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스바루 - 뉴욕 촌놈의 좌충우돌 에코 농장 프로젝트
덕 파인 지음, 김선형 옮김 / 사계절 / 2009년 9월
평점 :
절판


[굿바이, 스바루]란 제목은 이 책이 이야기하고 싶은 모든 것을 담고 있습니다. 스바루는 책에 나온 대로 '잔고장 없이 튼튼하기로 소문난 일제 자동차로, 주인공과 12년 동안 고락을 함께 했던 친구'입니다. 자동차, 현대 사회를 상징하는 대표 주자이지요. 극과 극의 평가를 받는 물건이기도 하고요. 편리함, 기술의 총체, 빠르고픈 인간의 욕망의 발현이 긍정적인 평가라면, 그 뒷면에는 화석 에너지를 미친 듯이 잡아먹어 지구를 파괴하는 장본인, 거리에 공해를 뿌리고 다니는 독극물, 공동체를 파괴하는 이기적인 물건, 편리함의 얼굴을 뒤집어쓰고 사람의 건강을 야금야금 해치는 기계라는 부정적인 평가가 뒤따릅니다. 요즘은 긍정보다는 부정적인 평가가 압도적인 것 같고요. 심지어 '자동차 버리기 운동' 같은 것이 벌어질 정도이니까요.

나라가 작고 대중교통이 굉장히 잘 발달한 우리나라의 경우(물론 서울-수도권의 경우이지만. 다른 지역으로 가면 시내버스 타기 힘들어요. ㅜㅜ) 개인 자동차 없이도 충분히 살 수 있습니다. 그러나 미국같이 땅덩이 큰 나라에서 자동차는 사람에게 두 번째 발이나 마찬가지라더군요. 자동차로 몇십 분을 달려 월마트로 간 뒤, 미로같은 쇼핑몰을 누비고 다니며 필요도 없는 물건들을 양팔 가득 사들고 나와 온 집안에 쟁여놓은 뒤 결국 다 못 쓰고 버리는 삶. 그것이 우리가 알고 있는 '표준 미국인'의 삶입니다. 열여섯 살만 되면 당연히 운전면허를 따야 하고, 성년이 되면 개인 자동차를 선물받는 나라 미국. 미국인의 삶에서 자동차란 '탈 것' 이상의 의미, 삶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것일 겁니다.

그 점에서 아쉬웠어요. 저는 제목만 보고, 덕 파인이 '자동차가 아예 없는 삶'을 사는구나 싶었거든요. 거기가 미국, 그것도 사막 지대의 농장이란 사실을 알지 못한 채 말이예요. 이왕 생태적인 삶을 살기로 결심했으니, 자동차까지 버렸으면 얼마나 좋으랴 싶지만, 그것은 내 바람일뿐, 그 보고 죽으라 할 수는 없으니까요. 석유가 아닌 폐식용유 자동차로 바꾼 것만으로도 대단한 용기요 혁명적인 시도인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탄소 배출량 세계 1위, 지구 온난화의 주범, 북극곰과 투발루(남태평양에 있는 작은 섬으로, 해수면이 높아져 나라가 거의 가라앉을 위기에 처했지요. 투발루 사람들은 '기후 난민'의 신세가 되어 다른 나라들로 망명을 떠나야 한답니다. ㅜㅜ) 주민들의 평생 보금자리를 빼앗는 데 가장 공헌한 미국에서 말이죠.

책에서 덕 파인의 생태적인 삶은 아직 시작과 실험 단계입니다. 사랑스러운 염소 두 마리는 아직 새끼를 낳지 않았고, 자급자족은 텃밭에서 자라는 채소들로 시작했지요. 태양열 장치는 여전히 보강해야 하고요. 집도 농장도 생활도, 끊임없이 가꾸고 고치고 만들고 손질해줘야 합니다. 아니, 애초에 생태적인 삶에 완성은 없겠지요. 물건을 싸서 쓰고 필요없어지면 버리고 또 사다 쓰는 '월마트형 소비 생활'을 벗어나려는 시도만으로도 불편함에 한 발짝 다가서는 길임을, 덕 파인이라고 왜 모르겠습니까? 그 편이 훨씬 싸고 편하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요.

하지만 분명한 것은, 우리가 이렇게 값싸고, 편하고, 손쉽게 '사고 쓰고 먹고 버리는' 삶을 아무런 의심과 반성 없이 계속해나간다면, 우리의 삶은, 우리의 지구는 조만간 끝장나버린다는 사실입니다. 북극이 녹는 것은 북극만의 일이라고요? 투발루가 가라앉는 것은 투발루 사람들의 운이 없어서라고요? 아직도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정말 슬픈 일입니다. '아무리 위기라고는 하지만, 설마 나 살아있는 동안에 지구가 멸망하기라도 하겠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정말 안타까운 일입니다. 그렇게 생각하는 나와 여러분 덕에 석유 재벌들, 월마트같은 대형 쇼핑몰들은 미친 듯이 돈을 벌고, 우리가 먹고 쓰는 물건을 만들어내는라 노예노동에 시달리는 수많은 지구촌 사람들은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니까요.

누구나 다 귀농/귀향을 꿈꿀 수는 없습니다. 먹고 사는 문제가 걸려 도시에서의 삶을 죽어도 벗어나지 못하는 이들도 있을 겁니다. 모두들 때려 치고 덕 파인처럼 시골로 달려가 농장을 만들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지금 이 삶에서도 분명 '바꿀 수 있다'는 사실 아닐까요? 조금 비싸더라도 유기농과 친환경 농산물을 먹고, 가급적이면 출처 불분명한 수입 농산물 말고 우리나라, 가까운 지역에서 난 먹을거리를 찾고, 스티로폼 상자에 텃밭도 가꿔보고, 패스트패션 같은 건 멀리 하고, 급한 일 아니면 자동차는 되도록 타지 말고, 대형 마트 습관적으로 가지 말고...등등...

덕 파인도 얘기하고 있잖아요. 환경을 이야기하는 후보를 선거에서 뽑아라! 삶에서 실천할 수 있는 생태 방안들을 실천하라! 라고요. 저는 미국식 삶, 미국식 생각들을 참으로 싫어하고 경멸하는 사람이지만, 요거 하나는 참 부럽더군요. 땅덩이가 넓으니 나만의 농장을 가질 수 있다는 것. 온 나라 땅덩이 전부가 '투기'라는 쇠사슬로 친친 동여매진 우리나라에서는, 꿈도 꾸지 못할 일이니까요. 생태란, 친환경이란, 결코 멀지 않다는 것을 많은 이들이 깨닫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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