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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범죄코드를 찾아라 - 세상의 모든 범죄는 영화 한 편에 다 들어 있다
이윤호 지음, 박진숙 그림 / 도도(도서출판) / 2020년 7월
평점 :

데이빗 핀처 감독의 범죄 스릴러 영화 '세븐'에서 서머셋 형사 역으로 나온 모건 프리먼이 영화에서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무관심이 미덕이 되는 사회,
버는 것보다 훔치는 게 쉬운 사회,
아이들에게 쉽게 좌절을 가르치는 사회...
이 영화는 한 괴물 같은 연쇄 살인범을 쫓는 두 형사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이 현대 사회가 저 괴물 같은 사이코패스 연쇄 살인범을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을 통탄하는 형사의 대사입니다. 저는 이 영화를 보는 내내, 그리고 이 영화의 참혹한 결말을 보며 도대체 왜 저 연쇄 살인범들은 어떤 이유로 저런 살인을 하며 쾌감을 느끼게 되었고 왜 남들이 자신의 범죄를 세상이 알아주기를 원할까라는 의문이 있었습니다. 내가 인생을 살면서 과연 저런 사람들과 마주할 날이 올까? 이런 범죄를 적어도 내 인생 속에서는 그저 뉴스의 한 꼭지로만 보기를 원할 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런 범죄의 가해자가 될 수도 피해자가 될 수도 있다고 합니다. 어떤 사회적 기재가 발동해서 한 평범한 인간이 가해자가 되거나 피해자가 되는지 영화를 통해 해석한 이 책 '영화 속 범죄 코드를 찾아라'에서 설명되고 있습니다.
저자인 이윤호 교수는 우리나라 최초의 범죄학 박사 학위를 받고 그 후에도 피해자학, 교정학 등 우리가 알고 있는 범죄와 관련된 심리학 분야의 최고 권위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서평을 하는 이 책 이외에도 '연쇄 살인범 그들은 누구인가' 와 같은 대중적인 범죄 심리학 저서도 많이 저술하고 계십니다. 이 책은 그의 수많은 저서 중 가장 대중적이고 쉽게 범죄 심리학을 이해할 수 있도록 영화를 이용해서 범죄 코드를 풀어 내고 있습니다. 물론 정말 쉬운 책인지는 뒤에서 이야기하겠습니다.
저자는 출판사와의 인터뷰에서 왜 영화의 범죄 코드를 활용했는지에 대한 질문에 저자는 '학술 범죄학을 설명하면 너무 어렵고 복잡하기 때문에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영화를 선택했고 범죄 문제에 가장 영향을 받는 사람들은 학자가 아닌 일반 시민이기 때문에 더욱 쉽게 설명되어야 한다'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모두 37개의 영화를 10개의 챕터로 구분해서 영화 속에 심어져 있는 다양한 범죄 코드를 분석하고 영화 속 범죄들이 실제 현실과 어떤 연관이 있고 범죄 심리학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분석해 놓았습니다. 또한 영화가 범죄를 표현하며 영화 제작자가 알게 모르게 심어놓은 여러 가지 사회적 모순, 인종 차별, 성적 차별, 계급 계층 간의 차별을 비판하며 영화가 가져야 할 올바른 사회적 책무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2012년작 '스프링 브레이커스'를 분석해 놓은 부분에서는 여성에 대한 성폭력이 은연중에 피해자인 여성의 잘못된 행실로 인한 범죄라는 인식이 심어져 있다고 비판하며 다음과 같이 이야기합니다.
'살인에는 자기방어가 있지만
강간에는 자기방어의 개념이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자신이 죽지 않기 위해서, 자신을 가해자로부터 방어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가해자를 살해하는 경우는 있을 수 있어도
자신을 방어하기 위하여 여성을 강간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
강간은 어떠한 경우라도 가해자의 책임이어야 한다'
이것을 보면 요즘 우리 사회에서 심각하게 논란이 되고 있는 성폭력에 대한 저자의 생각을 엿볼 수 있습니다. 또한 저자가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는 학문 중의 하나인 '교정'과 '처벌'에 관해서도 저의 눈길을 끌었습니다. 바로 형벌을 통한 '범죄의 억제'입니다. 범죄자에 대한 형벌의 고통을 신속하고 확실하게 가함으로써 범죄를 통한 이익보다 그 고통이 더 하다는 것을 인지하게 하는 것입니다. 그래야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보통의 일반인들이 범죄를 저지르지 않게 되는 효과도 있다고 역설합니다.(영화 '블링 링' 2013) 이 부분은 다른 법학자들이 말하는 형벌을 늘린다고 범죄가 줄지 않는다고 하는 궤변에 늘 답답했던 저의 가슴을 뻥 뚫어주기도 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며 영화 속의 범죄 코드들이 일상 속에 어떻게 녹아들어 있는지를 새삼 느낄 수 있었습니다. 다만 앞서 잠깐 언급한 것처럼 결코 쉬운 책은 아닌 것 같습니다. 우선 이 책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책 속의 영화를 다 봤어야 함은 물론이고 저자의 문체는 친절하지 않습니다. 소설처럼 아름다운 문구들로 치장한 책이 아니다 보니 군더더기 없고 단순 명료한 사실 전달과 분석을 하고 있습니다. 소설이나 에세이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다소 딱딱하다고 느끼실 만한 책이긴 하지만 범죄 스릴러류를 좋아하시거나 그런 영화를 좋아하시는 분이시라면 하나의 바이블이 될만한 책입니다. 저 역시 읽는데 어려움을 느꼈습니다. 우선 잘 알지 못하는 법률 용어들이 등장하고 더구나 제목만 알고 한 번도 보지 못한 영화 속의 코드를 설명할 땐 책을 덮어버리기 일쑤였습니다.
하지만 이 책은 한 편의 영화를 간략하게 다이제스트 하고 영화의 범죄 코드를 서너 개의 코드로 분류해놓아 영화 취향이 맞으시는 분들에겐 좋은 친구가 될듯합니다. 저도 책장에 두고 해당 영화를 볼 때마다 꺼내 볼 작정입니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이 책 곳곳에서 범죄자의 시작을 가정이라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최소한 영화 속의 범죄자들이 그런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고 합니다. 어린 시절 가정에서 학대받고 좋지 않은 환경에서 길러지는 사람들이 범죄의 DNA를 품고 자랄 수도 있고 경제적인 이유나 외적인 이유로 해체된 가정이 범죄의 시발점이 되는 예를 영화 속의 범죄자들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불우한 환경 속에서도 꿋꿋하고 올바르게 성장해 사회생활을 하는 대다수의 선량한 시민들도 있지만 영화 속 범죄자들처럼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영화를 영화로만 보자는 의견이 있고 영화는 현실의 투영이라는 또는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현실 속의 범죄를 보기도 합니다. 이런 범죄 영화들이 우리가 일상을 살아가는데 어떤 도움이 될지는 각자의 판단입니다. 하지만 이 책 '영화 속 범죄 코드를 찾아라'라는 적어도 내 주변에서 일어나는 범죄를 예방하고 범죄자들을 이해하는 것에는 확실히 도움이 될 것이고 생각합니다. 비 오는 날 으스스 한 스릴러 영화를 즐기시고 이 책의 한 챕터를 읽으시는 것도 지루한 장마를 이기는 방법이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