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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인생 2 - 세계가 아무리 변해도 ㅣ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이소담 옮김 / 이봄 / 2020년 12월
평점 :
논픽션에서건 픽션에서건, 전쟁이나 천재지변 등의 재난이 닥치자 예전에 너무나도 당연하게 여겨졌던 일상을 잃게 되고, 그때서야 그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 것이었는지 깨닫게 되었다는 이야기는 아주 자주 등장한다. 그리고 난 그런 이야기를 볼 때마다, 그 심정에 공감하기는 했지만 총포 소리가 울려퍼지고 폭탄이 터지고 무기가 빗발치는 전쟁이 일어난 곳에 있게 되지 않는 한 그런 기분을 느끼게 될 일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두가 익히 알고 있듯이, 코로나 사태가 일어났다. 마스크가 졸지에 보호구나 다름없는 물자가 되었고, 마스크 수급이 진정된 뒤에도 예전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그리고 사람들이 많은 곳에 마음 놓고 마음껏 다닐 수 있고,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고 불안해하지 않아도 되는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깨닫고 느끼게 되었다.
마스다 미리의 오늘의 인생 2는 바로 그런 마음가짐을 잘 포착한 책이다. 그리고 단순히 옛 시절을 그리워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그리고 더욱 악화된 상황을 상정하며 지금 상태는 그나마 낫다고 위안하는 것에서만 그치지도 않는 모습을 보여준다. 마스다 미리는 예전보다는 많이 팍팍해지고 힘들어지고 삭막해졌지만, 지금 상황에서도 여전히 일상의 기쁨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지나간 일상, 언제 다시 돌아올지 모르는 일상을 마냥 추억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살아가는 일상 역시 충분히 아름다우며, 충분히 아름다움과 평온함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을 잘 보여주고 있다.
언뜻 너무나도 단순하고 평범한 모습에 한바탕 호들갑을 떠는 것 같다는 느낌을 줄 정도로, 아주 일상적인 풍경 모습이 마스다 미리의 삼삼하고 평온한 느낌의 그림체와 함께 펼쳐진다. 그리고 아주 작은 것에 안온함과 평온함, 그리고 행복을 느끼며 현대 일상을 여전히 살아가는 마스다 미리의 이야기가 독자들을 만난다.
전체적으로 4컷 만화 구성의 작품들이 많은데, 굳이 4컷 단위로 끊어보지 않고 쭉 이어봐도 딱히 어색하거나 뜬금없다는 느낌이 들지 않을 정도로 기복 없이 일상이 쭉 이어가는 모습을 그려낸다. 그 와중에서도 일상에서 아주 작은 기쁨과 행복을 느끼는 장면은 잘 표현하고 있어서, 지극히 당연한 일상으로 여기던 수많은 것들이 사라지고 중지된 와중에서도, 여전히 일상에서 행복을 찾아가는 마음가짐과 행동 등이 그림 너머로 느껴지는 것 같다. 예전보다 일상에서 불편해진 점이 많은 것에 불행하다고 느끼는 대신, 여전히 살아서 숨쉴 수 있으며 스스로 몸을 움직일 수 있다는 것에 더 행복해하는 이야기가 한 권 가득 펼쳐진다.
마스다 미리는 일본 작가이고, 이 책에 실린 작품도 생활 습관 등의 디테일한 부분에서는 한국 실정과 다른 부분이 많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 한국인 독자가 이 책을 읽으면서 여전히 감동받고, 공감할 수 있는 책이기도 하다. 오늘의 인생 2가 다루는 이야기가 그만큼 보편적인 정서에서 이해할 수 있고,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기 때문일 것이다.
편하게 펜선을 찍찍 그은 듯한 그림체는 화려하거나 정교하고 기술적으로 뛰어난 그림과 비교하면 언뜻 밋밋해 보이지만, 차분하고 일상적인 생활의 행복과 기쁨을 묘사하는 이 책의 내용과는 잘 어울린다. 그리고 한 작가가 글, 그림을 모두 맡은 작품답게, 그림과 텍스트 및 연출이 절묘하게 어우러지고 맞아떨어지는 부분도 많은데, 그런 부분이 이 책을 더욱 감동적이고 인상적으로 만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