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제전 - 세계대전과 현대의 탄생 걸작 논픽션 23
모드리스 엑스타인스 지음, 최파일 옮김 / 글항아리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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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제전은 초반부는 동명의 발레에 대해 다루고, 초반부 이후에는 발레 내용이 거의 언급되지 않는 독특한 구성을 가진 책이다. 그리고 일단 읽다 보면, 목차만 보면 좀 생뚱맞고 이질적으로 느껴지는 그 구성에 저절로 납득하게 되는 책이기도 하다. 20세기 현대사를 발레 봄의 제전과 함께 바라보며, 그 시선에서 그 시대를 말하면서, 여러 분야를 넘나들며 한 분야에만 집중했다면 미처 포착하지 못했을 여러 이야기를 다채롭고 풍성하게 말하고 있다.


초반부는 발레 봄의 제전이 유럽에 처음 선보이던 모습, 그리고 당시 반응을 당대 기록 등을 통해서 재현하듯이 그려낸다. 봄의 제전은 명실공히 현대 발레의 시작이나 마찬가지였고, 나아가 현대 예술의 시작으로 여겨지는 발레 작품이다. 당시까지 발레의 미학으로 여겨지던 것을 모조리 뒤엎었고, 오히려 정반대의 무용을 선보였으며, 오히려 그 전복을 통해 새로운 미학을 만들어낸 작품. 당시에는 너무나도 충격적인 전복이었기에 이른바 통념을 뒤엎었다는 쪽에만 초점이 맞춰졌지만, 이내 기존 예술 방식을 마냥 뒤엎기만 한 것이 아니라 그를 통해 독자적이고 독창적이며 새로운 미학을 만들어내고 완성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받게 된 발레. 예술적으로는 문화의 황금기이던 19세기 말 벨 에포크 시대에서 유종의 미를 장식하는 작품이자, 새로운 예술을 시작하게 된 출발점이 된 작품.


이 책은 초반부에서 사실상 두 도시의 초연 반응만을 보여준다. 세계 최초 초연이었던 프랑스 파리, 그리고 그 직후의 독일 베를린. 예술을 선도하던 도시 파리는 20세기 초 발레 봄의 제전에 격렬한 거부에 가까운 반응이 쏟아졌고, 독일 베를린의 청중 반응은 파리보다는 열렬한 호응에 훨씬 가까웠다. 이것은 단순히 두 도시의 예술 문화 분위기의 차이 때문만이었을까? 이 책은 거기서 더 나아간다. 기존의 예술을 완전히 뒤엎은 새로운 시도를 예술로 곧바로 받아들일 수 있느냐 없느냐가, 봄의 제전 초연 얼마 후 세계 1차 대전이 일어났을 때, 프랑스와 독일 두 나라의 반응이 달라지게 된 예고편이나 다름없다는 부분을 예리하게 짚어낸다.


초반부에서 직접 발레를 다룬 챕터가 끝난 뒤, 이 책은 역설적인 측면을 일부러 의도한 에술작품에서나 나올 법한 이야기가 세계 1차 대전 시기에 수없이 벌어졌다는 것을 세세하게 보여준다. 사람들이 희망과 낙관에 차 있을 때에는 비관적이고 비극적이며 암담한 모습과 맞닥뜨리게 되고, 오히려 그런 희망을 버리게 되었을 때 오히려 제일 밝은 모습을 목도하게 되는 것. 평소에 철저하게 행동하고 준비할수록, 예상에서 벗어나는 일이 생기면 오히려 준비성이 없던 쪽보다 더욱 못한 결과를 낳게 되기도 한다는 것. 그리고 세계 1차 대전 첫 해 크리스마스 때까지만 해도, 이른바 크리스마스 휴전의 기적이라고 불리는 일이 곳곳에서 일어났던 것처럼 봄의 제전 발레 이전의 정서가 남아있었지만, 그 이후 마치 세상이 통째로 뒤바뀐 듯한 변화가 줄줄이 생겨났다는 것 등.


봄의 제전 속에서 묘사되는 세계 1차 대전은 개인의 이야기, 그리고 개인적인 변화에 초점을 맞춘다. 세계대전의 주요 전투가 언급되는 것은 몇 명이나 전사했는지 언급될 때밖에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제 1차 세계대전이 사람들의 생각, 행동, 사고방식 등을 얼마나 많이 뒤바꾸었는지를 세세하고 생생하게 보여준다. 세계대전이 일어나기 불과 1년 전, 기존의 미학에 반대되는 겉모습만 줄줄이 보여준 봄의 제전 발레 발레 한 작품으로 세상이 뒤집어지기라도 했던 것이 가소롭게 느껴질 정도로, 급격한 변화다. 변화라기보다는 예전에는 상상도 하지 못했을 일이 천연덕스럽게, 아무렇지도 않게 일어나는 시대가 되었다는 표현이 더 맞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 수많은 일을 겪은 이후의 세계도, 그 세계를 살아가는 사람들도, 더 이상 이전의 세계에서는 있을 수 없었다. 그리고 이 책은 그런 식으로 기존의 방식이 무너지고, 수많은 사람들이 충격을 받게 되며, 그 자리를 새로움이 채워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것은 혁신일까, 발전일까, 퇴보일까, 아니면 단순한 변화일까? 어쩌면 그걸 우열의 관점에서 평가하려는 것부터가, 그 이후의 세계에서는 부질없고 의미없는 일일지도 모른다.


봄의 제전은 세계 1차 대전이 일어나는 동안, 그리고 그 이후의 세계에 대해서 이른바 통념과 다른 이야기를 여럿 들려준다. 예를 들어 1920년대는 일명 미국의 재즈 시대 이미지가 강해서, 세계 1차 대전의 상흔을 극복하고 오히려 실컷 재미있게 놀며 갖가지 문화를 즐기는 황금시대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그리고 이 책은 그게 세계대전의 상흔을 극복했기 때문이 아니라, 그 상흔을 무시하고 상흔이 없는 영역에만 주목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식이다. 특히 1차 세계대전에 대해 당대 사람들이 환멸을 느꼈다는 것이 오늘날 흔히 강조되지만, 막상 당대에는 그런 정서가 있었을지언정 전쟁을 먼저 끝내고 싶어할 정도는 아니었다는 것을 지적하는 대목은 여러 모로 인상적이었다. 일부의 사례만 보고, 그 일부의 사례가 유명한 일화라면, 그 일부가 전체라고 착각하게 되기는 쉽다. 그 착각이 퍼지는 동안, 과연 얼마나 많은 진짜 사람들의 이야기가 묻히고 변형되었을까?


이 책의 마지막은 봄의 제전이 그저 전복적인 문제작이 아니라 버젓한 예술작품으로 평가받던 시절, 그리고 세계 2차 대전의 징조를 조금씩 보이던 그 시절의 이야기에서 끝난다. 수십 년의 시간 동안 얼마나 많은 것이 바뀌었는지를 예술, 전쟁, 그리고 역사라는 분야에서 보여주며, 여러 분야를 넘나들고 서로 융합하면서 더욱 다층적이고 입체적인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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