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때 반공교육을 받았던 내게 통일이란 단어가 주는 느낌은 사뭇 진부하다. 당연히 한 민족이니 언젠가는 통일을 해야한다는 생각을 기본적으로 갖고 있음에도 그 생각이 실현되리라고는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고 있다. 통일이라는 단어는 단지 관념적이기만 한 단어로 내게 남아있었던 것 같다. 저자가 쓴 조난자들을 읽고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 지금까지 대한민국에서 살아오는 동안 나는 단 한번도 탈북자, 그리고 북에 가족이 있는 사람들을 만난 적이 없었고 부끄럽지만 그들이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생각해본 적이 없다. 그가 유려한 글로 풀어낸 탈북자의 실상은 나 또한 무지 안에서 가해자로 존재하고 있었구나 하는 자각을 불러 일으켰다. 나는 남한에서 태어났고 교육받았으나 이곳이 딱히 자유롭다는 생각은 하지 못하고 살아왔다. 그러나 남한의 자유를 꿈꾸고 북한을 탈출한 사람들이 왜 다시 남한을 탈출하는지 나는 이 책을 보고 깊이 공감할 수 있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는 우리는 살기 위해서는 돈이 있어야 하고 돈을 벌기 위해서는 하기 싫은 일도 마다해야 하는 자유를 가지고 있다. 그 상황에서 존엄성이 상실되는 것에 대한 촉수를 우리는 점점 잃어 왔다. 나는 나도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북한에 대한 우월의식을 가졌던가? 종편에서 마음대로 편집한 방송들로 인해 북한에 대한 편견이 있었던가? 하지만 나는 솔직히 아무것도 알지 못했다. 그 무지는 깊고도 넓었다. 북한 이야기를 펼쳐내는 주승현 박사의 글 안에서 나는 단지 놀람과 슬픔 그리고 통일이라는 과제를 향한 생각에 젖어들 수 밖에 없었다. 고향을 그리는 그의 마음처럼 간절하게, 통일은 올 것이다. 통일을 향한 길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