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얼굴들
황모과 지음 / 허블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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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황모과의 첫 소설집이 나왔다. <밤의 얼굴들>이라는 단편들을 엮은 소설인데 총 6편의 소설이 들어있지만 6편의 소설을 다 읽고나면 이 소설들의 공통점을 발견하게 된다. 바로 타인의 감정을 나의 몸속에 수혈하는 것처럼 느낀다는 점이다.


처음에는 이 소설에 일본소설인가 라는 생각이 들정도로 일본적인 요소들이 존재하고 있어서 일본작가인가 라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소설을 읽다보면 한국적인 정서와 아픔을 내것처럼 느끼는 것에서 일본소설과는 또 다르다는 생각을 했는데 '황모과' 작가가 한국 국적자인 동시에 일본 영주권자라는 것을 알고난 후에는 '경계자'의 정체성으로 이 소설들을 써내려갔음을 느끼게 되었고 일본적인 요소와 한국적인 요소가 그래서 잘어울러져 책 속에 글로 나타내어 졌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경계를 허물어뜨린 소설


황모과의 소설들은 경계를 허물어뜨린 소설이라는 말에 걸맞게 삶과 죽음, 현재와 역사 , 세대와 세대,국가와 국가사이의 경계를 허물어버렸다. 소설을 읽다보면 죽어있는 사람인지 산 사람인지 구분이 안갈정도로 죽은 사람의 감정에도 깊이 이입이 되어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살아있는 사람이라고 느끼며 소설을 읽어가다가 그 사람이 이미 죽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는 반전드라마를 본 것 같다는 느낌보다는 죽음과 삶이 섞여 블렌딩된 느낌을 받았고 죽음이 바로 옆에 삶과 같이 존재한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었다.


그리고 니시와세다역 B층에 나오는 소설내용에서는 세대와 세대의 경계를 파괴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는데 이전 일제강점기 시대에 고통을 받은 한국사람들의 온전한 기억을 되살린 중간자 역할을 한 '임신한 여자의 아이, 지금은 살아있는 그 아저씨'는 세대와 세대를 이어주어 현재 살아가는 사람들도 옛 세대의 고통과 상처를 공감하고 또 역사를 되풀이하는 일이 없기를, 상처받고 고통받는 사람들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이 느껴졌으며 , 그 역할을 '임신한 여자의 아이인 아저씨'가 중간에서 다리역할을 해주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한국인인 나는 그 아픔을 공감하고 또 슬픈 마음이 들었는데 일본인의 입장에서는 그냥 핫한 뉴스거리다 라고 생각하는게 현재의 대부분의 일본인들의 마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다.




나와 타인의 경계도 허문 <밤의 얼굴들>


밤의 얼굴들 소설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나와 타인의 경계도 허무는데 그 경계란 '마음'과 더불어 신체적감각까지도 타인을 온전히 이해하려 애쓴다는 것이다. 마치 타인의 마음과 신체적감각까지도 수혈받는 느낌이랄까. 과학적인 기술로 그런 일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또 그에 따른 부작용도 예측하고 있지만 미래에는 이미 죽고 없는 사람들의 마음도, 혹은 남겨두고자 하는 마음도 모두 기록하고 복원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상상력을 불러 일으킨다.


그리고 만약 내가 죽는다면 어떤 추억과 어떤 기억들을 남겨놓아야 할까 라는 생각도 해보게 만들어주었다.

우리가 우리이기 위해서는 반드시 공감능력이라는 것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고 한다. 타인을 공감하고자 한다면 타인의 처지에서 생각해야한다는 '역지사지'의 마음. 이 역지사지의 마음을 황모과는 이제껏 이런 공감에서 외면받아 온 사람들을 애도 하기 위해서 SF의 상상력을 사용하여 이 소설을 써온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SF소설 중에서도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 듯한 황모과의 소설. SF소설 중에 사람의 마음을 애도하고 경계를 허문 소설은 이 소설이 유일하지 않을까. 사회적인 메세지까지 담은 우리를 위로해주는 소설이란 생각을 다시금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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