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과 도착, 만남과 헤어짐, 설레임과 절망.
사람들마다 여러가지 감정의 교차가 일어나는 곳이 바로 공항과 같은 곳이 아닐까?
그런데 드 보통은 그 너머의 것, 즉 우리가 미처 바라보지 못하는 부분을 우리에게 선사한다. 바로 그 곳에서 일하는 이들의 생생한 삶의 모습과 스쳐지나간 자욱까지...

메세나의 한 축이었는지?

마케팅의 한 방법이었는지?

이후의 분석에 대해서는 알지 못하지만 지금 당장 읽기 시작해 완독하게된 이 책에 대한 단상, 후기, 서평을 남겨보고자 이 글을 씁니다.

영국 히드로 공항에서의 일주일!
베스트셀러 작가인 드 보통에게 낯설음과 기대를 품게해 결국 거절해야할 이유를 쇠진시켜 버린 제안!
접근에서 시작하여 도착에 이르기까지 드 보통이 이야기 하는 에세이이자 현장 르뽀의 글!
타고난 관찰력이라고 해야하나 글쓰기 소재를 발견하여 먹이 낚아채듯 구석구석을 훑고 털어놓은 글의 정황!

무언가를 먹고 나면, 왠지 기분좋게 하는 뒷 여운이 있는 차분하고 인간미 넘치는 글이라고 생각합니다. 현란한 언어의 수사는 아직은 어설프고 퍽퍽하며 거친 제겐 참 닮고 싶은, 최소한 흉내내고 싶은 면이기도 합니다.

어디를 가면 단순히 찍고 오는 깃발 꽂기식 여행이 아니라 그저 일상처럼 그들과 똑같이 그 공기와 환경을 느끼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 같습니다.

작가도 이야기 했지만 최고의 여행은 그곳을 다녀가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곳에 몇일을 살아보는 것이 진정한 여행이라는 말에 공감합니다.

남는 것은 사진 밖에 없다.

유명한 다큐 사진작가인 리처드 베이커의 사진이 곁들여져 있어 보는이로 하여금 빵을 먹다 목이 메일때 한모금 들이키는 음료수와 같다고 표현하면 많이 이상할까 싶습니다. 그런데 왠지 그 청량함이 탄산의 알싸함이 사라진 듯 군데군데 사진이 좀 의미없어 보이는 것은 옥의 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런 사진이 꽤 있답니다.

무엇보다 제 흥미를 끈 부분은 III. 게이트 너머 부분이 아닐까 싶습니다. 앞부분은 왜 책을 쓰게되었는지? 그리고 입국장에서의 여러 현상을 보고 작가가 맘껏 자신의 글을 써 내려가지만 솔직히 마음에 와 닿는 부분은 적었습니다.

“시몬은 힌다위 사건을 열심히 공부했다. 힌다위 사건이란 요르단인 네자르 힌다위가 임신한 여자 친구에게 플라스틱 폭약이 가득한 가방을 들려 텔아비브로 가는 이스라엘 항공기에 탑승시킨 사건을 가리킨다.” (99)

이 부분에서는 작가도 오해아닌 오해를 한 부분인데, 단지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생각을 한 번 더 하게됩니다. 내 임의로 한 짧은 소견이 정말 숭고한 일을 하고 있고, 우리 모두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보안요원들의 업무를 너무 심하지 않나 하고 쉽게 내뱉을 수 있는 말 실수를 한 번 더 생각하고 판단하게 만드는 사건이었습니다. 그들은 자기에게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었습니다. 누가 무어라 말해도 말입니다. 인정을 봐 준다고 한 치 소홀함을 흘려 보냈을 때 가져올 엄청난 재앙을 누구도 책임지지 못하는 그들만의 일이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새들의 비상과 군무, 그리고 땅을 박차올라 하늘을 나는 비행기의 힘찬 역동, 파란하늘에 제트운을 생성시키며 날아가는 궤적에 막연한 동경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차선이 없어 마음대로 이리저리 왔다갔다 할 것 같다는 생각들을 하는데 하늘의 교통정리 상황을 모니터하는 관제사들의 수고는 지상보다 더 정신없이 떠 다니는 모든 항공기를 궤적을 모니터로 보고 나서도 그렇게 이야기 할 수 있을까 싶어 피식 웃음이 나옵니다.

거대한 덩치의 항공기가 새처럼 가볍게 날아올라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승객과 화물을 실어나를때면 겉의 화려한 모습 뒤에 이를 가능하게 하기 위한 수많은 노력들이 있음을 알게됩니다. 이런 유사한 일에 근무하는 입장에서 이런 부분도 비록 한 두 페이지에 불과하지만 언급해 줘서 살짝 위안을 받았다면 소인배 취급당할라나요?

무엇보다 아직도 불켜진 공항 건물을 보게 된다면 마음이 들뜹니다. 어디론가 자유롭게 날아올라 막연하게 떠나고 싶다고 생각하지만 또 한 편 기내에서 열 시간 이상 꼼짝달싹 못하며 숨막히는 시간을 견뎌내야 한다면 처음 가졌던 동경이 바로 불평불만이 되어 버리는 것은 아마 연약한 인간의 모습이 그대로 드러나 보이는 것이 아닐까요?

여행보다 여행의 시작과 끝이 되는 공항에 대해 짧게나마 알아보고 거기에 숨어있어 미처 발견해내지 못한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해 준 것 같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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