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마르트르 유서 움직씨 퀴어 문학선 2
구묘진 지음, 방철환 옮김 / 움직씨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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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마르트르 유서는 독특하다고 여겨지는 소재로 누구나 공감하게 되고,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울림소리가 들려오는 듯한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있는 소설이다.


몽마르트르 유서에서는 여러 나라와 유명한 도시를 여러 번 넘나든다. 제목에도 적힌 몽마르트르는 작중 비중으로 보면 은근히 적게 등장한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하지만 몽마르트르가 작중에서 등장하는 장면의 인상, 그리고 등장인물에게 남긴 의미 등을 생각하면, 뜬금없다는 생각은 별로 들지 않는 제목이다. 그리고 별로 많이 등장하지도 않은 몽마르트르가 제목에 등장하는 걸 납득하게 된 때부터, 이 책의 이야기에 깊이 스며들게 된다.


몽마르트르 유서에 등장하는 갈등과 고민은 겉으로 보기에는 해답이 간단해 보인다. 정확히 말하면, 어차피 한 가지 결론밖에 없어 보인다. 그리고 그 결론은 이 이야기의 주인공이 절대 선택하고 싶지 않은 길이다. 다른 길은 어차피 현실적으로 선택하는 게 불가능하다고 잘라 말하기는 쉽다. 하지만 본인에게는 결코 그렇지 않았고, 바로 그렇기에 이 책의 이야기는 더없이 치열하게 맞서 싸우고자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된다.


이 이야기의 결말은 어쩌면 이미 정해져 있었을지도 모른다. 웬만한 독자들은 결말 자체는 예상했을 것이다. 그러면서도 그 결말이 실제로 다가오지 않기를, 부디 그 예상이 빗나가기를 소원하면서 책장을 넘기게 된다. 하지만 몽마르트르 유서는 결코 바라지 않았겠지만 예상되었을 그 결말을 보여주고야 만다. 막연한 예상보다 훨씬 생생하고 처절한 묘사와 함께.


이 책의 이야기를 그저 지어낸 허구로 치부하고, 그냥 잊어버리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그러고 싶지 않은 작품이기도 하다. 이 소설 속의 배경이 된 사회에서, 등장인물들이 고뇌하게 한 요소가 사라지거나 바뀌지 않는 이상, 어디에선가는 일어날 것 같은 이야기로 느껴진다. 그리고 이 책은 지어낸 허구가 아니라, 공감하고 가슴 떨리게 만드는 이야기로 기억에 남고 마음 속에 자리잡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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