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난자들 - 남과 북,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이들에 관하여
주승현 지음 / 생각의힘 / 2018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초등학교 때 반공교육을 받았던 내게 통일이란 단어가 주는 느낌은 사뭇 진부하다. 당연히 한 민족이니 언젠가는 통일을 해야한다는 생각을 기본적으로 갖고 있음에도 그 생각이 실현되리라고는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고 있다. 통일이라는 단어는 단지 관념적이기만 한 단어로 내게 남아있었던 것 같다.
저자가 쓴 조난자들을 읽고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 지금까지 대한민국에서 살아오는 동안 나는 단 한번도 탈북자, 그리고 북에 가족이 있는 사람들을 만난 적이 없었고 부끄럽지만 그들이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생각해본 적이 없다. 그가 유려한 글로 풀어낸 탈북자의 실상은 나 또한 무지 안에서 가해자로 존재하고 있었구나 하는 자각을 불러 일으켰다. 나는 남한에서 태어났고 교육받았으나 이곳이 딱히 자유롭다는 생각은 하지 못하고 살아왔다. 그러나 남한의 자유를 꿈꾸고 북한을 탈출한 사람들이 왜 다시 남한을 탈출하는지 나는 이 책을 보고 깊이 공감할 수 있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는 우리는 살기 위해서는 돈이 있어야 하고 돈을 벌기 위해서는 하기 싫은 일도 마다해야 하는 자유를 가지고 있다. 그 상황에서 존엄성이 상실되는 것에 대한 촉수를 우리는 점점 잃어 왔다.

나는 나도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북한에 대한 우월의식을 가졌던가? 종편에서 마음대로 편집한 방송들로 인해 북한에 대한 편견이 있었던가?
하지만 나는 솔직히 아무것도 알지 못했다. 그
무지는 깊고도 넓었다. 북한 이야기를 펼쳐내는 주승현 박사의 글 안에서 나는 단지 놀람과 슬픔 그리고 통일이라는 과제를 향한 생각에 젖어들 수 밖에 없었다.

고향을 그리는 그의 마음처럼 간절하게, 통일은 올 것이다. 통일을 향한 길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바람의 자연사 - 그리고 곧 바람 소리가 들렸다
빌 스트리버 지음, 김정은 옮김 / 까치 / 2018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분명 야심차게 시작했을 이 책은 마지막 주석에 이르기까지 그 초심을 잊지 않는다. 항해 이야기에 줄곧 촉각을 곤두세웠던 내게 저자는 바람을 탐구하기 위한 발판을 세우는 일을 잠시도 게을리 하지 않는다. 피츠로이, 리처드슨 그 외에 일기예보, 날씨와 관련이 있을 만한 사람들이 줄줄이 소환된다. 그러나 헌정사에서 마지막까지 이어진 저자의 특별한 리처드슨에 대한 경애는 내게도 그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킨다. 그의 글을 통해 루이스 프라이 리처드슨의 삶을 알게 되었고 그의 삶에 대해 존경하는 마음을 품게 되었다. 바람과 항해에 조금이라도 관련된 내용이라면 무엇이든 담고 싶어하는 작가의 문어발식 호기심은 독자를 산만하게도 하지만 기상학에 조금이라도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쉬이 빠져들만한 알짜정보로 빼곡하다. 생물학자 두 명이 시작한 초보 항해는 저자의 노심초사하는 마음에 부흥해 무사히 마무리 되었다. 기상사와 실전 항해기를 넘나드는 그의 글은 진지하고 단단하다. 날씨를 통해 바람의 종류와 세기, 측정 장비, 그리고 풍성순환까지 언급하는 거침없음이란! 그 사이에 끼어드는 굵직한 역사의 사건들. 잠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