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릴러 소설을 읽어가다 보면 한 사회의 고민이 보이기도 하고 무의식이 보이기도 한다. 작가 요 네스뵈와 인터뷰했을 때 노르웨이에 이런 범죄가 많으냐고 물었더니 그가 웃으며 답하기를, 살인사건 보도를 볼 일이 거의 없다고 했다. 강력 범죄가 거의 없다고, 그의 말이 범죄소설을 즐기는 심리의 일부를 설명해준다고 생각한다. 내가 피해를 입은 범죄를 장르로 소비하기란 쉽지 않다. 범죄 피해 유가족이면서 스릴러 소설 작가가 된 제임스 엘로이 같은 경우도 있지만, 범죄물을 즐기는 나 같은 사람의 심리란 대체로 안전에 대한 믿음으로부터 기인한다. 내가 읽는 것이 나를 위협하지 않는다는 신뢰가 없다면 읽기 어렵다.
-「나를 파괴하러 온 나의 구원자-나의 스릴러 입문」에서
그렇기 때문에 ‘구경꾼‘으로서 타인의 불행을 소비하는 심리가 여기 없는가 묻게 된다. 범죄물의 팬은 범죄를 소비하는가, 범죄의 해결을 소비하는가? 일상 미스터리 같은, 잔인함과 거리를 둔 듯 보이는 서브장르에서조차 ‘못된‘ 심리를 전시하는 일을 종종 본다. 사건에 휘말려 우왕좌왕하는 사람들을 쳐다보고 판단하는 일, 타인을 의심하고 자신의 명석함을 확인하고 즐거워하는 일의 속성이 그렇다. 타인을 이리저리 재 판단하고 싶어 하는 마음 역시, 이 장르의 독자의 마음속에 존재한다. 사건의 피해자와 가해자로 의심받는 사람들에 대한 온갖 정보가 작품 속에 나열되기 때문이다. 의심할 만한 그 사람의 말과 행동, 생각들이.
-「나를 파괴하러 온 나의 구원자-나의 스릴러 입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