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함락 1945 걸작 논픽션 26
앤터니 비버 지음, 이두영 옮김, 권성욱 감수 / 글항아리 / 2023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베를린 함락 1945은 좁게 말하면 세계 2차 대전을 끝낸 분수령같은 사건이 된 사건중 하나인, 나치 독일의 수도이던 베를린이 1945년 연합국 측 군대에 의해 패배하고 점령된 사건을 다루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은 그저 함락 직전과 함락 당일 정도만 다루고 있는 책이 절대 아닙니다. 연합국 측의 군대가 베를린을 함락시키는 것이 세계 2차 대전에서 승리했다는 상징처럼 여겨질 이유를 비롯해서, 당시 베를린을 둘러싼 상황이 어떠했는지, 군사적 상황뿐만 아니라 정세나 여론 등 다양한 분야와 관점에서 다루고 있습니다. 나아가 베를린을 어떻게 함락시켰는지, 그리고 베를린이 함락된 뒤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등을 다층적인 파노라마처럼 장대하면서도 방대하고 깊이 있게, 믿을 만한 많은 자료를 바탕으로 심층적으로 풀어내면서 생생하게 복원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지리와 군대 쪽에서는 잘 모르는데도 불구하고, 베를린 함락 1945는 다양한 분양의 수많은 정보와 내용을 잘 정리하며 해설도 잘 하고 있어서, 당시의 군사적 상황이나 의미 등에 대해서도 충분히 이해하면서 읽을 수 있는 책이었습니다. 엎치락뒤치락하면서 전황이 여러 번 바뀌는 모습, 혹은 양 측에서 그렇게 믿고 싶어하는 모습을 비롯해서, 후대인은 알고 있는 정보를 당대의 당사자는 알지 못해서 착각하거나 오판한 점 등을, 후대의 관조적 관점과 당대 당사자 입장에서의 관점과 생각 등을 동시에 살리면서 교차하듯이 풀어나가는 점 등이 좋았습니다. 당대 사람들에게 1945년 베를린이 함락되는 순간과 그 전후의 여러 사건들이 어떻게 인식되고 어떻게 느껴졌을지, 그리고 그런 당대 사람들의 생각에 대해 현대 연구자들이 검증하듯이 분석한 부분 등 다양한 내용이 전개되면서, 1945년의 중요한 한 순간을 입체적으로 되살려내고 있습니다.


이 책은 1945년 베를린이 함락되기까지의 여러 이야기를 높은 비중으로 다루고 있으며, 무엇보다 사람 개개인의 이야기를 생생하면서도 입체적으로 조명합니다. 군인 개인이 베를린 함락 전쟁에서 어떤 역할을 했으며 어떤 행동을 보였으며 어떤 심정이었을지, 1945년 베를린 함락 이전의 세계 2차 대전의 여러 면모나 진행과정 등을 하나씩 총체적으로 짚어가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무엇보다 전쟁이 수많은 사람들을 얼마나 황폐하게 만드는지, 사람이 황폐해지는 다양한 모습을 조명하면서 처절하게 느끼게 되는 책입니다. 이 책에서는 전쟁에서 여러 가지 비극이 일어나고, 그 비극과 얽혀서 평범하던 사람들이 전쟁으로 망가지다시피하는 모습을 가감 없이 보여줍니다. 전쟁으로 가족을 비롯한 모든 것을 잃고 그저 복수심만이 남아 있는 사람이, 적을 반드시 처치하겠다는 생각만을 하게 되는 모습이 일상적이고 흔한 것처럼 느껴질 정도의 처절한 모습을 말입니다.


그리고 일반적인 관점에서는 사람이 망가졌다는 말을 들을 법한 변화가, 전쟁에서는 오히려 위험한 전투에 두려움 없이 뛰어들며 용감하게 맞서 싸우면서 승리를 향해 나아가는 장점처럼 되는 역설적인 모습도 강조합니다. 그런 변화를 인간적인 측면에서는 비극이라고 할 수도 있고, 인간성과 도덕 윤리를 버렸을뿐만 아니라 범죄를 저지르면 안 된다는 인식마저도 마비된 듯한 극한의 전쟁 상황에서는 오히려 군인다운 바람직한 모습처럼 여겨지게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런 모습을 평가하며 재단하지 않습니다. 그저 극한 상황에서 그렇게까지 내몰린 수많은 사람들, 혹은 그렇게라도 변하지 않으면 전쟁터에서 적응할 수도 살아남을 수도 없었을 정도로 극한까지 내몰리는 상황을 생생하고 치열하며 처절하게 그려내서, 그 모습이 얼마나 역설적인지 강조하면서 보여주고 있을 따름입니다. 그리고 그 전쟁터의 비인간적인 역설은, 1945년 베를린 함락 전투를 전후해서 극한까지 치닫게 되고, 이 책은 바로 그 면을 입체적이면서도 총체적으로 분석하면서 조명하고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그러 1945년 베를린이 함락된 전투만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증오와 증오가 계속 쌓이고 극한까지 치닫는 상황에서, 전쟁터에 투입되서 목숨을 걸고 싸우는 군인을 비롯한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가 얼마나 처절하면서도 고통스러워질 수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이 책에서는 여러 실패와 착각, 그리고 무책임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베를린 함락 전투를 둘러싼 양측에서는 전쟁에서 으레 그렇듯이 애초 계획대로 해내지 못한 일이 여럿 있었고, 착각하거나 잘못된 정보를 얻었다는 등의 이유로 계획이 실패하게 된 사례도 세기 힘들 정도로 많습니다. 책임자는 그 상황에 대해 책임을 지기도 하고, 오히려 무책임하게 약자들에게 떠넘기며 뒤집어씌우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런 행동 하나하나가 베를린 전투의 최종적인 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이 책은 세세하게 분석하면서 조명합니다. 전쟁에서 결정적인 실패란 계획대로 하지 못했을 때가 아니라 계획과 다른 일이 생겼을 때 어떻게 대처하는지에 달려 있다는 것, 그리고 실패에 대해 책임자가 어떻게 대처하고 어떤 모습을 보이는지가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를 여러 번 느끼게 됩니다.


베를린 함락 1945은 괴롭고 고통스러운 내용으로 가득한 책입니다. 피가 튀면서 순식간에 수많은 사람이 죽어나가는 장면을 비롯해서, 평범했을 사람들의 삶이 여러 방향으로 짓밟히거나 망가지는 모습을 볼 때마다, 외면하고 싶어집니다. 하지만 이 책의 내용은 실제로 일어났던 이야기이자, 전쟁과 증오가 이어지면 언젠가 다시 또 일어날 수 있을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그렇게 때문에 이 책의 내용은 불편하고 외면하고 싶지만, 동시에 외면하지 말고 똑바로 바라보야만 하는 이야기이기도 한 것입니다. 이미 일어났던 일을 잊지 않기 위해서, 그리고 그 역사적 사건에 대해 상세하고 생생하게 바라보며 기억하기 위해서, 나아가 그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되새기면서 말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