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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리에 누워 눈을 감고 있으면 〈푸른 밤〉 풍경이 떠오를 때가 있다. 보통 잠드는 시간이 열두시 전후, 〈푸른 밤〉 방송이 시작되던 무렵이라 그런 걸까. 기억이 시간에 반응하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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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자주 선곡했고 항상 따라 불렀던 노래는 스티비 원더의 〈리본 인 더 스카이〉. 짧지 않은 노래지만 순식간에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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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세상이 곤히 잠드는 시간, 적당히 피곤하면서도 평화로운 새벽 한시 사십분의 스튜디오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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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열두시, 오늘도 어김없이 같은 시간이 찾아온다. 잠이 오지 않을 땐 가끔 상상해본다. 스튜디오 문이 열리고 모자를 푹 눌러쓴 디제이가 노래를 흥얼거리며 들어와 의자에 털썩 앉는 모습을. 익숙한 음악에 맞춰 오프닝을 시작할 것이다. 아주 오랫동안 그 자리를 떠나지 않고 계속 지켜왔던 것처럼.

나의 첫번째 디제이는 그렇게, 어디선가 여전히 존재할 것이다.
내가 기억하는 작고 아늑한 스튜디오 안에서만큼은 영원히.

-「푸른 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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