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란하지 않은 날 - 홍중규 단상집
홍중규 지음 / 딥앤와이드(Deep&WIde)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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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일상을 보내도 그대로 흘러보내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일상에서 스쳐가는 생각과 물음을 놓치지 않고 글과 사진으로 남겨놓는 사람도 있다.


그는 바로 시선의 다정함과 짙은 단상으로 독자를 사로 잡는 홍중규 작가이다. 그의 풍부한 감정표현들과 시선들은 바쁜 나날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잠깐의 '쉼'을 선물해준다.


"내게 쉰다는 것은 아마도 이런 것 같다.

타인의 영향을 완전히 차단한 채 나에게만 집중하는 것

어떻게 보면 자신만을 생각하는 이기적인 마음이

내게는 휴식인 것이다. "


조용한 밤을 기다리거나, 구석진 곳을 찾아가는 작가가 찾아간 곳.

'공백' 카페 , 비어있는 곳. 그 어떤 것에도 방해를 받고 싶지 않은 때 그는 자율적으로 비어있는 곳을 찾아가고 또 이기적인 마음으로 자신만의 시간을 선택한다.


그러곤 자신의 공간안에 닫혀있는 동안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묵묵히 써내려간다. 그렇게 일상에서 떠오르는 물음과 생각,감정들을 모아놓으니 이렇게 책 한권이 되어버렸다고 한다.

학생 떄의 나는 좋은 글귀가 있으면 친구에게 편지로 적어 전달하기도 하고 일기장에 고스란히 적어놓은 적도 많더랬다. 또 하루하루 감정을 꾹꾹 눌러담아 컴퓨터안에 저장하기도 하고 종이에 쓱쓱 써내려간적도 많은데

어른이 되니 내 감정을 제대로 전달하기가 참 힘들어졌다는 생각을 한다.

그런 일상의 감정들을 고스란히 문장에 사진에 담아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이 나이가 되니 대단스럽다 생각이 든다. 특히 이렇게 다정스럽게 단정한 문장으로 시작하고 또 끝맺음을 한다는게 글에서 작가의 성격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어 좋았다.



"이렇게 인생에도 확실한 방향을 알려주는

사람이 있으면 좋을텐데.

마음이 헉헉거릴 때 누군가 의심치 말고

이 길로 쭉 가라고,

언질을 주면 없던 힘도 되살아날 것이다."


책을 읽다가 내 맘 같은 문장이 나타나면 나도 모르게 손으로 무릎을 탁 치게 된다. 나도 이런 생각해 본적 있는데 내 맘과 이리 같을까 라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아직도 여러갈래의 길에서 서성이는 불안해보이기만 한 나에게 의심치말고 쭉 가야할 길이 무엇인가 라고 다시금 생각해보게 된다. 간절하지도 않고 이젠 인생에 확실한 방향도 모르겠는 이때 TV에서 봤던 '넛지'라는 단어에서 나오듯이 누가 옆구리를 슬쩍 찔러주었으면 하는 생각도 든다.




차등 아닌 차이

"같은 세상에서 만난 우리라도

서로의 시간은 다르게 흐를 수 있다.

일찍 물드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더디게 물드는 사람도 있다.

그건 차이이지 차등이 아니다.

은행나무 한 그루가 조금 일찍 물들었다고 해서

우수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없는 것처럼

사람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다 각자의 때가 있는 것이 아닐까. "


일상의 단상들을 적어놓은 에세이집을 읽어나가다보면 지나간 나를 돌이켜보기도 하고 또 반성하기도 하고 나와는 다른 생각들을 수용하게도 된다. 그리고 나보다 한층 섬세한 감정표현에 놀라기도 한다. 결혼초에 아니 그보다 훨씬 전 지금의 신랑과 연애때부터 돌이켜보면 매번 신랑은 나보다 빨랐다.


좋아하는 마음도 나보다 먼저 앞서나갔고 무언가를 결정하면 조용히 생각을 먼저 하는 나에 비해 먼저 행동으로 치고 나가는 그런 자신감을 나에게 늘 보여주곤 했다


가끔은 그런 신랑의 빠른 행동력, 그리고 자신감 (지금 생각해보면 근거없는 자신감도 꽤 많았다)은 나에게 항상 부러운 점이었다. 나는 왜 그러지 못할까 라는 '차등'에 관한 마음이 조용히 들었던 것 같다. 그건 나와 신랑의 조그만 '차이'였는데 말이다.


생각이 많고 신중하고 난 좀 느린 사람이었을 뿐인데 먼저 성장하고 물들어가는 느낌으로 신랑을 바라보다 보니 그렇게 느꼈던 것 같다.

하지만 한참 살다보니 느끼는 것은 그냥 우리 둘에겐 차이가 있을 뿐 그것이 우리에게 차등으로 다가오진 않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이런 차이가 서로 협력하며 잘 살아가는데 빛이 된다는 사실도 깨달을 수 있었다.


나는 기본적으로 이런 일상에 대한 물음과 감정표현을 잘하는 사람들을 좋아한다. 그리고 소란스럽게 감정을 표현하기 보다

침착하고 다정한 말솜씨를 사랑한다. 그리고 그런 성격들도 좋아한다.


이전에 일본 소설을 즐겨볼 때도 침착하게 감정을 풀어나가는 소설들을 즐겨보았고 격정적으로 감정이 오락가락 하는 글들을 나와는 맞지 않아서 불편했던 기억이 있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슬픈때에도 외로운 때에도 부르짖지 않고 삭히며 침착하게 삶을 대하는 그들이 안타깝게 여겨지는데 , 그럼에도 이런 감정들이 어느 선을 지켜가며 표현된다는게 편안하게 느껴지는 건 내 성격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에세이는 나와 잘 맞는 감정을 지니고 있는 작가의 글이 많이 끌린다. 그리고 혼자 호흡하는 것이 아닌 같이 호흡하는 느낌으로 읽어나간다. 책도 나와 궁합이 있다는 생각, 홍종규 단상집을 보며 느낀다. 그리고 글을 보며 조용히 온전한 나만의 시간도 오랜만에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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