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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부터 천천히
박솔뫼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6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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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사물이 하얗게 보일 만큼 강렬한 여름날의 햇빛이 쏟아지는 세계의 나날들일 수 있고 침대에 누워 있는 병준의 꿈일 수도 있으며 우경이 부산에서 본 풍경일 수도 있고 손가락에 커피를 찍어서 소설을 쓰려 하는 사람이 쓴 소설 속 세계일 수도 있다.
마침표로 꼭꼭 닫힌 문장 안에 ~할 뻔했던 세계들의 문을 빠끔 열어 놓은 소설.
엄청 이상한 문장들인데 이상하게 잘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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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는 병준인데 우경에게 병준 이는 병준이. 읽다 보면 이런 말장난이 하고 싶어진다.
우경은 비가 내리는 풍경. 소설 마지막 비가 내리는 병준의 세계. 병 주고 약 주러 다시 우경의 세계로.
리처드 브라우티건의 작품 중에 특히 좋아하는 것은 『워터멜론 슈가에서』 이다.
(중략)
왜인지 이 부분을 좋아하는데 아마 큰 의미는 없어 보이지만 많은 장면을 보여주고 열어주고 있다는 생각이다. 내 생각에 리처드 브라우티건의 그 소설은 나를 위한 것 같다.
-「작가의 말」에서 - P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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