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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이 이끄는 곳으로
백희성 지음 / 북로망스 / 2024년 8월
평점 :
이 소설에서 빛은,
사랑하는 여인과 사랑하는 아들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 힘껏 표현했던 사랑이다.
자식을 기억할 수 있게 해주는 따뜻함이다.
뤼미에르 끌레제라는 건축가가
자신만의 공간을 만들어 보려고 집을 구하던 중,
집주인인 피터 왈처의 이상한 조건을 수락해야만 한다는
요구를 승락하면서 시작되는 이야기이다.
아버지 프랑스와 왈처가 피터에게 남긴
집의 수수께끼를 풀어야 한다.
단서는
4월 15일,
프랑스와의 일기,
의문의 여인 아나톨의 일기 뿐이다.
곳곳에 나오는 비밀의 열쇠는 바로 빛이다.
빛을 찾아내고, 빛이 이끄는 곳으로 가야만 답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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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건축가이다보니
건축물에 관한 설명이 아주 자세하다.
묘사된 공간과 빛에 대한 설명을
상상으로 세세하게 구현해야 했기 때문에
다른 곳에 한 눈을 팔 수 없었다.
읽는 내내 머릿 속이 아주 바빴다.
수도원의 창가에도 있었다가,
온실에도 앉아있다가,
종탑에도 올라가고,
저택도 살펴보고,
루체른과 파리를 여러 번 오가기도 했다.
덕분에 아주 근사하게 읽을 수 있었다.
책을 처음 읽을 때는
살짝 으스스함을 느끼기도 했지만,
프랑스와를 따라 갈수록
밝음이 느껴지는 것이 꼭 빛을 받는 느낌이 들었다.
결국 사랑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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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79
“프랑스와가 보고 아나톨이 느낀 그 현관이 완성되고 나서
나는 잔디에 앉아 가만히 눈을 감고 그들을 생각했다.
프랑스와가 햇빛을 잘 받아야 하는 잔디를
왜 어두운 실내에 심었는지 알 수 있었다.
왜 로즈마리 허브를 썼는지도 이해가 되었다.
점심식사 전에 마당에서 놀던 레오나르를 위해
그렇게 문을 열어놓았듯,
이 잔디를 키우려면 문을 열어놓고
점심때까지 빛이 현관 복도에 내리쬐게 해야만 했다.
그리고 열린 문으로 센강의 바람이 집 안으로 들어오듯
레오나르도 들어왔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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