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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온실 수리 보고서
김금희 지음 / 창비 / 2024년 10월
평점 :
대온실 수리 보고서의 초반부는 마치 일제강점기에 일제가 조선의 궁궐을 동물원으로 만들었던 역사적 아픔만 다루는 것처럼 시작합니다. 창경궁이 한때 오랫동안 창경원으로 불렸던 바로 그 이야기, 유럽 궁전에서는 동물원 등의 대중적인 구경거리가 있던 것과 달리 동양 궁궐에서는 그런 것을 감히 엄두도 못 내던 시대에 일제가 궁궐을 놀이동산 내지 구경거리처럼 만든 것은 아직까지도 기억되는 일입니다. 하지만 이 책의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단순히 그 사건이 어떤 의미였는지 상기시키는 것을 넘어서, 여러 복잡미묘한 이야기가 절묘하게 맞물리면서 서로 얽혀 진행되는 장면과 마주하게 됩니다.
대온실 수리 보고서의 핵심 줄거리를 아주 간단하게 요약한다면 오래된 온실을 수리하면서 생긴 일쯤이 되겠지만, 이 책은 그런 한 줄로는 담아낼 수 없는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와 사연을 다층적으로 담아내고 있습니다. 특히 창경궁이 창경원으로 불리던 시절 각자 여러 슬픈 사연과 기구한 이야기 등을 가지고 있는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담한 분위기의 문체로 진행되는 부분은 깊은 인상을 남기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