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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린
안윤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12월
평점 :
안윤 작가의 소설 모린은 이른바 스케일이 작아 보이는 이야기가 쭉 이어지는 책입니다. 이 책 속의 등장인물들은 자신의 입장에서는 중요하고 심각한 사건을 겪을 때에도, 하나같이 사회 속 사람들이나 그 사회 전체에는 별 영향을 주지 않는 사건들입니다. 모린 속 등장인물들의 이야기가 있건 없건 그 인물들이 살아가는 사회에는 별 차이가 없겠다는 생각마저 듭니다.
모린의 이야기에서 가장 큰 변화는 한 인물이 이런저런 사건을 거친 뒤 다른 인물과 유대감을 형성하거나 그 사람에게 소중하고 중요한 사람이 되었다는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이야기들이 무의미한 것은 절대로 아니라는 것 또한 잘 보여줍니다. 모린의 이야기는 큰 스케일의 관점에서는 언뜻 무의미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정도로 스케일 작은 개인적인 이야기는 의미 없다는 것이 전혀 아니며, 오히려 그 반대에 가깝습니다.
모린은 한 권에 걸쳐서 여러 이야기를 풀어내며, 그 정도 영향력밖에 지니지 못할 정도로 평범하고 무력한 사람들조차,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에서는 얼마나 큰 의미를 가질 수 있으며, 다른 사람에게 얼마나 소중한 존재가 될 수 있는지, 그리고 그런 관계와 감정이 만들어진다는 것이 사람에게 얼마나 큰 의미가 될 수 있는지 등을 생생하면서도 입체적이고 와닿게 그려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