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 스페이스 - 나를 치유하는 공간의 심리학
에스더 M. 스턴버그 지음, 서영조 옮김, 정재승 감수 / 더퀘스트 / 2020년 4월
평점 :
절판


나를 치유하는 공간의 심리학

힐링 스페이스

에스더 M.스턴버그지음

/ 서영조 옮김 / 정재승 감수 

/ 더 퀘스트 출판


힐링 스페이스!

제목을 듣는 순간 묘한 끌림을 느꼈습니다.

어떤 공간 자체만으로 치유가 되는 경험, 사실 누구나 한 번쯤은 해봤음직한 경험일 텐데요.

그런데 그게 단순히 한 개인의 느낌, 일회성의 기분이 아니라 어떤 근거가 있다고 얘기하는 책이라니!

그 내용이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저자인 에스더  M. 스턴버그 M.D.는 미국 국립보건원과 국립보건원 산하 국립정신보건원에서 재직했다고 합니다.

현재는 애리조나주립대학교 앤드루웨일 통합의학센터 연구소장과 '장소, 웰빙 및 성과 연구소'설립 소장을 맡고 있으며 같은 대학의 의학 및 심리학과 겸직교수로 재직 중이라고 합니다.

의학과 심리학과에서 동시에 교수로 활동한다니!

간단한 프로필만 봐도 인간의 심리와 뇌에서의 작용에 대한 저자의 엄청난 식견이 이해가 갑니다.

 


책은 총 3장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1부> 치유가 시작되는 곳, 당신의 머릿속

에서는 신경건축학의 태동을 중심으로 특정한 건물이나 공간 자체가 인간의 내면을 치유할 수 있다는 것이 이미 과학으로 입증됐음을 조목조목 설명하고 있습니다.

때로는 직관적이고 누구나 경험해봤음직한 사례를 통해, 때로는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실험 내용 등을 소개하면서 저자는 우리가 삶을 살아가면서 간간히 느끼곤 하던 공간 안에서의 치유가 한 개인의 경험만이 아니라, 모든 인간에게 보편적으로 작용되는 과학적 원리임을 설파합니다.

 


이 책은 편집상 제법 독특한 점이 있는데요.

바로 위 사진에서처럼 특정한 내용들에 이렇게 물결 밑줄이 그어져 있다는 사실입니다.

원래 책을 읽을 때 밑줄을 그으며 읽는 걸 좋아하는 저로서는 아주 반가웠습니다.

밑줄을 긋고 싶은 대목대목마다 이미 밑줄이 그어져 있으니 형광펜을 들었다 놨다 할 일이 한결 줄어들더군요.

신경견축학!

이 책을 접하기 전에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용어인데요.

한마디로 건물이나 공간이 뇌 작용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연구하는 분야입니다.


사실, 이런 생각은 어제 오늘 생겨난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오 헨리의 <마지막 잎새>도 생각이 나죠.

1부의 2장 역시 바로 이 부분을 언급힙니다.

"우리가 보는 것이 우리를 치유한다!"

파트에서는 이런 보편적 믿음이 뇌과학적으로 어떻게 입증되는지를 꼼꼼히 설명하고 있기도 하죠. 


저는 개인적으로 우리 전통 문화의 태교의 구절도 생각났는데요.

저희 엄마가 제가 아이들을 임신했을 때마다 정말 귀에 딱지가 앉도록 자주 해준 말이라서 그런 지도 모르겠습니다.

바로 좋은 것만 보고 좋은 생각만 하라는 말, 다들 들어보셨죠?

그렇게 좋은 것을 보고 좋은 생각을 하는 것만으로도 자신을 정화하고 그 정화된 기운이 내 몸 속의 태아에게 고스란히 전달돼 고운 심성의 반듯한 아이가 태어날 수 있다는 전통의 믿음 역시 결국은 같은 맥락의 이야기란 생각이 들더군요.

 

<2부 공간과 미술이 빚어내는 마술>에서는

특정한 공간 안에서 인간이 어떤 감정을 느끼고 뇌가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미국의 일부 요양원 등에 직접 적용하는 사례도 있다고 소개하고 있는데요.

개인적으로 이런 노력들이 보다 광범위하게 확산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제법 많은 사람들이 병원에서의 치료라는 행위가 환자 중심이 아니라 치료자, 즉 의사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음을 비판해 왔는데요. 이제 그 시선을 치료행위 뿐 아니라 공간에까지 적용해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요즘은 소아과들은 조금씩 이런 개념을 도입해서 아이들이 겁부터 먹고 거부하는 공간이 되지 않도록 인테리어에 신경을 쓰기도 하는데요. 네모 반듯하고, 온통 하얀색으로 색칠돼 있고 경직된 느낌만 강하게 주는 과거의 병원 공간은 위압감과 공포감만 더 키워준다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예전부터 해 왔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3부 힐링 스페이스를 찾아서>에서는

사람들이 산티아고 순례를 하는 것만으로 강렬한 기적의 치유를 경험하는 이야기로부터 시작됩니다.

그리고 제가 앞서 언급한 것처럼 병원들이, 도시가 보다 치유학적 관점에서 바뀌어야 할 방향 등에 대해서도 설명하고 있습니다.


책을 읽고 나서 개인적으로 나는 어떤 곳에서 힐링을 느낄까 곰곰히 생각해 봤는데요.

제게 있어서 힐링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산 중 고즈넉한 절간이 먼저 떠오릅니다.

어린 시절부터 숨을 헐떡이며 찾아간 산 속 사찰..

그곳에서 기도를 시작하는 엄마 옆에서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차가운 법당 마룻바닥에 앉아 더위를 식히던 기억..

그리고 알싸~한 향 타는 냄새와 뭐라고 말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낮게 계속 중얼거리는 엄마의 염불 외는 소리..

형제들은 그 시간을 아주 지겨워했지만 저는 멍하니 절을 했다가 염불을 외다가 오랜 시간 기도를 하는 엄마 옆에 앉아서 법당 안을 둘러보고 멍하니 있곤 했던 그 시간들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몸의 긴장이 이완되고 굳어 있던 입가에 슬그머니~ 미소가 지어지곤 하는 걸 느끼곤 했는데요.

어디에 소속되지도 않았고, 꾸준히 찾아가지도 않지만 답답한 일이 있거나 마음이 힘든 일이 생기면 절을 찾아 멍하니 앉아 있다 오곤 했던 오랜 제 습관이 이 책을 통해 비로소 타당한 이유가 있음을 알게 됐는데요. 엄청난 불교신자는 분명 아니지만, 제가 불교를 사랑하는 이유는 그 공간들이 제게 주는 치유의 힘에 있었다는 것을 말아죠.


보다 많은 현대인들이 일상생활 속에서 치유의 힘을 얻을 수 있는 공간들이 더 많이 생겨날 수 있도록 하려는 게 저자의 의도가 아닐까 싶은데요. 이런 생각이 꼭 널리 전파되길 저도 희망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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