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의 시대 - 일, 사람, 언어의 기록
김민섭 지음 / 와이즈베리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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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훈의 시대에 대해 이야기하기전에 우리는 '훈'이란 생소한 단어에 대해서 이야기해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나 또한 이 책을 접하기전까지 '훈'이라는 단어를 따로 떼어놓고 생각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욕망의 언어로 함축적으로 불리고 있는 '훈'이란


훈은 1) 집단에 소속된 개인을 가르치기 위한 교육의 언어이고, 2) 지배계급이 생산,해석,유통하는 권력의 언어이고3) 한 시대의 욕망이 집약된 욕망의 언어이다.


라고 정의하고 있다. 쉽게 '훈'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훈이란 개인의 욕망을 언어로 규제하고 통제해온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학교의 훈, 회사의 훈, 개인의 훈 이렇게 3개의 구성을 천천히 읽어가면서 내가 느낀 것은

나 또한 이런 '훈'에 철저히 통제당하고 규정당했다는 것이다.


학교의 교훈에서 나오는 언어나 교가에서 흘러나오는 언어처럼,항상 현명한 어머니,지혜로운 어머니, 어진 딸, 착한 딸 등으로 여성들은 많이 규정되어 왔고남성들은 진취적이며 계속 도전하고 열정이 있는 사람으로 그려져왔다.그래서 과거는 여성들은 가정을 책임지고, 남성들은 사회에 나가 일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현재는 어떠한가?그렇게 언어에 대해 규정되어지고 사회에 의해 규정되어진 성역할은 현대에 이르러 많이 바뀌었고이젠 여성들도 왠만큼 공부를 하는 시대에 , 여성들도 사회진출이 빈번해졌고, 이젠 아주 흔한 일이 되었다.


가정에서의 역할도 남성과 여성이 같이 하는 시대를 맞이하고 있는 상황에서아직도 우리의 학교들은 어진 딸과 현명한 어머니를 부르짖고 , 대한의 건아를 부르짖고 있다.그래도 다행인건, 책에서 나오는 사례처럼 원주여고에서 학생과 교직원 뿐만 아니라 학부모들도 자신의 딸이 한 인간으로 주체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지혜를 배우기를 기대하면서 교훈개정에 힘을 보태었다고 한다.


물론 그 과정에서 이전의 왕언니들이 전통을 지켜야한다고 하여 반대에 부딪히기도 하였으나

저작권 문제로 교훈이나 교가를 전면적으로 바꾸진 못했지만 몇 개의 단어를 바꾸는 것만으로도

나는 원주여고의 학생들이 지금보다는 더 개인적으로 주체적인 삶을 살 수 있을거란 생각이 든다.

회사에서도 ' 다른 회사보다 두 배 열심히 일하고 , 다른 회사보다 두 배 일찍나오고, 다른 회사보다 두 배 늦게 퇴근하는'말도 안되는 사훈들이 존재하면서 개인의 주체적인 삶보다는 회사에 올인하는 삶으로 개인을 통제하는 사훈도 있었으며'고객만족'이라는 경영이념 때문에 고객은 무조건 왕으로 섬겨야함으로써 직원이 감정노동에 시달려야하는 일도 있다.


열정페이 등의 회사에의 갑질이 허울좋은 언어 하나로 인해 다양한 개인의 인권이 침해되거나, 개인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일들이 비일비재하다.나는 우선 아이들이 영향을 가장 받을 수 있는 학교에서부터 언어를 변화시키는 움직임이 먼저 일어났으면 하는 바램이고그 다음엔 어른들이 주체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회사에서도 사훈이라는 언어로 개인을 규정하고 통제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회사에서는 따라야하는 하나의 기준이라 생각할지라도 , 잘못된 사훈은 직원들의 삶을 망가뜨리고 주체적으로 일을 처리하지 못해결국은 회사에도 손해가 될 것이란 생각이 든다.

그래도 회사들도 하나씩 변화하고 있어 희망이 보여 다행이며 , 다른 회사들도 우아한형제들의 사훈을 보면서무언가 느끼는 바가 있었으면 좋겠다.


이렇게 소속된 공간에서 '훈'에 의해 철저히 통제당하고 있는 부분들도 있는 반면 , 개인적인 욕망을 위해 스스로통제하는 부분들도 많은데 , 가장 핫한 이야기가 바로 아파트의 문제이다.

이전에는 사실 다 같은 아파트였지만 어느 건축회사 혹은 기업이 아파트의 브랜드가치를 집어넣음으로써

개인들도 아파트에 가치를 매기기 시작하고, 사는 아파트에 따라 개인의 가치를 매기기 시작했다.

다세대주택이나 빌라 등에 사는 아이들과는 놀지말라는 브랜드아파트에 사는 엄마들이 했다는 이야기나

같은 아파트라도 임대아파트에 사는 사람과 분리해서 자신들을 생각하려는 개인들. 그 개인들로 인하여 이젠 아이들도 어느 아파트에 사는지 친구들과 만나면 서로 물어보고, 같은 아파트 단지나 브랜드 아파트에 사는 아이들만 서로 어울려 놀려고 하는 사태들도 있다고 한다.


아직도 생각나는 이야기는, 어떤 할머니가 손녀를 어린이집에 보냈는데 그 학부모들이 발라에 살고 있는 그 손녀와는 놀지말라고 자신들의 아이들에게 이야기했다고 한다. 그 말에 화가난 할머니는 , 그 빌라가 자신의 건물임을 증명하는 등기부등본을 떼서 가져가서 학부모들에게 따졌다고 하고, 그 이후 학부모들은 아무 말도 못했다고 하는데, 가치를 건물로 매기는 스스로를 가둬버리는 그들의 욕망에서 우리는 훈이 그들의 삶의 방향도 철저히 규정하고 통제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사회 곳곳에서 볼 수 있는 나를 가두는 훈들. 이 책을 읽다보니 나 또한 언어에 의해서 규정되어져 왔다는 사실에그리고 이 책을 읽기전까지는 깨닫지 못했다는 사실이 무척 부끄러웠고, 앞으로는 주체적인 삶을 살도록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아니 적어도 지금의 나부터는, 그리고 내 자식들부터는 훈에 휘둘리지 않고 주체적인 삶을 사는 아들과 딸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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