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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 - 식물이 빚어낸 매혹적이고 경이로운 이야기
엘리스 버넌 펄스틴 지음, 라라 콜 개스팅어 그림, 김정은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4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비록 다른 동물들에 비해 후각이 많이 퇴화되기는 했지만 사람은 누군가에게 호감을 느낄 때에나 불쾌감을 느낄 때에 무의식적으로 향기의 영향을 받습니다. 향기는 사람의 감정과 기억을 자극하기도 하며 때로는 위험을 경고하기도 합니다. 옛 연인과 비슷한 향기가 나는 사람 근처를 지나갔을 때 옛 연인의 생각이 나는 것과 상한 음식에서 나는 불쾌한 향기는 그러한 향기의 특징을 잘 나타내 줍니다. 이러한 향기의 본질과 그 배경을 깊이 있게 탐구한 책이 <향기>입니다. 저자인 엘리스 버넌 펄스틴은 야생 동물 생물학자로 활동하다가 천연 조향사로 전향하여 향수를 직접 개발하기 위해 향수 성분을 분석했습니다. 그러던중 식물의 방향 물질이 단지 향수나 향신료로 쓰이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식물의 생존 전략이라는 점을 발견하게 되었고 이 책에서는 그러한 향기와 인간과의 다양한 접점을 흥미롭게 풀어냅니다.


책에서는 식물이 향기를 만들어내는 이유와 그것이 인류 역사 속에서 어떻게 작용해왔는지를 설명해줍니다. 우선 식물은 꿀벌과 같은 꽃가루 매개 동물을 유인하고 병원균이나 초식 동물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 휘발성 물질을 내보냅니다. 그런데 인간은 이 휘발성 물질의 향에 주목해 약용, 의식, 장식, 무역의 도구로 삼아 왔습니다. 대표적으로 몰약, 유향, 코펄 같은 고대의 수지 식물부터 후추, 바닐라, 라벤더, 장미, 단향나무에 이르기까지 여러 식물을 사용해 왔는데 책에서는 이 식물들의 생태와 쓰임을 자세히 설명해줍니다. 또한 정원과 여러 꽃과 허브들이 사용되게 된 계기와 향수 제조의 역사도 설명해주어 정말로 향기에 대한 A부터 Z까지를 모두 서술해 우리의 시각을 넓혀줍니다. 또한 어려운 단어는 뒤에 용어 풀이를 통해 ㄱ,ㄴ,ㄷ순으로 서술해 둬 읽다가 모르는 단어가 있으면 찾아 볼 수 있게 해두었고 상세한 각주까지 달아두어 읽다가 더 알고 싶은 점이 있다면 찾아볼 수 있도록 해 두었습니다.

<향기>는 향을 둘러싼 수많은 식물의 이야기를 통해 인간의 사고방식, 문화, 경제 구조까지 살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며 향이라는 감각이 단순한 후각을 자극하는 향기를 넘어서 역사속에서 어떻게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었는지를 보여줍니다. 여러가지 향기의 배경과 의미를 생각해 보고 싶은 이들에게 이 책은 충분히 읽어볼 만한 가치를 지니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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