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인체 상식 여행
북타임 편집부 엮음 / 북타임 / 2009년 7월
평점 :
절판


현대 의학으로는 도저히 고칠 수 없는(하긴 현대 의학으로 고칠 수 없는 병이 어디 그리 많은가 -0-) 지병을 앓고 있다. 이른바 '기능성 위장장애'라는, 기기묘묘하고 껄쩍지근한 이름의 병인데, 위에 특별히 이상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염증이나 궤양 등 딱 떨어지는 질병이면 차라리 속시원하련만) 지독히도 기능을 잘 못해 소화력 꽝에 조금만 수틀려도 트림에 딸꾹질, 끊임없는 뒤틀림으로 하루에도 몇 번씩 괴로운 그런 병이다. 내시경도 두 번이나 했지만 결론은 늘, '특별한 이상은 없으나 위가 소화를 잘 못시키니 음식 조심하시고요~' 정도다.

한의원에서 침을 맞으면서 증상이 조금 나아졌나 싶은데, 여행이다 출장이다 자주 다니면서 침을 좀 끊었더니 요새 다시 속이 뒤틀려주신다. 환장한다. ㅜㅜ 먹는 것 조심하는 것만큼 괴로운 일도 드물다. 조금만 속이 비어도 속이 그악스럽게 뒤틀리기 때문에 밖에 오래 나가있을 때는 가방에 먹을거리를 준비해야 한다. 배고프다고 보채기 전에 달래주어야 하기 때문에.

사람의 몸이 기계 부품처럼 어느 하나만 갈아주면 다시 멀쩡해지고 그런 것이면 좋으련만, 사람은 살아있는 생명체, 노래처럼 '머리-어깨-무릎-발-무릎-발'이 죄다 어떤 식으로든 이어져있는 '유기체'라는 것을 깨닫는 순간은 자주 찾아온다. 위장장애가 단순히 위만 아픈 것이 아니라는 깨달음. 소화를 못시키면 당연히 장도 안 좋아지고 트림이 잦다 보니 목도 칼칼하다. 체했을 때 손바닥 발바닥을 누르면 또 어찌 그리 아픈가. 등줄기를 찌르르하게 흐르는 통증은 또 어떻고.

'과도한 건강염려증'과 '몸에 대한 무지' 사이에서 하루에도 열두 번씩 길을 잃는 것이 요즘 사람들이 아닐까 싶다. 이 증상은 저 병이고 이 병에는 저 음식이 좋고 어쩌고 저쩌고...쏟아지는 각종 '의학정보'들만 그대로 따르면 무병장수 2백 살까지도 거뜬히 살 수 있을 것 같지만 실상이 어디 그런가. 먹는 거, 입는 거, 우리가 사는 환경 자체가 건강을 꿈꿀 수 없도록 이미 작동되고 있을지도 모르는 것을.

<재미있는 인체상식여행>은 우리가 다 지니고 있으면서도 늘 잊고 있는 '몸'에 대한 소소한 부분들을 일깨워주는 책이다. 이 책은 거대한 의학 정보로 꽉 차있지도, 백세 장수의 비결을 품고 있지도 않다. 어쩌면 주류 의학계나 건강 분야에서는 평생 다루지 않을 '사소하고 시시껄렁한' 몸의 이야기들, 궁금하면서도 해답을 찾기 어려운 내용을 풀어내고 있다. 가령 왜 매운 음식을 먹을 때면 땀이 나는지(늘 궁금했다! 꺄오~ ><), 머리를 부딪치면 왜 혹이 볼록 솟는지(정말 궁금했다! ㅜㅜ), 흰머리는 왜 나는 것인지, 차를 타면 왜 졸린지 등등.

책에서 결정적인 도움을 받기도 했다. 며칠 전 크게 체해서 고생한 적이 있는데, '밥과 뜨거운 목욕의 관계' 편을 보니 내가 왜 아팠는지 알겠더라. 앞으로는 밥 먹기 전, 밥 먹은 뒤 바로 샤워나 목욕하지 말아야지, 굳게 결심하기도. 그리고 또 하나. 어릴 때부터 늘 밥 먹으면 드러눕는다고 '소 같은 것!'이라 많이 놀림 받았는데, 책을 보고 계속 드러눠있어도 되겠다는 용기를 얻었다. 소화를 돕기 위해서는 밥 먹고 나서 옆으로 누워있는 편이 좋다는 것. (꺄오~선견지명이...><) 단, 잠들면 안 된다. 자면 소화 작용이 멈춰버리므로.

한 번쯤 읽고 내 몸에 대해, 몸을 둘러싼 사소하고도 중요한 것들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도 좋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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