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러시! - 그 개의 전기, 버지니아 울프 기록
버지니아 울프 지음, 서미석 옮김 / 그림씨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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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42년 태어난 순종 레드코커스패니얼 플러시와 그의 주인 엘리자베스 배럿의 이야기.

(소개글을 읽었던 터라 개의 눈으로 본 로맨스는 어떤 시선으로 그려질까 생각하면서 읽었는데, 읽다보니 로맨스보다는 배럿과 플러시의 이야기에 촛점이 맞춰졌다.)

처음에는 작가가 직접 관찰하고 쓴 글인 줄 알았는데, 년도를 확인해보니 거의 다 상상으로 쓴 것이었다. 실제 인물의 이야기를 상상으로 쓴 것도 특이했지만 그들이 주고받은 연애편지에 나오는 개에 관심을 가지고 그 개의 시선으로 바라볼 생각을 하다니 참 엉뚱한 사람이다.

버지니아 울프다운 의식의 흐름에 따른 뒤죽박죽 서술. 마르셀 프루스트보다 훨씬 덜하긴 하지만 읽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읽고있던 문장의 전전 문장을 다시 읽어야 할 때도 있고, 심지어 한장 앞으로 넘겨 다시 보아야 할 때도 있다. 그래서 2번째, 3번째 읽을 때는 다른 의미로 다가오는 문장도 있다. 그런데도 그녀의 글을 좋아하는 것은 장면을 상상하며 읽는 느낌이 좋기 때문이다.

플러시가 처음 배럿양의 집에 갔을 때 (정신없는 묘사지만) 플러시가 보는 장면을 내가 보고있는 듯 했다. 심지어 냄새까지 났다. 원래 주인인 미트포드가 배럿에게 플러시를 주고 갔을 때 처음보는 곳에 혼자 남겨져서 버림받음의 공포심을 느끼는 장면에서는 나도 모르게 손톱을 물어뜯었다.

항상 적으로 간주하여 경계하던 주인의 연인 브라우닝씨를 보며 ’브라우닝을 문다면 그것은 배럿양을 무는 것이다.‘라고 생각하고, 또 그가 가져온 케이크를 꾸역꾸역 먹으며 ‘앞으로는 브라우닝씨를 사랑할 것이며 절대 물지 않겠다.’ 결심하던 플러시.

드디어 사랑의 의미를 안 것인가? 타협을 한 것인가? 하하

플러시의 납치, 두 연인의 결혼, 피렌체에서의 동네 개들과의 사랑(?), 부부의 아이를 바라보는 시선과 감정의 변화 등이 참 흥미로웠다.

배럿이 실제 시한부판정을 받은 후여서 더 절절했던 배럿과 브라우닝의 사랑. 결혼 후 15년을 더 행복하게 살았으니 사랑의 힘이란 이렇게 위대한 것인가?

두 사람이 쓴 러브레터를 전부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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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장면을 읽을 때 갑자기 눈물이 났는데, 배럿과 플러시가 만나는 장면과 헤어지는 장면에서의 문장때문인 것 같다..

-둘이 처음 만났을 때 너무 닮은 서로의 모습.
<같은 틀에서 빚어졌지만 두 몸으로 나뉜 그들이 상대의 부족한 부분을 완전히 채워줄 수 있을까?>

-나이든 후에도 서로 닮은 모습인 배럿과 플러시의 마지막 순간.
<두 몸으로 나뉘었지만 같은 데서 빚어진 그들은 상대의 부족한 부분을 완전히 채워주었을 것이다.>

물음표가 마침표가 되는 순간..뭔가 울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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