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세상에서 만난 우리라도
서로의 시간은 다르게 흐를 수 있다.
일찍 물드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더디게 물드는 사람도 있다.
그건 차이이지 차등이 아니다.
은행나무 한 그루가 조금 일찍 물들었다고 해서
우수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없는 것처럼
사람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다 각자의 때가 있는 것이 아닐까. "
일상의 단상들을 적어놓은 에세이집을 읽어나가다보면 지나간 나를 돌이켜보기도 하고 또 반성하기도 하고 나와는 다른 생각들을 수용하게도 된다. 그리고 나보다 한층 섬세한 감정표현에 놀라기도 한다. 결혼초에 아니 그보다 훨씬 전 지금의 신랑과 연애때부터 돌이켜보면 매번 신랑은 나보다 빨랐다.
좋아하는 마음도 나보다 먼저 앞서나갔고 무언가를 결정하면 조용히 생각을 먼저 하는 나에 비해 먼저 행동으로 치고 나가는 그런 자신감을 나에게 늘 보여주곤 했다
가끔은 그런 신랑의 빠른 행동력, 그리고 자신감 (지금 생각해보면 근거없는 자신감도 꽤 많았다)은 나에게 항상 부러운 점이었다. 나는 왜 그러지 못할까 라는 '차등'에 관한 마음이 조용히 들었던 것 같다. 그건 나와 신랑의 조그만 '차이'였는데 말이다.
생각이 많고 신중하고 난 좀 느린 사람이었을 뿐인데 먼저 성장하고 물들어가는 느낌으로 신랑을 바라보다 보니 그렇게 느꼈던 것 같다.
하지만 한참 살다보니 느끼는 것은 그냥 우리 둘에겐 차이가 있을 뿐 그것이 우리에게 차등으로 다가오진 않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이런 차이가 서로 협력하며 잘 살아가는데 빛이 된다는 사실도 깨달을 수 있었다.
나는 기본적으로 이런 일상에 대한 물음과 감정표현을 잘하는 사람들을 좋아한다. 그리고 소란스럽게 감정을 표현하기 보다
침착하고 다정한 말솜씨를 사랑한다. 그리고 그런 성격들도 좋아한다.
이전에 일본 소설을 즐겨볼 때도 침착하게 감정을 풀어나가는 소설들을 즐겨보았고 격정적으로 감정이 오락가락 하는 글들을 나와는 맞지 않아서 불편했던 기억이 있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슬픈때에도 외로운 때에도 부르짖지 않고 삭히며 침착하게 삶을 대하는 그들이 안타깝게 여겨지는데 , 그럼에도 이런 감정들이 어느 선을 지켜가며 표현된다는게 편안하게 느껴지는 건 내 성격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에세이는 나와 잘 맞는 감정을 지니고 있는 작가의 글이 많이 끌린다. 그리고 혼자 호흡하는 것이 아닌 같이 호흡하는 느낌으로 읽어나간다. 책도 나와 궁합이 있다는 생각, 홍종규 단상집을 보며 느낀다. 그리고 글을 보며 조용히 온전한 나만의 시간도 오랜만에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