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뿔싸, 난 성공하고 말았다
김어준 외 지음, 김창남 엮음, 현태준 그림 / 학이시습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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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뿔싸'라는 단어가 지금까지 책 제목에 쓰인 일이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독특한 제목입니다. 산에 단풍 든 듯 울긋불긋한 책 표지도 독특한 제목과 잘 어울리고요. 그 표지에 박힌 이름들의 면면도 김어준부터 신경민까지, 호기심을 자아내기에 충분합니다. 책을 읽기도 전에 제목과 표지만 보고 '이거, 물건이겠는데? 재밌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을 보니 '반쯤 먹고 들어갔다'고나 할까요. 설라무네, 기대했던만큼 책은 재미있습니다. 아니, 솔직히 기대보다는 사알짝 못 미친다고 해야겠네요. 일단 너무 짧아요. 빨리 끝나요. 그래서 아쉬워요. 더 읽고 싶은데, 더 듣고 싶은데...

외할머니에게서 재미있는 옛날 이야기 들었던 기분이 나요. 사람들이 두런두런 옆에서 자기 이야기 들려주는 것만큼 재미있는 것이 있을까요. 강연 형식의 글을 고스란히 입말을 살려 책에 실었기 때문에 편안하게 잘 읽혀요. 그렇지만, 앞에서도 얘기했듯이 너무 잛아요. 강연을 옮겨서 그렇겠지만, 한 사람 한 사람의 인생을 너무 짧게 요약해서 듣는 기분이랄까. 조금 더 싶도 깊게, 조금 더 자세하게 듣고 싶은데...'요점정리' 듣는 기분이어서 아쉽더군요. 그만큼 그들의 이야기는 하나 하나 신선하고 새롭고 재미있었거든요. '이렇게 다양한 삶, 생각, 일들이 있구나. 정말 이 사람만의 개성이 담뿍 녹아있구나.'하는 느낌.

이름만 들으면 알만한 기업인이나 교수, 의사같은 사람들이었다면 이렇게 재미있지 않았겠죠. '나 어릴 때부터 완전 모범생에 엄친아에 수재였고, 명문대 나와서 잘 먹고 잘 살고 있다네.' 하는, 뻔한 성공담이라면 널리고 널렸고, 토할 정도로 많이 보고 있으니까요. 이 책의 차별점과 개성은 바로 '다른 성공'을 이야기하고 있다는 겁니다. 광고인 이용찬/앵커 신경민/아나운서 고민정 정도 빼고, 이 책에 나온 이들은 흔히 말하는 '주류'에서 조금 먼 사람들이죠. 김어준, 고재열, 전성원 등은 보수적인 사람들 눈에 '삐딱선'을 탄 인물들로 보일 겁니다. 세상이 가라는 길에서 악착같이 벗어나 갈지자로, 비틀비틀 자기가 원하는 방향으로 걸어간 사람들이니까요.

이야기 속에서 가장 감명 깊었던 이야기는 '바람구두연방의 문화망명지' 주인공 전성원 씨. 가끔 들여다볼 때마다 그 '블로그같지 않게 놀라운 지적수준과 깊이의 아우라'에 압도당했던 바람구두연방의 주인이 바로 이 사람이었다니. 더군다나 [황해문화]까지 만들고. 학력과 가방끈의 세계와 무관하게 살아왔으면서도, 진짜 몸과 마음으로 익힌 지식, 지혜, 세계관을 가진 전성원 씨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지식'이란 학력과 지능과는 전혀 다른 것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진짜 지식, '앎'에대한 지극한 사랑과 정성과 마음과 혼을 읽었지요. 반이정 씨에게서도 마찬가지로.

'이렇게 사는 사람도 있구나, 이렇게 살 수도 있구나'에서 그치지 않고 '이렇게 살아야겠구나'를 알려준 이들. [아뿔싸-]에 나오는 모든 주인공들은 그 자체로 우리에게 하나의 길을 제시해주고 있습니다. '돈/명예/학벌/부동산'밖에 없는, 지독하게 재미없고 획일화된 삶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이토록 재미나고 신기하고 놀라운 삶이 펼쳐진다는 것을 알게 돼서 기쁩니다. 앞으로 더 많은 김어준, 전성원, 반이정들을 만나고 싶어요. 아뿔싸 2권, 3권에서 더 새롭고 재미나고, 누구도 해치지 않고 아프지 않은 그런 삶의 길들을 만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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