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기도의 비밀 - 지금 이 순간 다 행복하라
그렉 브레이든 지음, 황소연 옮김 / 굿모닝미디어 / 2009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나도 남들처럼 한때(!) 교회에 다닌 적이 있다. 교회에 처음 발을 들여놓은 게 언제였는지 기억 나지 않을 정도로 오래된 일이다.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부터 '여름성경학교'에서 놀았고, 중고등학교 때는 중고등부 소식지 편집장을 맡기도 했다. 뿐이랴, 팔자에 없는 주일학교 선생 노릇도 했다.(물론 애들한테 성경은 안 읽히고 여기저기 데리고 다니며 아이스크림 사주고 과학관 잔디밭에서 놀았다. 그러다 담당 장로한테 걸려 혼나기도...ㅜㅜ)

그러다가 교회를 끊었다. 정말이다. 담배를 끊듯, 술을 끊듯, 약을 끊듯, 교회를 끊었다. 아니 담배, 술, 약 등은 금단현상이 있어 괴로우므로 맞지 않는 비유다. 교회에 나가지 않아도 전혀 괴롭지 않았고 전혀 힘들지 않았다. 그러므로 끊었다는 말은 맞지 않겠다. 저절로 안 다니게 됐고, 지금까지 주욱 안 다니고 있다. 심지어 한때나마 교회 다닌 적이 있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릴 정도다. 거의 15년 가까이 다녔는데도 이토록 '종교'의 흔적이 남아 있지 않은 자신을 보며 가끔 놀랄 정도다.

안 다니는 것을 넘어 이제 나는 반기독교인이다. 지하철역 '예수천국 불신지옥' 광신도들이 뿜어내는 그 비이성적이고 비상식적인 열기에 학을 떼는 사람 중 하나이고, 다른 이의 종교 따위 가비얍게 무시하고 아무 데다 날아가 폭력적인 선교를 일삼는 그들의 그 무식함에 치를 떠는 사람 중 하나다. 논리, 상식, 이성, 합리, 타인에 대한 배려, 다른 종교에 대한 예의 같은 건 배운 적이 없는 한국 기독교의 꼴통 보수의 행태에 넌덜머리가 나는 사람 중 하나이다.  

무신론자에 비종교인이지만, 그럼에도 나는 영혼의 존재를 믿고 '기'의 흐름을 확신한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흐르는, 사람과 우주 사이에 흐르는 그것. 기라고 해도 좋고 영이라고 해도 좋고, 어떤 이름이든 상관 없는. 우주 만물, 세상의 티끌 하나하나에도 우주가 들어있다고 생각하는 내 생각을, 굳이 종교적인 관점으로 본다면 불교의 세계관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겠다. 어느 하나의 절대자가 있어 세상의 모든 이치와 만물을 주관한다는 것은 믿지도 않을뿐더러 있을 수도 없는 일이라 생각한다.

[잃어버린 기도의 비밀]은, 제목만 보고 오해하기 딱 좋은 책이다. '기도'라는 것이 흔히 기독교의 행위라고들 알고 있기 때문에 혹시 '신을 믿고 기도만 열심히 하면 만사형통하리라' 류의 책이 아닐까 걱정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첫장을 읽으면서부터 그런 걱정은 싹 사라졌다. 이 책의 키워드인 '기도'는 종교적인 틀안에 갇힌 '절대자에 대한 무조건의 복종과 순종'이 아니라 '우주의 무한한 기와 에너지를 받아들이는 순수한 느낌과 감정'이다.

책에서 가장 강조하는 것은, 기도가 결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듯이 '기복(복을 바라는)'의 행위가 아니어야 한다는 것. 교회를 떠나게 한 결정적인 이유는 사람들의 기도 내용이었다. 그들은 눈물을 흘리며, 몸을 떨며 기도한다. 무엇을? '나와 내 가족, 내 자식들 잘 먹고 잘 살게 해달라'고. 그들에게 종교란, 기도란, 대학에 합격하게 해주고, 아프지 않고 오래 오래 살게 해주고, 돈 많이 벌어 부자로 살게 해달라는, 지극히 개인적이고 이기적인 바람 말고는 없는 듯 보였다. 교회에서 집단적으로 뿜어내는 그 이기의 기도에 질려, 나는 교회를 떠났고, 그 이후로도 단 한 번 그런 기도를 해본 적이 없다.

물론 살아가면서 때로 기도를 하고 싶은 순간들이 있었다. 간절히 바라던 일이 내 뜻대로 되지 않아 안타까울 때, 몸과 마음이 두루 지쳐 괴로울 때,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졌다 생각될 때 기도를 하고 싶었다. 교회에서 말하는 그 형식 아닌, 다른 이름의 기도. 기도 같기도 하고 아닌 듯도 한 그것의 정체를 몰랐는데, [잃어버린 기도의 비밀]에서 어렴풋이 알게 되었다. 그것은, 내 몸과 마음을 다해 우주와 닿는 소통이자 공감의 능력이었다. '잘 되게 해달라'고 절대자에게 떼쓰듯 매달리는 것이 아니라, 그 상황을 만들고 실현해낼 수 있는 스스로를 믿고 격려하는 그것이었다. 감사와 축복, 공감과 배려, 이것이 진짜 기도의 핵심이자 본질임을 어렴풋이 깨닫게 되었다.

그리하여 나는 이제 기도를 하려 한다. 지금까지 내가 해왔던 방식에 더해 책이 가르쳐준 깨달음을 섞어서. 내 감정을 속이거나 과장하지 않고, 내 한계를 뛰어넘는 욕심을 부리지 않고, 지금 이 자리에 있는 나 자신을 먼저 인정한 뒤 시작하는 기도는, 분명 지금보다 더 나은 생각과 삶의 바탕이 될 수 있을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그 기도를 통해 내가 보고 만나고 것은, 완전한 공감과 이해다. 나를 둘러싼 이 세상과의 소통, 우주와의 소통,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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