진다는 것이 감사할 뿐이었다. 오, 신이시여! 하지만, 부족했다. 내 상상력은 교과서를 벗어날 수 없었고, 삼국유사를 해체할 수 없었다. 내 머리 속의 화랑은 그저 용맹할 뿐이었고, 불교는 그저 신라를 대표하는 국교일 뿐이었다.

  심윤경의 ≪서라벌 사람들≫은 내 머릿속의 신라, 그러니까 21세기를 살아가고 있는 열아홉 살의 교과서적인 신라를 해체하고 말았다.

  “화랑이 그렇게 재미없는 사람들일 것 같애? 불교는 아무렇지 않게 신라에 정착한 게 아냐. 진골도 왕위를 세습하게 됐을 때는 어떤 변화가 있었을지 궁금하지 않아? 신라의 그 여자와 그 남자들 로맨스는 궁금하지 않아?”

  ‘차라리 심윤경작가가 내 국사선생님이었다면 좋았을 걸. 그랬더라면 난 학교를 나오지 않았을지도 몰라!’ 책을 읽는 내내 한참을 중얼거렸고, 어느 대목에선 나도 모르게 파안대소를 했으며, 그 여자와 그 남자 로맨스이야기에서는 얼굴을 붉히며 나도 모르게 킥킥대었다.

  맞다. 아주 먼 옛날, 신라에서는 풍요를 기원하기 위해 교합제를 자주 치렀을지도 모를 일이고, 용맹하고 무예가 출중하다는 화랑들은 사실 쌔끈하고 섹시할지도 모른다. 신라의 그 여자들은 화랑들의 동성애를 질투해 남몰래 일을 벌였을 지도, 화랑들은 동성애와 이성애 가운데서 혼란스러워 했을지도 모른다. 이제야 조금씩 신라의 그 여자, 그 남자들이 그려지기 시작한다. 김현아작가의 책 ≪그 곳에 가면 그 여자가 있다≫의 한 문장이 자연스레 떠올랐다.

“신라 시대를 상상한다는 것은 내 머릿속의 구조망을 다 해체하고 나서야 가능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천오백 년 전 사람들의 이야기는 내 기억이 끝나는 곳에서, 내 단단한 이성이 허물어지는 곳에서 새롭게 발견됩니다.(p. 52)”

  천오백 년전 그 여자 그 남자 이야기가, 21세기를 살아가고 있는 풋풋한 열아홉에게 ‘딱딱한 교과서’로만 기억된다면 참으로 애석한 일이다. 나를 거쳐 간 수많은 국사선생님은 나에게 왜 섹시한 신라, 쌔끈한 화랑을 소개시켜주지 않았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수많은 국어선생님은 향가를 왜 그렇게 재미없게 가르쳤는지. 문법/용법 다 갖다버리고 서동과 선화공주의 로맨스 이야기나 해줄 것이지. 지금의 촛불정국과 안민가를 엮어 내 맘에 콕콕 와 닿게 해줄 것이지. 선생님들은 나에게 왜 그랬을까, 아직도 풀리지 않는 의문덩어리.

다시 ≪서라벌 사람들≫이야기로 돌아와서, 글 전체적으로 신라에 중국문물이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국교가 토착종교에서 불교로 바뀌는 과정을 꽤나 재밌게 담아냈다고 생각한다. 작가가 말했던 ‘선데이 서라벌’이라는 이름이 더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선덕여왕을 향한 마음에 불덩이가 되었던 돌쇠 지귀에서부터, 21세기의 천민으로서는 감히 입에도 담을 수 없는 성골 진덕여왕까지. 그 여자 그 남자 이야기들은 로맨틱하면서도 흥미롭다. 열아홉의 상상력에 불을 지른, 분자생물학과를 졸업했으면서도 글을 쓰고 있는 이상한, 내 단단한 고정관념으로는 절대 이해할 수 없는 심윤경작가의 책을 딱딱하고 재미없는 국사수업과 국어수업을 받고 있는 그대들에게 선물하고 싶다. 모의고사에 지친 그대여, 나와 함께 섹시한 신라로 떠나지 않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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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곳에 가면 그 여자가 있다
김현아 지음, 유순미 사진 / 호미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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古여성들을 찾아 떠나는 新여성들의 여행, 그리고 향연

해 질 무렵, 어둑어둑하고 축축한 거리를 나 혼자 걷는다.

‘선덕여왕릉이 도대체 어디야?’ 불평, 푸념만 틱틱 튀어나오기 일쑤. 쀼루퉁한 얼굴로 지나가는 아줌마에게 묻는다. 저리로 가란다. 가보니 이미 양 갈래 길이다. 해는 졌고, 왼편은 커다란 통나무가 가로막고 있고, 오른 쪽 길은 소나무로 가득한 것이 꼭 ‘저 세상 길’ 인 듯싶어 이내 발길을 돌리고 만다.

 

선덕여왕을 만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이 책을 붙잡았을까? 이 책 역시, 선덕여왕릉으로 향하는 여정의 소박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길은 수없이 갈라지는데도 표지판은 한두 개가 고작인 옛 여성들의 흔적. 이 세상의 반인 남성을 제외하면, 반은 엄연히 여성의 것인데 유독 역사는 남성들의 흔적들뿐이다.

해외여행이 판을 치고 있는 지금, ‘유학’, ‘이민’ 등이 새로운 키워드로 떠오르는 현대사회 속에서 그녀는 ‘우리나라’ 라는 재미없는 키워드를 외치는 마이너리티일지도. 그녀는 마이너 중의 마이너인, 억압받고 감춰져왔던 ‘여성’ 을 외친다. 그것도 新여성이 아닌, 古여성을!

지루하고 따분한 그 키워드, ‘여성의 역사, 그리고 흔적’ 을 에로틱하고 섹시하게, 때론 파격적이고 비판적이게, 감성적이고 아른거리게 풀어내는 그녀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자.

 

‘단순한 기행문이겠거니’ 라는 오만함으로 가득 찬 그녀는 날 신랄하게 비판하며 질문거리를 던진다. ‘古여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라는 질문에서부터, ‘how to write?’ 글쓰기에 대한 고찰, 그리고 ‘네가 아는 역사는 역사가 아니야!’ 까지.


古여성들은 은밀하게 감춰지고, 또 감춰졌다. 국사교과서 맨 첫 페이지에 나와 있는 역사의 정의를 떠올려보자.
[역사는 ‘과거에 있었던 사실’과 ‘조사되어 기록된 과거’ 라는 두 가지 뜻을 지니고 있다. 우리가 역사를 배운다고 할 때, 이것은 역사가들이 선정하여 연구한 기록으로서의 역사를 배우는 것이다.]
그리고 E. H CARR의 ‘역사란 무엇인가’ 라는 책의 한마디를 떠올려보자.
“역사는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이다.”

이렇게 역사가들이 직접 편찬한 역사는 국사책 전반에 수록되어있다. 삼국사기 김부식이라던지, 삼국유사의 일연처럼. 하지만 우리는 ‘역사가들이 선정한 역사’ 를 아무 비판 없이 수용하고 만다. 우리는 착한 학생이어야만 하니까. 나는 경쟁사회에서 살아남아야만 하니까.

하지만 진실의 색은 바래지 않는다. 오히려 짙고 매혹적이다. 철저히 남성적인 시각으로 비춰졌던 역사를 그녀는 다시 되짚고자 한다. 타의적으로 현모양처가 된 사임당, 지고지순의 대명사로 망부석이 되었던 박제상부인, 신라의 전성기를 마련했던 선덕여왕, 은밀하고 조용해야만 했던 것을 터뜨려 화를 일으킨 나혜석까지. 이 책은 특이하게도 숨겨지고 은폐되어지고 철저히 외면당해야만 했던 古여성들을 재조명한다. 그녀들의 묘를 방문하고, 그녀들의 흔적, 숨결을 더듬고, 당시의 역사적 상황을 재구성해 쉽고도 재미있게, 그리고 섹시하고 에로틱하게 풀어낸다, 여성 주의적 시각으로.

 

신라 시대를 상상한다는 것은 내 머릿속의 구조망을 다 해체하고 나서야 가능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천오백 년 전 사람들의 이야기는 내 기억이 끝나는 곳에서, 내 단단한 이성이 허물어지는 곳에서 새롭게 발견됩니다. (p. 52)
작가가 이 글을 쓰는데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글 전체에서 느낄 수 있다. ‘자 여성에 대한 이야기를 새롭게 해보자!’ 에서부터 시작된 그녀의 원고는 수백 번 걸려넘어졌을 거다. 그녀들의 흔적은 보존은커녕 방치되어 있을 뿐이고, ‘그’에 관한 논문은 넘치고 넘치지만, ‘그녀’ 에 관한 논문은 찾기도 힘들었을 것이다. 무엇보다 천 오백년 전 그녀들의 이야기를, 천오백년이 지난 지금, 우리들의 시각으로 그녀들을 이해하고, 다시 재구성한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을 테다. 그녀 자신도 이 글을 쓰며 수백 번 감탄했을 것이고, 수천 번 문제의식을 느꼈으며, 수만 번이나 얼른 이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을 것이다. 新여성이 古여성을 말하는 것은 어렵다. 하지만 우리는 이제 그녀의 말처럼 그럴 때가 됐다.
이제 사백 년 전 한 여성이 보내고자 한 그 편지의 봉인을 뜯을 때다. (p. 169) 


 또한 新여성으로서의 참신한 소제목과 표현들도 간간히 읽는 재미를 더한다. [16세기 조선 여성의 '살짝' 르네상스] 라든지, ‘대략난감’ 이라든지.

하지만, 경주-강릉-부안-수덕사-해남으로 이어지는 여정은 전반부엔 신나다가 결국은 조금 어렵고 지루하게 끝나는 것이 단점이라면 단점. 개인적으로 경주를 좋아하기 때문일까? 앞부분은 밑줄 치며 신나게 읽었지만 수덕사에 들어가면서부터(근대여성이 등장하면서부터) 조금은 지루해지기 시작한다.

또한, 책의 전반부는 古중의 古여성을 다루려다보니(천오 백 년 전 신라이야기 등), 부족한 부분이 없지 않아 있다. 당시의 역사와 여성, 그리고 여행기를 한꺼번에 다루려다 충돌해버린 지점이리라. 경주와 강릉부분에선 책이 좀 더 두꺼워지더라도 여행지를 좀 더 길게 서술했으면 하는 못내 아쉬운 맘이 든다.

이제 시작이다. 이 책을 시작으로 古여성들을 찾아 떠나는 新여성들의 여행, 축제, 그리고 향연을 향한 맘은 이 책이 준 최고의 선물이 아닐까?

http://book.metaschool.org/isbn/8988526775

< 이 책의 밑줄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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