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비뽑기 엘릭시르 미스터리 책장
셜리 잭슨 지음, 김시현 옮김 / 엘릭시르 / 2014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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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조이스 캐롤 오츠가 좋아한다는 이야기에 구입했다. 사실 요즘 구매하는 책마다 번역과 오탈자에 고생을 했던 터라, 번역서를 구매하기가 망설여졌지만 번역자인 김시현씨가 번역한 매카시 국경 삼부작, 핏빛 자오선 들을 괜찮게 읽어서 일단 구매. 살모사의 피를 찍어 빗자루 끝으로 쓴, 20세기 영문학의 마녀라는 수식에 궁금증이 일기도 했다.

 

2. 거의 마지막에 실린 제비뽑기부터 읽기 시작했는데, 읽을 때는 심드렁하니 '그 땐 엄청 좋았나본데, 글쎄 작금에 와서는 그렇게까지 엄청나게 의미가 있나, 더욱 과격한 알레고리를 사용하는 소설(예를 들어 공개 증오대회라든가, 비슷한 시대 소설이지만 보르헤스의 바빌로니아의 복권) 들도 많잖아?' 싶었지만 읽고 몇 시간쯤 손끝에 가시가 박힌 것처럼 불편했다. 그러나 제비 뽑기의 불편함은 다른 단편들에 비하면 불편한 것도 아니었다는, 무척이나 더욱 불편한 진실.

 

3. 동생을 잔인하게 죽이는 방법을 속삭이는 푸른 옷의 노인이 나오는 마녀나, 닭을 잡아 죽인 개를잔인하게 죽이는 법을 알려주는 마을 사람들이나, 그 말을 듣고 천진난만하게 개와 놀아주면서 살해법을 구구절절하니 읊어대는 아이들, 젊은 시절 가난함으로 책을 읽지 못했다는 열등감에 찌든 부자는 친절하게 책을 소개해준 대학생 청년이 가장 원하던 책을 가로채가고, 흑인에게 호의를 베풀었다는 이유로 마을에서 소외되는 과부, 현재와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열등감에 시달리며 그 분노를 일상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에게 푸는 여성 등등 단편 단편 모두 너도 속마음은 이 사람들하고 별 차이 없잖아, 이렇게 남루한 정신상태를 지니고 있잖아, 라고 들이대는 것 같아서 무척이나 독서가 우울했다. 면전에 너도 똑같아, 라고 외치는 책은 힘들다.

 

4.  맨스필드 단편의 지옥버전을 읽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맨스필드가 연옥에서 일상의 아이러니와 불편함을 툭툭 드러내주는 작가라면 셜리잭슨은 지옥에 앉아서 일상의 사악함을 펼쳐보이는 감각.

 

5 읽은 직후보다 독서 후 일상을 영위할 때 문득문득 생각나는 소설이다.

 

6. 우리들은 언제나 성에 살았다를 읽을 차례인데, 이번에 구입한 책들이 다는 아니라도 상당수  지옥불에서 활활 불타는 책이라 쉽게 읽을 용기가 안난다. 

 

 

.........이번에 구입한 책, "별도 없는 한밤에"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누가 후계자를 죽였는가."" 부서진 사월." "돌의 연대기." "우리들은 언제나 성에 살았다." "선셋 리미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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