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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제작소 - 쇼트 쇼트 퓨처리스틱 노블
오타 다다시 외 지음, 홍성민 옮김 / 스피리투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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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유투브를 열어 'Boston Dynamics' 채널에 들어가면 2족 보행 로봇이 아크로바틱 한 재주를 넘거나 개처럼 생긴 4발의 로봇이 짐을 등에 지고 험한 길을 달립니다. 게다가 넘어지지 않고 중심을 잡으려고 순간적으로 몸을 기울이는 모습들을 볼 수도 있습니다. 소름 끼치도록 신기하기도 합니다.

이토록 우리는 10년 뒤, 20년 뒤 어쩌면 당장 내년에 상용화될 수 있는 기술들을 여러 미디어를 통해 먼저 접할 수도 있습니다. 'Boston Dynamics'처럼 매번 진보하는 자신들의 기술들을 여러 사람들과 공유하고 또 그들로부터 양질의 피드백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서 기술자들이 겪을 수 있는 과학적, 기술적 오류 이외의 철학적이고 사회적이고, 인간적인 기술의 오류를 끊임없이 수정해 나가고 있다고 합니다.

어쩌면 이 책 '미래제작소'는 진보하는 엔지니어들의 기술과 따뜻한 감성을 가진 인문가들 과의 합작품 같기도 합니다. 현시대의 사회적 이슈 중 하나인 주택난을 '원룸 카'로 해결해 보려는 첫 작품부터 내가 늘 오가던 길의 기억을 훗날 나의 자식에게도 상속할 수 있다는 감성 듬뿍한 마지막 작품까지 열 가지의 에피소드 모두 지루함이란 없습니다.

5명의 이과 출신 작가들이 만들어 낸 열 가지의 아주 짧은 단편들입니다. 열 가지 소설 모두가 단순한 미래 기술의 소개가 아닙니다. 정말 근미래, 10년 안에는 모두 상용화될 것만 같은 기술들로 사회가 그리고 인간이 어떤 혜택과 기쁨을 누리고 사는지를 묘사하고 있습니다. 또 기술의 발전이 정말 인간을 행복하게 할 수 있는지도 묻고 있습니다. 8번째 소설인 '사막의 기계공'은 이동 수단이 자동화되어 퇴화 되어가고 있는 인간의 걷기 능력에 대해 과하지(?) 않게 비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유명한 로봇 공학자인 데니스 홍이 추천사를 써줬다는 것도 이 책에 대한 기대를 더 하게 만드는 요소이기도 합니다. 추천사에서도 그가 이야기 했듯이 정말 그 시대가 온다면 나는 어떤 모습일까 궁금해지기도 합니다. 우리 부모님처럼 우리에겐 너무나 간단한 핸드폰 조작도 힘들어 하듯이 우리도 그 시대에 너무나 당연한 것들에 당황하고 힘들어하지 않을까 상상하기도 합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미래가 암울합니다. 어쩌면 이 질병과 인류는 함께 살아야 할지도 모른다네요. 매일 뉴스에서 들려오는 bad news가 점점 우울하게 만듭니다.

하지만 우리 인류의 미래는 그렇게 암울하지만 않습니다. 왜냐하면 언젠가 우린 그 방법을 찾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것이기 때문입니다. 수많은 환란으로부터 우리가 생존해왔던 역사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이 책의 작가들이 이야기한 미래의 삶을 만드는 과학자들을 믿어야 할 때입니다.

암울한 미래 말고 신나고 희망이 있는 미래를 상상하고 싶으시다면 '미래제작소'를 읽어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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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세상을 지배할 때 미스티 아일랜드 Misty Island
정명섭 지음, 산호 그림 / 들녘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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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팬데믹이란 그야말로 재난 소설 속의 이야기로만 알았습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 지구는 코로나19라는 바이러스로 인해 진짜 팬데믹 상황에 놓여 있고 영화처럼 불과 몇 개월 만에 순식간에 칠십만 명이 넘는 사망자가 나오고 있습니다. 확진자는 2천만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흔히 좀비 재난 영화에서 걷잡을 수없이 번지는 좀비 바이러스 전염을 보며 설마 저렇게 기하급수적으로 전염이 되겠어?라고 의심했지만 충분히 방어를 하고 비교적 수동적 전염인 이 코로나 바이러스보다 더 공격적인 좀비 바이러스라면 그 전염 속도가 결코 소설 속의 허구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을 갖게 됩니다. 아, 물론 좀비 바이러스 자체는 허구이지만요.

정명섭의 장편소설인 '그들이 세상을 지배할 때'는 '반도' '#살아있다' 같은 한국산 좀비 영화가 개봉된 요즘 아주 시기적절하게 출간된 좀비 재난 소설입니다. 책 표지 일러스트가 우주복을 입은 주인공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서 sf 적 느낌이 강하지만 주된 내용은 현세대의 주인공이 좀비와 사투를 벌이며 적어 놓은 일기를 100년이 지난 후 지구에 도착한 인류가 읽게 되는 내용이라 작가가 설정해 놓은 미래 세계관과 현시대가 공존하는 구성입니다.

알 수 없는 원인으로 좀비 바이러스(아칸소 독감)가 창궐하고 인류는 생존자들을 꾸려 우주로 대피합니다. 인류는 우주로 대피하자마자 늘 그렇듯 우주에 피난을 가서도 두 파로 갈리게 되죠. 우주에서 새로운 식민지를 더 개발하며 새로운 세상을 살자는 우주파와 다시 지구로 돌아가 인류의 고향인 지구를 재건하자는 지구파로 갈리게 됩니다. 지구파의 일원으로 100년 만에 지구에 선발대로 들어온 K-기준은 지구에 도착하자마자 지구에 아직도 생존해있는 좀비들과 전투 중에 한 지하 공간에서 한 생존자의 일기를 발견하게 됩니다.


그 생존자는 이대 근처의 한 카페에서 알바를 하던 청년으로 자신이 일하던 카페를 요새로 구축하고 좀비 팬데믹 속에서 생존을 위한 사투를 벌였습니다. 아는 동생들과 함께 점점 망가져가는 이 도시 속에서 계엄군의 눈을 피하고 좀비들을 피하면서 꽤 오랜 시간 생존해가며 일기를 씁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좀비로부터 시민들을 사수하던 계엄군이 민간인을 학살하고 또 그 와중에 쿠데타가 일어나면서 쿠데타 군과 계엄군이 전투를 하게 됩니다. 그로 인해 수많은 군인들이 서로 죽고 죽이고 좀비에게 당하는 비극을 목격하며 함께 요새를 지키던 동생들과 함께 주인공도 정신적으로 점점 피폐해져 가는데... (더 이상은 스포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J.L 본의 소설 '하루하루가 세상의 종말'도 일기 형식으로 되어있습니다. 전지적 작가 시점이 아닌 '나'가 쓴 일기를 통해 세상을 종말을 그리고 있는데 꽤나 몰입감이 있습니다. 이 소설 '그들이 세상을 지배할 때'도 앞뒤에는 지구를 다시 찾은 인류의 모습과 일기를 통해 전하는 세상의 종말 과정이 상세하게 묘사되고 있습니다. 욕심 같아서는 지구에 도착한 인류가 지구에 정착하는 모습이 더 상세하게 그려지고 일기의 주인공이 생존해 가는 모습이 더 자세하고 길게 묘사가 되었더라면 좀 더 흥미 있는 서사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생깁니다.


그래도 일기의 내용은 실제 이런 팬데믹에서 발생할 수 있을 것 같은 사건들이 벌어지고 지명이나 인물 설정이 한국적이라 더 실감 나게 읽힙니다. 또 SF와 재난 소재가 적절하게 배치된 이 소설은 '부산행'의 연상호 감독이 추천을 할 만큼 독특하고 재미있어 아마 이런 유의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반나절만에 읽을 수 있을 만큼 사건의 전개가 빠릅니다. 오래간만에 읽은 좀비 소설, '그들이 세상을 지배할 때'는 한국산 좀비 소설이라 더 실감 났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렇게 재미있고 독특한 소재의 영화나 소설, 웹툰 등 좋은 창작물들이 앞으로도 많이 나왔으면 합니다. 더불어 이 코로나도 빨리 우리에게서 사라져갔으면 좋겠습니다. 저 소설 속의 좀비들처럼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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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범죄코드를 찾아라 - 세상의 모든 범죄는 영화 한 편에 다 들어 있다
이윤호 지음, 박진숙 그림 / 도도(도서출판)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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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이빗 핀처 감독의 범죄 스릴러 영화 '세븐'에서 서머셋 형사 역으로 나온 모건 프리먼이 영화에서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무관심이 미덕이 되는 사회,

버는 것보다 훔치는 게 쉬운 사회,

아이들에게 쉽게 좌절을 가르치는 사회...


       이 영화는 한 괴물 같은 연쇄 살인범을 쫓는 두 형사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이 현대 사회가 저 괴물 같은 사이코패스 연쇄 살인범을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을 통탄하는 형사의 대사입니다. 저는 이 영화를 보는 내내, 그리고 이 영화의 참혹한 결말을 보며 도대체 왜 저 연쇄 살인범들은 어떤 이유로 저런 살인을 하며 쾌감을 느끼게 되었고 왜 남들이 자신의 범죄를 세상이 알아주기를 원할까라는 의문이 있었습니다. 내가 인생을 살면서 과연 저런 사람들과 마주할 날이 올까? 이런 범죄를 적어도 내 인생 속에서는 그저 뉴스의 한 꼭지로만 보기를 원할 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런 범죄의 가해자가 될 수도 피해자가 될 수도 있다고 합니다. 어떤 사회적 기재가 발동해서 한 평범한 인간이 가해자가 되거나 피해자가 되는지 영화를 통해 해석한 이 책 '영화 속 범죄 코드를 찾아라'에서 설명되고 있습니다.


       저자인 이윤호 교수는 우리나라 최초의 범죄학 박사 학위를 받고 그 후에도 피해자학, 교정학 등 우리가 알고 있는 범죄와 관련된 심리학 분야의 최고 권위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서평을 하는 이 책 이외에도 '연쇄 살인범 그들은 누구인가' 와 같은 대중적인 범죄 심리학 저서도 많이 저술하고 계십니다. 이 책은 그의 수많은 저서 중 가장 대중적이고 쉽게 범죄 심리학을 이해할 수 있도록 영화를 이용해서 범죄 코드를 풀어 내고 있습니다. 물론 정말 쉬운 책인지는 뒤에서 이야기하겠습니다.


       저자는 출판사와의 인터뷰에서 왜 영화의 범죄 코드를 활용했는지에 대한 질문에 저자는 '학술 범죄학을 설명하면 너무 어렵고 복잡하기 때문에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영화를 선택했고 범죄 문제에 가장 영향을 받는 사람들은 학자가 아닌 일반 시민이기 때문에 더욱 쉽게 설명되어야 한다'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모두 37개의 영화를 10개의 챕터로 구분해서 영화 속에 심어져 있는 다양한 범죄 코드를 분석하고 영화 속 범죄들이 실제 현실과 어떤 연관이 있고 범죄 심리학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분석해 놓았습니다. 또한 영화가 범죄를 표현하며 영화 제작자가 알게 모르게 심어놓은 여러 가지 사회적 모순, 인종 차별, 성적 차별, 계급 계층 간의 차별을 비판하며 영화가 가져야 할 올바른 사회적 책무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2012년작 '스프링 브레이커스'를 분석해 놓은 부분에서는 여성에 대한 성폭력이 은연중에 피해자인 여성의 잘못된 행실로 인한 범죄라는 인식이 심어져 있다고 비판하며 다음과 같이 이야기합니다.

'살인에는 자기방어가 있지만

강간에는 자기방어의 개념이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자신이 죽지 않기 위해서, 자신을 가해자로부터 방어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가해자를 살해하는 경우는 있을 수 있어도

자신을 방어하기 위하여 여성을 강간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

강간은 어떠한 경우라도 가해자의 책임이어야 한다'


       이것을 보면 요즘 우리 사회에서 심각하게 논란이 되고 있는 성폭력에 대한 저자의 생각을 엿볼 수 있습니다. 또한 저자가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는 학문 중의 하나인 '교정'과 '처벌'에 관해서도 저의 눈길을 끌었습니다. 바로 형벌을 통한 '범죄의 억제'입니다. 범죄자에 대한 형벌의 고통을 신속하고 확실하게 가함으로써 범죄를 통한 이익보다 그 고통이 더 하다는 것을 인지하게 하는 것입니다. 그래야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보통의 일반인들이 범죄를 저지르지 않게 되는 효과도 있다고 역설합니다.(영화 '블링 링' 2013) 이 부분은 다른 법학자들이 말하는 형벌을 늘린다고 범죄가 줄지 않는다고 하는 궤변에 늘 답답했던 저의 가슴을 뻥 뚫어주기도 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며 영화 속의 범죄 코드들이 일상 속에 어떻게 녹아들어 있는지를 새삼 느낄 수 있었습니다. 다만 앞서 잠깐 언급한 것처럼 결코 쉬운 책은 아닌 것 같습니다. 우선 이 책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책 속의 영화를 다 봤어야 함은 물론이고 저자의 문체는 친절하지 않습니다. 소설처럼 아름다운 문구들로 치장한 책이 아니다 보니 군더더기 없고 단순 명료한 사실 전달과 분석을 하고 있습니다. 소설이나 에세이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다소 딱딱하다고 느끼실 만한 책이긴 하지만 범죄 스릴러류를 좋아하시거나 그런 영화를 좋아하시는 분이시라면 하나의 바이블이 될만한 책입니다. 저 역시 읽는데 어려움을 느꼈습니다. 우선 잘 알지 못하는 법률 용어들이 등장하고 더구나 제목만 알고 한 번도 보지 못한 영화 속의 코드를 설명할 땐 책을 덮어버리기 일쑤였습니다.


       하지만 이 책은 한 편의 영화를 간략하게 다이제스트 하고 영화의 범죄 코드를 서너 개의 코드로 분류해놓아 영화 취향이 맞으시는 분들에겐 좋은 친구가 될듯합니다. 저도 책장에 두고 해당 영화를 볼 때마다 꺼내 볼 작정입니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이 책 곳곳에서 범죄자의 시작을 가정이라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최소한 영화 속의 범죄자들이 그런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고 합니다. 어린 시절 가정에서 학대받고 좋지 않은 환경에서 길러지는 사람들이 범죄의 DNA를 품고 자랄 수도 있고 경제적인 이유나 외적인 이유로 해체된 가정이 범죄의 시발점이 되는 예를 영화 속의 범죄자들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불우한 환경 속에서도 꿋꿋하고 올바르게 성장해 사회생활을 하는 대다수의 선량한 시민들도 있지만 영화 속 범죄자들처럼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영화를 영화로만 보자는 의견이 있고 영화는 현실의 투영이라는 또는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현실 속의 범죄를 보기도 합니다. 이런 범죄 영화들이 우리가 일상을 살아가는데 어떤 도움이 될지는 각자의 판단입니다. 하지만 이 책 '영화 속 범죄 코드를 찾아라'라는 적어도 내 주변에서 일어나는 범죄를 예방하고 범죄자들을 이해하는 것에는 확실히 도움이 될 것이고 생각합니다. 비 오는 날 으스스 한 스릴러 영화를 즐기시고 이 책의 한 챕터를 읽으시는 것도 지루한 장마를 이기는 방법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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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외상센터 : 골든 아워 1~5 세트 - 전5권
한산이가 지음 / 몬스터(다산북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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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에 연재되었던 그 외상센터 이야기군요. 그땐 띄엄띄엄 읽었었는데 세트로 나왔네요. 근데 가격 압박이...ㅜㅜ 읽을 날이 오겠죠. 기대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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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장례식장 직원입니다
다스슝 지음, 오하나 옮김 / 마시멜로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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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하게도 비슷한 시기에 다스슝의 '나는 장례식장 직원입니다'와 홍자연의 '나는 크루즈 승무원입니다'를 읽게 되었습니다. 제가 직업을 찾는 취준생도 아니고 갑자기 남의 직업 세계를 엿보게 되었네요.

다스슝의 '나는...'은 대만의 익명 커뮤니티 사이트인 PTT에 연재되었던 다스슝의 글을 책으로 엮은 것입니다. PTT는 우리나라로 치자면 디씨인사이드와 비슷하게 여러 가지 카테고리로 나누어져 있는 익명사이트라고 합니다. 재미있는 유머부터 야한 이미지와 동영상까지 올리고 정보를 주고받는 사이트인 이곳에 스스로 뚱뚱한 오타쿠라고 칭하는 저자 다스슝이 대만의 한 장례식장에서 일하며 겪고 느낀 일화들을 짧은 에세이 형식을 빌려 쓴 글들입니다.

저의 개인적인 느낌입니다만 출판사 서평에서 말한 것 같은 포복절도할 만한 유머는 없습니다. 장례식장이라는 곳이 가장 엄숙해야 하고 대부분 슬프고 때로는 몹시 화가 난 사람들이 소리를 지르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감정은 애처롭고 안타깝다입니다. 유독 많이 등장하는 자살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그렇습니다. 저자는 자살한 사람들의 마음을 왕따를 당하던 자신의 과거를 비춰보며 '오죽했으면' 이라고 이야기 하지만 결국 그 모든 짐을 남아있는 이들에게 모두 짊어 지우고 자기는 사라져 버리는 나쁜 행동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에필로그에서 밝힌 것처럼 그 역시 아버지에게 학대 당하고 순탄하지 않은 인생을 살아왔지만 그래도 꿋꿋하게 장례식장의 '작은 뚱보'로 열심히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 책은 총 5개의 챕터로 나누어져 있는 56개의 짧은 에피소드들입니다. 짧으면 2, 3페이지, 길면 4, 5페이지 정도로 짧지만 우리가 흔히 접하지 못하는 대만의 장례식장이라는 무대의 뒷이야기를 볼 수 있어 특이했습니다. 특히 한 개의 챕터는 장례식장에서 일어나는 기이하고 무서운 이야기도 담고 있죠. 또 의외로 죽은 자의 모습에 대한 상세한 묘사가 가끔씩 불쑥불쑥 튀어나와 깜짝 놀라기도 합니다. 초반부에서 이런 묘사들 때문에 좀 거북한 느낌이더니 웃기게도 이런 것들을 글로 마주하는데도 불구하고 또 점점 이런 묘사에 무디어지는 게 희한했습니다. 그래서 이런 장례식장에서 일을 하는 사람들도 처음에 시체를 보면 기겁을 하다가 점점 아무렇지도 않게 되는가 봅니다.

실제로 이 책의 저자인 다스슝의 외모가 뚱보에 오타쿠 일지, 정말 실제로 장례식장에서 일하며 쓴 책 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정말로 그렇다면 결코 가볍지 않은 소재를 가벼운 문체로 담담하게(저의 관점으로는...) 풀어낸 에세이고 만약 이 모든 것이 작가의 상상이나 장례식장에서 일하는 지인에게 듣고 쓴 글이라면 정말 대단한 이야기꾼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왜냐하면 짧지만 이 책의 에필로그를 읽어보면 앞부터 주욱 써내려 왔던 작가의 인생을 대하는 태도가 에필로그와는 사뭇 다르게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아마 제가 이런 느낌을 받게 된 것은 저자가 처음 글을 올린 곳이 인터넷 커뮤니티라는 매체이기 때문에 글에서 드러나는 어느 정도의 가벼움 때문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자기는 뚱보에 오타쿠라고 자학하는 저자이지만 '적어도 나는 책을 한 권 써냈거든요'라고 자신을 학대한 아버지에게 일갈했듯이 적어도 세상을 열심히 살아가며 또 이것을 기록으로 남길 만큼 대단한 포텐셜을 지닌 이 젊은이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아무쪼록 이 책이 그에게 유일한 작품이 아니고 또 다른 재미난 경험을 글로 남겨 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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