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의 비상을 위한 천 번의 점프 - 최고에 도전하는 김연아를 위한 오서 코치의 아름다운 동행
브라이언 오서 지음, 권도희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9년 8월
평점 :
절판


스포츠라면 그저 국가 대항 축구(월드컵)나 올림픽의 야구같은 '인기종목'에만 쏠려 있던 사람들의 관심이, '피겨스케이팅'이라는 '생소한' 운동에 모이기 시작했다. 눈 밝은 사람들은 일찌감치 2005년, 2006년에 알아보았고, 사는 게 바빠 TV 볼 시간도 없던 사람들까지 피겨스케이팅 앞에 모이기 시작한 것은 2008년 이후일 것이다. 누가 뭐래도, 김연아 덕분이다. 김연아 현상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김연아를 통해 우리는 오래 전부터 있어 왔으나, 있는 줄 몰랐던 '피겨스케이팅'을 보고, 느끼고, 관심 갖고, 심지어 즐기게 되었다.

어느 분야의 천재들이 이룬 업적은 개인의 재능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때로 천재들은 자신의 재능을 통해 그 분야를 세상에 알리는 역할을 한다. 아인슈타인 이후, 물리학에 관심없던 대중들이 시간의 상대성을 자신의 삶에 적용시키기 시작했고, 서태지 이후에 댄스음악이 한국 대중음악의 중심 자리를 차지했다. 바이올린과 첼로가 아무리 아름다운 소리를 내는 악기라 해도, 장영주나 장한나의 연주 이전에 그 악기들에 별 관심이 없었던 것처럼, 피겨스케이팅 또한 김연아를 통해 비로소 우리에게 '보이기' 시작했다. 피겨스케이팅의 '피'자조차 모르는 사람일지라도, 트리플엑셀이나 엣지 아웃 같은 전문 용어를 알지 못해도 사람들은 김연아의 경기 장면에 열광한다. 정확하고, 반듯하고, 경쾌하고, 완벽하며 무엇보다 아름답기 때문이다.

하지만 천만다행으로, 천재들은 혼자서 천재인 경우가 드물다. 천재들의 옆과 뒤에 누군가 있었다는 사실은 우리같은 평범한 사람들에겐 하나의 위안이다. 천재를 알아보고 천재를 키우고 뒷받침해준 이들. 그들은 부모일 수도 있고, 친구나 동료일 수도 있고 스승일 수도 있다. 어찌 됐든 천재를 천재이게 해주는 그들-'천재의 조력자'의 공로야말로 대단하지 않은가. 그들을 갈고 닦아 세상에 내보냈으니 말이다. 김연아에게는 천재적인 조력자이자 조련자인 어머니가 있고, 또 한 명의 스승 브라이언 오서가 있다. 김연아의 모든 경기에서 역동적이고 활달한 표정과 몸짓으로 즐거움을 주던 오서 코치. 히딩크 감독 이래로 아마도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는 외국인이 아닐까 싶은데, 때맞춰 절묘하게 그의 자서전(?)이 나와 주었다.

많은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할, 김연아의 '일거수 일투족'을 기대한 이라면 조금 실망할 수도 있겠다. 이 책은 분명 브라이언 오서의 자서전이다. 김연아가 아니라! 책에는 네 살 때 처음 스케이트를 신고 '그저 재미로' 스케이트를 타던 브라이언 오서가 스케이트에 푹 빠져 '미스터 트리플'이라는 별명을 달게 되는 과정, 세계적인 선수가 되어 케나다 명예의 전당에 오르고, 급기야(!) 김연아와 운명적인 만남을 하게 되었는지의 과정이 잔잔하고 소박하게 드러나 있다. 오서는, 자신을 피겨의 세계로 이끌어준 훌륭한 스승과 마찬가지로 '연아에게 딱 맞는' 스승이 되고자 하고, 진심으로 피겨를 사랑하고 즐기는 연아가 가장 아름답게 날아오르도록 훌륭한 조력자가 되고자 한다.

지금 대한민국에서 가장 뜨거운 사람인 김연아. 그를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보고 있는 오서 코치의 이런저런 생각-피겨스케이팅에 대한 사랑, 노력과 성공에 대한 신념, 인생에 대한 깊이 있는 시각-들이 담겨 있는 책 [한 번의 비상을 위한 천 번의 점프]는, 한 번쯤 읽어볼 만하다. 책을 읽고서 다시 한 번 느낀 점은, 천재란 그저 훌륭한 재능을 타고나 아무 노력도 하지 않은 채 뛰어오른 사람이 아니라, 재능을 갈고 닦기 위해 미친 듯이 노력하고 넘어지고 깨지는 사람이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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