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자국 - 드래곤 라자 10주년 기념 신작
이영도 지음 / 황금가지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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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는 자신 스스로의 형태를 가질 수 없다. 빛이 통과하지 못하는 부분의 어두운 자취.

‘그림자 자국’이라는 생소한 제목에 의문을 느꼈었다. 그런데 책을 읽어 갈수록 이야기 속의 주인공 격인 예언자의 처지를 단적으로 보여 주는 것이 아닐까 싶다. 뛰어난 예언 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예언을 거부하는 인물.  

 소설 속에서 그는 단지 예언자일 뿐이다. 그의 뛰어난 능력이 그를 비극적인 주인공으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미래를 알고 싶다는 인간의 강한 욕망이 예언자를 가만 두지 않는다. 드래곤과 인간 그리고 엘프 등 서로 다른 종족들이 파멸의 예언을 둘러싸고 각자 다른 행동을 취한다. 예언을 막으려는 자와 예언을 듣고, 행하려는 자. 과연 미래는 정해져 있는 것인가? 그리고 정해진 미래는 막을 수 있는 것인가? 
 

 소설은 서로 다른 종족들 빚어내는 갈등 구조와 옛날이야기를 듣는 것 같은 흥미진진함이 어우러져 있다. 게다가 예언이라는 헛된 망상에 집착하는 인간의 어리석음과 그 모든 비극의 짐을 짊어져야 했던 예언자의 선택 등, 철학적인 물음도 담고 있다. 

 인간이 어려움에 처하면 현실을 벗어난 신비한 힘에 의지하는 것은 나약하기 때문일 것이다. 요즘 어려운 경기 속에서 점집들이 호황을 누린다는 뉴스를 접하게 되는데, 소설 속의 비극도 바로 이런 인간의 나약함을 꼬집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파멸의 예언 그것은 결국 욕심으로 실행 시키려 했던 인간을 철저히 파괴한다. 그럼에도 아직 희망이 남은 것은 예언의 파멸을 막기 위해 자신의 존재를 없앤 예언자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게 세상은 위기를 벗어나고, 또 하나의 전설을 만들어 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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