덧없는 꽃의 삶 피오나 스태퍼드 식물 시리즈
피오나 스태퍼드 지음, 강경이 옮김 / 클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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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라는 한 글자에는 양가적인 두 가지 이미지가 종종 결부되고는 한다. 아름다움, 그리고 덧없음. 축하하는 의미이기도 하지만, 좋은 일이 생겨도 오래 못갈 거라는 이미지도 동시에 같이 가지는 식물. 그리고 수많은 꽃은 단순히 꽃이라는 한 글자로 분류하지 못할 만큼 종류가 다양하며, 그 꽃 종류마다 문화권에 따라 수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다. 그리고 덧없는 꽃의 삶은 바로 그 이야기를 방대한 자료를 토대로 정리해서, 재미있게 구성하고 있는 책이다.


제목에서 굳이 꽃이 덧없다고 표현했지만, 어쩌면 반어법에 가까운 작명일지도 모른다. 이 책은 꽃 자체는 덧없이 금세 지지만, 수많은 예술품과 구전신화 등에서 다양한 꽃이 오랜 시간 동안 언급되며 기억되었고, 또한 앞으로 쭈욱 기억될 사례를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꽃은 아무리 아름답게 피어도 빠르면 며칠, 길어도 몇 달이면 금세 져버린다. 다음 해에는 또다른 새로운 꽃이 개화할 테니, 꽃이 져도 딱히 대체 못 할 것도 없다. 하지만 꽃들은 때로는 아름다움의 상징이나 아름다움 그 자체로 묘사되며, 신화 전설이나 예술작품의 소재가 되었다. 그리고 이 책은 단순히 그 사실을 나열하는 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여러 예술품에서 특정 꽃을 다루는 내용이나 시선 등을 구체적으로 언급하면서, 그 꽃 자체에 대해 수많은 작품을 아우르는 에세이를 써내려가고 있는 것이다.


장미는 아름답다는 이미지로 굉장히 유명하다. 그래서 꽃의 우두머리 같은 위상으로 묘사될 때가 많다. 반면에 오히려 자만 등의 이미지로 표상될 떄가 있다. 시선에 따라 장미가 다르게 묘사될 때가 많아서, 흥미진진하고 이채로웠다. 장미의 이미지에 정설이나 정답은 있을까? 글쎄, 굳이 절대적인 한 가지 해석만을 만들어야 할까? 그랬다면 이 책에서 소개된 작품 중 절반 이상은 사라졌을 것이다. 같은 소재를 두고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는 것은 다양하고 개성적인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는 토대 중의 하나이니까.


유럽 작품에서 꽃이 묘사되는 부분을 보면서 의미나 상징 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거나, 아예 눈에 들어오지도 않고 있는지도 잊어버렸던 경우가 종종 있었다. 그 전에 이 책을 보았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지만 지금도 늦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어쩌면 또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꽃에 대해 아무 것도 전혀 모르고 꽃이 등장하는 작품을 보았을 때의 느낌과, 알 만큼 안 뒤에 다시 그 작품을 감상할 때의 느낌을 비교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 현재 두 작품 정도 시도해보았는데, 감상이 확연하고 완연하게 달라져서 새로운 경험을 하는 느낌이다. 그만큼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뜻을 새롭게 느끼게 된 책이기도 하다.


이 책에서는 폭스글러브, 블루벨 등 한국 기준에서는 낯설게 느껴지는 꽃도 다수 다룬다. 하지만 딴세상 느낌같은 동떨어진 분위기는 딱히 느껴지지 않는다. 그만큼 꽃에 대해서 잘 모르는 사람도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친근하면서도, 더 많이 알고 싶어질 만큼 재미있게 써내려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가장 큰 매력이자 장점도 바로 이것이라고 생각한다.


덧없는 꽃의 삶은 많은 장점을 지닌 작품이다. 수많은 작품들을 방대하고 자연스럽게 언급하면서, 재미까지 갖추었고, 수수하고 청초한 이미지를 잘 살려낸 수많은 꽃 도판에는 싱그러움이 깃들어 있는 듯해서 도판을 보는 것마저도 즐겁다. 그리고 그 도판의 이미지만큼, 화려하고 거창한 재미는 없지만 바로 옆에서 일상적인 재미를 뿜어내는 듯한 수많은 꽃의 다양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무엇보다 앞서 말했듯이, 꽃에 대해 세부적이고 사전지식이 전혀 없는 사람도 꽃의 모티브가 등장하는 수많은 작품들에 대해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글이 쓰였다는 점이 단연 제일 좋았다.


꽃이 등장하는 수많은 작품과, 그 작품 속의 꽃 이야기를 두루 재미있게 펼치는 책을 읽어보고 싶다면, 이 책을 꼭 추천하고 싶다.



https://blog.aladin.co.kr/721307206/1202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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