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개의 파랑 - 2019년 제4회 한국과학문학상 장편 대상
천선란 지음 / 허블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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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들은 정신없이 살아가고 있다. 아마 이 소설에 나오는 보경과 같은 사람들. 남편이 사고로 죽게 되고, 내 아이가 다리를 다치게 되고, 그러다보니 나의 꿈을 포기하고 식당을 차려 아이를 키우며 살아가는 것에만 급급한 날들처럼. 이처럼 다사다난한 일들을 겪진 않았다고 한들. 현대를 살아며 하루살이 같은 우리의 모습을 표현한지도 모른다. 보경에겐 미래를 보기보다는 현재를 살아내기도 버거웠을 것이다. 그래서 아이들의 마음의 상처를 보듬을 시간도, 자신의 상처를 보듬을 시간도 없이, 남편이 죽었던 그때, 자신이 화상을 입게된 그 때, 딱 그 때 시간이 멈춰버렸다. 그녀의 시간은 흐르지 않고 정지한 것이다.


미래는 밝지 않고 어둡기만 하다. 코로나19와 연이은 태풍의 공격. 경제적 상실 등 힘든 일을 계속 겪꼬 있고 경제가 무너지는 상황. 지금 우리도 미래가 불안하기만 하고 밝은 미래를 꿈꾸기가 어렵다. 코로나19는 이제 우리 인생과 공존해야할지도 모른다. 라고 하기도 한다. 아니 어쩌면 다른 바이러스의 위험에도 우린 계속 노출이 될 지도 모른다. 미래에는 그래도 기술의 발달로 인하여 바이러스를 퇴치할 약도 , 인공의 다리도, 팔도 , 눈도 지금과는 다르게 발달할 것이며 장애라는 것은 어떠한 장애물도 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은혜처럼 가난해서 천문학적인 비용을 댈 수 없을 때는 기술의 발달도 모두 필요없을 것이다. 가난은 미래에서도 환영받지 못한다.


어려울 때에 많은 사람들은 '도박'이나 '사행성'이 짙은 일에 빠지기 마련이다. 미래에도 도박이 있을까? 사행성을 띤 일들이 있을까?했더니, 경마경주가 있다. 물론 현대와는 다르게, 말은 살아있는 동물이지만. 기수는 로봇을 택했다. 말에게 무리를 체중으로 무리를 주지 않는 로봇기수들은 쓸모가 없어지면 폐기되고 만다. 말들도 죽어라 뛰지만 그들의 연골이 닳아 더 이상 뛰지 못한다면 안락사 외에 말들의 또 다른 삶은 존재하지 않는다. 푸른 초원에서 뛰던 경험도 없고 , 주로를 달리는 일 밖에 하지 못했던 말들은 태어나서부터 죽을때까지 초원을 달리는 일은 없을 것이다.


투데이와 콜리. 그들은 다른 기수와 말과는 달랐다. 서로 호흡하며 달리고 콜리는 투데이가 달리면서 행복해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계속 달리다보니 투데이가 아픈 것도 알았고, 아파서 자신의 체중이 무리가 갈 수 있겠다 라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콜리는 투데이가 더 행복해하며 달릴 수 있도록 낙마를 결심힌다. 콜리는 어느 기수들과 달랐다. 로봇이지만 파란하늘이 예쁘다 라는 것을 알았다. 낙마하면서 행복함을 느끼려고 했던 로봇은 콜리외엔 아마 없을 것이다. 그런 콜리를 알아보고 폐기되기 전에 불법으로 연재는 콜리를 사왔다. 하반신은 없지만. 자신이 고쳐주리라.

 

알바를 해서 받은 돈 모두를 주고 온 콜리는 연재에게는 보경의 배우의 꿈 같은 것이지만 동시에 상처이기도 해서 감히 근접하기 힘든 일이었다.

이 소설에서 보경,은혜,연재는 서로 따로 살아간다. 서로의 상처를 꼭 안은채 티내지 않고 자신 스스로 깊은 구덩이에 감추고 만다. 하지만 연재가 고쳐 말을 할 수 있게 된 콜리는 우선 가족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귀가 되고, 또 가족들에게 여러 질문을 함으로써 그들의 깊은 수렁에서 조금씩 현실로 빠져나올 수 있도록 상처를 헤집고서라도 이젠 지금의 시간을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매개체가 된다.


<천 개의 파랑>은 콜리를 통해 보경의 가족들이 과거의 상처를 딛고, 다시 가족으로서 힘을 합쳐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빨리 달리는 투데이는 천천히 달리는 일을 해본 적이 없어서 천천히 달리는 힘을 모른다. 간신히 얻은 경기참여 기회에서 콜리와 민주,복희,그리고 은혜,연재 모두는 투데이에게 무리하지 않고 천천히 달리는 법을 알려준다. 그렇게라도 달리는 기쁨을 다시 알려주고 싶었던 것이다. 경주에서 1등 말이 아닌, 천천히 달리는 투데이에게 사람들은 깡통을 던지고, 야유를 퍼붓지만 콜리는 투데이가 행복해 한다는 것을 느낀다. 그리고 콜리는 파란 하늘을 바라보고 , 또한 행복을 느낀다.


과학소설이지만 이 책은 우리에게 행복과 위로, 애도와 회복, 정상성과 결합, 실수화 기회, 자유로움에 대한 진정한 의미를 일깨워준다. 바쁘게 살아가는 우리에게 천천히 나아가도 된다는 것을 , 그리고 나만 애쓰는 것이 아닌 주변을 돌보고 같이 힘을 합쳐 나아가야한다는 것을 일깨워준다. 자칫 바빠서 보지 못했던 것들. 타인이 아닌 나 자신조차도 돌보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 천천히 나아가면서 하늘을 바라보라고 한다. 그리고 '행복'을 느끼며 살아가라고 한다. 소설을 읽으며 천천히 호흡을 함께 하는 동안 나도 파란 하늘을 오랜만에 본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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