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없는 애인에게
현상현 지음 / 딥앤와이드(Deep&WIde) / 2020년 3월
평점 :
절판






이 책의 작가의 말을 보다가 내가 책을 읽으면서 느낀 점이 그대로 써있는 것 같아서 작가의 책의 성격이라 생각한 문장이 있다.

바로 '조금 더 정확하게 쓰려다가 결국 모든 걸 부정확하게 써버리는 사람', 그리고 뚜렷하게 정의 내리기를 두려워하고 어려워하며 그걸 다행이라 생각한다'는 저자. 그의 책은 정말 모든 문장들이 그러하게 느끼게끔 만들었다. 어떤 문장도 나에게는 뚜렷하게 다가오는 느낌이 아닌 익숙한 문장임에도 돌고돌아 부스러기를 남기고 사라지는 그런 느낌이었다.

까무룩 잠든 너는 이마 위로 흘러 내린

잔머리까지도 사랑스러워

나는 창밖에 매달린 그 찬 물방울이라도 되어

밤새 흐르고 싶었다.

아침이면 허공으로 사라져도 좋았다.

p32 -잠-



현상현 사색집은 에세이라고 불리기는 힘든 점이 쉽게 읽고 넘어가는 감정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곱씹고 또 곱씹어도 어려운 감정을 책에 담았다. 내가 결혼을 해서 이런 감정들을 이해를 못하는 것일까. 나의 감성들은 모두 죽었나 라는 생각이 들정도로 공감하기 힘든 문장들이 많이 이어졌는데 그냥 문장만을 가볍게 읽고 넘어간다면 아마 나처럼 모두가 여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사여구가 많은 것일까 꾸밈이 많은 것일까. 읽는 내내 고민했더랬다. 나의 감정까지.. 하지만 이 책이 나에게 어려웠던 것은 은유가 많이 들어갔기 때문이었다. 내가 경험하지 못했던 은유들 덕분에 나에겐 그토록 어려웠나보다.

또한 사색집이기 때문에 사실 문장을 여러번 읽어보고 상상해보아야 그 아픔을, 그리움을, 사랑을, 느낄 수 있는데 난 은유법을 그냥 가벼운 문장처럼 읽어내었던 것은 아닐까. 그리고 나의 경험이 너무 부족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작가는 얼마나 그리워하고 사랑하였고 또 상처받았기에 이토록 깊디 깊은 감정들을 문장으로 써내려갈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어쩌면 나와의 경험의 차이가 지구와 우주의 차이일까. 아니면 정말 섬세한 감정을 지닌, 깊은 감정을 지닌 소유자일까 라는 생각도 했고, 현실에 부딪혀 어쩌면 나는 내 감정을 가볍게만 보는 훈련을 통해 심플한 삶을 살고 싶다는 훈련을 통해서 더 깊게 빠져드는 것을 부정한 것은 아닐까..


생님,저는 이제 사랑받는 법을 알아요.

몇 알의 낱말을 레몬 사탕처럼 굴려가며

새침하게 웃어 보일 줄 알아요

기형의 문법으로 사람의 마음을

살살 꿰어드는 영악함을 알아요.

시시탐탐 거짓 위로 손을 뻗고

푸념쳐럼 위로를 발음해요.

밤을 해체하고 핏물을 죄 뽑아내곤

창백하게 잠들어요.

이제 사실보다 더 좋은 걸 쓸 줄 알아요

p43 오염

가끔 , 아주 심장을 탁 치는 문장들도 많다. 사색집이라는 이름 걸맞게 이 책은 사색을 해야 더욱 깊이 공감하고 왜 뚜렷이 말하지 않는 지에 대한 이해를 할 수 있다. 그만큼 뚜렷하게 보이게 하고 싶지 않고 사실 뚜렷하게 보려해도 밤새 별을 깍아봐도 부스러기처럼 자꾸 남는 그리움. 그리고 기타 감정들. 정의하면 할수록 어려운 나의 마음과 이름 없는 애인. 어느 방향으로도 갈 수 없고 한 가운데서 어쩔줄 몰라하는 마음들이 느껴지는듯하다

아아 우습지 우리 사이엔 하나의 우주가 있는데도 당신이 이토록 가깝게 느껴진다는게.

잠든 당신을 생각하면 두 손 뻗어 고운 머리카락을 쓸어넘길 수 있을 듯한데

휘늘어지는 바람 한 점이면 이 꿈결 모두 흩어져버린다는게

p98 흩어진

나는 이제 이러한 그리움,사랑,상처 등의 감정들이 멀게 느껴진다. 얼마나 아파하고 그리워하고 그런 감정들을 겪어왔음에도 이젠 나도 정의내리기 힘들고 또렷하게 말하기를 거부한다. 나도 작가처럼 어쩌면 이렇게 어렵다는 것에 다행이라 여기는 것이 아닐까. 혹은 어려운게 당연한것이라고 여기며 깊게 들어가길 거부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알면서도 빙빙돌고 , 원점으로 돌아와 모르겠다 라고 이야기하는게 이젠 훨씬 쉬운 것 같고, 또 쉽다는 것을 알았다. 사실보다 더 좋은 것을 쓸 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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