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는 소통의 도구일 뿐이고 밥벌이 수단이기까지 하지만, 나의 혀와 입술은 영어를 발음하는 것에 저항하고(그러면서도 굴복하고), 나의 마음은 끊임없이 영어라는 제국 앞에서 앙앙불락 불편한 마음으로 약간 비켜서 있다(그러면서도 그 권력을 누린다). - P390
필자가 보기에, 영어가 추구되는 방식에서 엿보이는 이 같은 실용성과 효용성에 대한 절대적인 의미부여는, 영어 자체를 살아 있는 언어가 아니라 물신화하는 효과를 빚는다. 영어는 언어인 만큼은 그 자체대로 문화의 담지체이면서 현실적으로 살아 생동하고 변화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런데 학교에서도 그렇고 사회에서도, 영어가 추구되는 방식은 새로운 하나의 언어를 배운다는 의식보다는, 그것이 무엇이든 그 구사의 기술을 습득하여 어떤 이득을 보겠다는 생각에 지배되고 있다. - P3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