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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요테의 놀라운 여행 ㅣ 다산책방 청소년문학 13
댄 거마인하트 지음, 이나경 옮김 / 놀 / 2021년 4월
평점 :
코요테의 놀라운 여행의 이야기는 겉으로 보기에는 한바탕 즐거운 방학 캠프라도 떠나는 듯한 분위기를 만든다. 겉모습만 보면 유쾌발랄한 모험담이라도 펼치는 것 같다. 하지만 도입부부터 이 이야기가 마냥 밝지만은 않으며, 오히려 주인공이 처한 상황은 암울함에 훨씬 더 가깝다는 것을 보여준다. 주인공이 겉으로는 밝고 낙관적으로만 행동할 때에도, 오히려 그 간극은 더욱 강조되는 듯하다.
주인공 코요테는 아빠와 함께 스쿨버스로 미국 곳곳을 다니고 있다. 이 여행은 겉보기에는 낭만적인 전국 일주처럼 보이고, 코요테 본인의 모습만 보면 코요테는 그렇게 받아들이면서 재미있게 즐기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떠돌이 생활에 가깝다. 그리고 어느 날, 코요테에게는 그저 길 가는 대로 다니는 것 이외에 새로운 목표가 생기게 된다. 지금 있는 미국 미국 땅 반대편에서 타임캡슐 같은 상자를 묻었는데, 조만간 공사하게 될 거라고 한다! 추억의 상자를 사수하려면, 시간 전에 그 곳에 가야 한다. 코요테가 지금 당장 가지게 된 목표는, 아빠에게 진짜 이유를 숨긴 채 자연스럽게 그 곳에 가도록 만들게 하는 것. 일단 당장의 목표 자체는 그렇다.
겉으로 보기에는 그저 자칫 영원히 잃게 될 추억의 타임캡슐을 가져오려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 추억의 상자라는 존재부터가 코요테에게는 여러 의미를 지닌다. 지난 과거와 추억. 현재와 다른 시절의 이야기. 어쩌면 미래의 방향을 결정하게 될지도 모를 정도로, 코요테에게는 중요하다. 아무리 코요테 이외의 사람에게는 아무런 의미도 없을 잡동사니처럼 보이게 될 거라고 해도 말이다.
괴롭고 힘든 일을 잊는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망각하고 없는 셈 치면서 다시 떠올리지 않으면 될까? 극복해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 극복이란 어떻게 하는 건가. 잊지 못할 정도로 계속 떠올리면서, 무덤덤해질 때까지 마냥 반복하기만 하면 되는 걸까?
다시는 돌아올 수 없을 지나간 시절과 추억이 중요하다면, 그 감정을 생생하게 가지고 있는 이상 물건은 잃어버려도 무방한 걸까? 아니면 그런 물건을 분실하지 않고 소중하게 간직하며, 자칫 영영 잃어버리게 될 위기에서 적극적으로 보호하며 보존하는 데 성공하면, 그것 자체만으로도 추억을 소중히 한다는 의미가 있는 걸까? 그렇다면 만약 여의치 않는 일이 일어나서 물건을 물리적으로 포기해야 한다면, 추억을 포기한다는 의미가 되는 걸까? 언제까지나 또렷하고 생생하게 기억한다는 것이, 관련 물건을 방치해서라도 보존하는 것보다 정말로 덜 중요한 일일까?
코요테가 겪는 일, 그리고 그런저런 에피소드에서 코요테가 고민하고 결정하는 일들은 겉으로 보기에는 일상 차원에서 평범하고 별 생각 없이 일어나는 일일 것 같다. 하지만 코요테의 이야기에서, 코요테가 과거와 현재, 미래를 바라보고 생각하는 이야기가 되어버린다. 기억하고 싶고 사랑스럽고 행복했지만, 비극적으로 끝나버린 과거. 그 과거를 어떻게 대하며, 어떤 마음가짐으로 어떻게 앞으로 나아갈지에 대해서 꾸준히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발랄하고 활발하고 경쾌한 분위기마저도 우직하게 앞으로 나아가는 동인처럼 만들게 되면서 말이다.
코요테의 놀라운 여행에는 무거운 테마를 신나는 놀이처럼 풀어내는 대목이 종종 등장한다. 그리고 그 대조되는 분위기가 쭉 진행되는 이야기를 보여주면서, 10대 초반 청소년의 눈높이와 감수성과 감성으로 세상 여러 사건을 지켜보는 등의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다. 끝까지 발랄하고 경쾌한 모습을 선보이는 캐릭터 코요테와, 코요테가 주도적으로 이끌어나가는 이야기가 흥미롭고 인상적으로 펼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