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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에릭 와이너 지음, 김하현 옮김 / 어크로스 / 2021년 4월
평점 :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속의 철학은 재미있고 흥미로운 이야기처럼 느껴집니다. 철학은 어렵고 이해하기 힘들 것 같다는 통념은 아주 널리 퍼져 있고, 이 책의 목차에는 유명한 철학자의 이름이 줄줄이 나옵니다. 하지만 일단 팩을 펼치면, 철학과 철학자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가 술술 이해될 듯한 신기함을 보여주는 책이기도 합니다.
이 책에서는 철학자와 그 철학자의 철학에 대해, 핵심적인 부분을 마치 재미있는 구연동화라도 듣는 듯한 기분으로 읽을 수 있도록 길을 닦아주고 있습니다. 비폭력 투쟁으로 세계적으로 존경받은 간디는 간디처럼 싸우는 법, 쾌락이라는 주제에 대해 철학사에 이름을 남긴 에피쿠로스는 에피쿠로스처럼 즐기는 법, 이런 식으로 여러 철학자에 대해 다룹니다. 이런 면모는 첫 챕터인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처럼 침대에서 나오는 법부터 잘 드러나는데, 명상록으로 유명한 고대 로마 황제인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가 직접 쓴 글이나 관련 일화 등에서, 하루를 새롭고 의미 있게 시작하는 마음가짐에 대한 이야기를 읽어내는 대목이 좋습니다. 내용 자체도 의미 있고 뜻깊은 대목이 많고,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철학에 대해서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여러 철학자들의 철학에 대해 쉽게 이해하고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문체로 풀어 쓰듯이 정리한 내용이 많아서, 한 권 내내 즐겁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 특히 철학 관련 용어를 직접 쓰는 경우는 거의 없는데, 통찰력 있는 비유나 직관적인 표현 등으로 철학 개념에 대해 잘 이해할 수 있도록 풀어 쓰는 데 성공했다는 점이 정말 좋았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공자처럼 친절을 베푸는 법 챕터가 여러 모로 흥미로웠습니다. 서양 작가의 눈으로 바라본 공자 철학의 내용은 논어 구절 등 한국 문화권에서 전통적으로 인용되던 공자의 말씀과 미묘하게 다른 부분이 좀 있어서, 그 부분을 포착하는 것이 독특한 재미와 경험이 됩니다. 그러면서도 공자의 철학의 핵심적인 부분을 잘 정리하고 있어서, 알파벳 문화권에서는 공자의 철학을 어떻게 접근하고,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인식하는지 등에 대해 구경하는 재미도 있습니다.
이 책에서는 사전적인 의미의 철학자와는 거리가 멀어 보는 사람도 여럿 등장합니다. 말하자면 철학자가 아닌 다른 쪽으로 주로 분류되는 사람이라고 해야 할 듯합니다. 고대 일본 문학의 주요 작가로 꼽히는 세이 쇼나곤, 목가적이고 전원적인 에세이풍 글인 월든으로 유명한 소로 등입니다. 그리고 해당 챕터에서는, 그 작가들의 글에서 독자적이고 특색 있고 감동적이고 공감되는 철학적 요소를 포착하고, 그 부분을 집중적으로 다룹니다. 그러면서 철학이란 철학자의 철학이론 안에서만 있는 것이 아니라, 독자적인 작품세계를 만들고 사람들에게 공감받는 작가들의 작품 속 이야기에서도 읽어낼 수 있다는 것을 흥미롭고 인상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여러 철학자들의 발언, 일화, 직접 집필한 서술 속 묘사 등 여러 분야를 넘나들며 다양한 자료를 바탕으로 삼아서, 철학에 대해 재미있게 이해하고 공감되며, 나아가 독자가 그 방향에서 그 배경에서스스로 더 많은 걸 생각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책입니다. 그저 일방적으로 이야기하만 한 게 아니라, 독자 스스로 철학적으로 생각하고, 고민하고, 그 쪽으로 발걸음을 옮길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역할을 잘 한다는 점에서 특히 기억에 남고 높이 평가하고 싶은 책입니다. 여러 철학자의 철학 이념과 이론에 대해서 아주 기초적인 부분부터 소개해서, 철학 요소에 대해 아는 게 전혀 없던 사람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며, 나아가 철학적으로 사유하는 방법도 스스로 익히게 하는 책이라는 점과, 내용 자체가 재미있다는 점이 정말 좋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