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야심차게 시작했을 이 책은 마지막 주석에 이르기까지 그 초심을 잊지 않는다. 항해 이야기에 줄곧 촉각을 곤두세웠던 내게 저자는 바람을 탐구하기 위한 발판을 세우는 일을 잠시도 게을리 하지 않는다. 피츠로이, 리처드슨 그 외에 일기예보, 날씨와 관련이 있을 만한 사람들이 줄줄이 소환된다. 그러나 헌정사에서 마지막까지 이어진 저자의 특별한 리처드슨에 대한 경애는 내게도 그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킨다. 그의 글을 통해 루이스 프라이 리처드슨의 삶을 알게 되었고 그의 삶에 대해 존경하는 마음을 품게 되었다. 바람과 항해에 조금이라도 관련된 내용이라면 무엇이든 담고 싶어하는 작가의 문어발식 호기심은 독자를 산만하게도 하지만 기상학에 조금이라도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쉬이 빠져들만한 알짜정보로 빼곡하다. 생물학자 두 명이 시작한 초보 항해는 저자의 노심초사하는 마음에 부흥해 무사히 마무리 되었다. 기상사와 실전 항해기를 넘나드는 그의 글은 진지하고 단단하다. 날씨를 통해 바람의 종류와 세기, 측정 장비, 그리고 풍성순환까지 언급하는 거침없음이란! 그 사이에 끼어드는 굵직한 역사의 사건들. 잠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