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인륜적인 죄를 지은 인간도 인권을 보장해야 하는가?
죽어 마땅한 범죄자가 사형 당하지 않고 있는 지금의 사법 제도는 누구를 위한 것인가?
우리의 법은 과연 정의로운가? 나를 보호하고 대변하고 있나?
작가는 이런 질문을 하고 싶었던 것 같다.

하지만 그 질문은 작가가 주인공에게 감정이입을 하면서 의미가 퇴색했다.
자기 의지로 죄를 지은 인간이 뉘우치고 죗값을 치렀다면 과거는 청산되나?
범죄에도 경중이 있다고 말하고 싶은 걸까?
하고 싶은 말이 뭔지 헷갈린다.

성범죄를 불필요할 정도로 상세하게 묘사하고, 스톡홀름 증후군을 가볍게 취급하고 있는 설정, 흉한 외모로 배척 당한 경험 때문에 범죄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는 서사를 끌어와서 주인공을 끝까지 연민하는 방식이 독자에게 혼란을 가중한다.

돌이킬 수 없는 약속은 피해자를 온전히 보호하고 대변하지 못하는 사회적 약속인 사법 제도를 말해야 했다. 그래야 했던 게 주인공에게 준 면죄부 때문에 돌이킬 수 없이 엉뚱한 이 소설의 클라이맥스를 가리키게 되었다.

중반까지 재밌게 잘 읽다가 밀려오는 당혹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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