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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의 심리학 카페 - 더 이상 혼자가 아닌 그곳
모드 르안 지음, 김미정 옮김 / 갤리온 / 2014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매주 목요일 저녁 7시, 바스티유의 한 카페에서 열리는 심리학 카페.
이 책은 18년간 916회를 맞이하며 약 5만 명이라는 많은 사람들의 심리 치유에 대한 따뜻한 감성을 담은 이야기다.
이곳을 다녀간 사람들은 그간 가슴에 담은 상처와 고통들을 홀로 꽁꽁 짊어진 채 홀로 불구덩이에 놓여
온 살갗을 불에 데이는 듯한 아픔을 느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심리학 카페를 통해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고, 위로와 이해를 받으며
슬픔을 내려놓고 스스로를 제대로 바라볼 줄 알게 되었다.
나아가 주변의 사람들까지 돌아보며 다시금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용기를 얻게 되었다.
나 역시 문득 짜증이 일고 삶에 회의감과 슬픔이 밀려들 때, 이 세상에서 오로지 힘든 사람은 나뿐인양 여겼던 것 같다.
그렇게 작고 어두운 동굴에 갇혀 스스로를 사랑할 줄도, 주변을 둘러보지도 못했던 것 같다.
조금만 돌아보면 충분히 나를 위로해 줄, 따뜻하게 손을 잡아줄 사람이 얼마든지 있었는데 말이다.
우리의 마음도 마음 놓고 울 시간이 필요합니다. 아프면 아프다고, 힘들면 힘들다고 얘기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지 못하면 그간 쌓여 온 아픔은 한 번에 폭탄처럼 터져버려 더 곤란한 상황에 처하고 맙니다. 18쪽
좋은 감정이든 나쁜 감정이든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느낄 때에야 우리는 비로소 그 감정을 제어할 수 있습니다.
감정은 막으려 하면 할수록 걷잡을 수 없이 커지지만, 있는 그대로 인정하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자연스레 흘러가니까요. 26쪽
어릴 때 탁아소에 맡겨진 저자는 어린아이의 천진난만함 보다는 남의 눈치를 보기에 바빴고,
마냥 해맑고 밝아야 했던 아이는 오히려 어른스러워질 수밖에 없었다. 그런 그녀에게 가장 소중한 사람이 나타났고
그와의 행복을 꿈꿨지만, 그것마저 그녀에겐 허락되지 않는 일이 되어버렸다. 스물셋이라는 어린 나이에 갓 낳은 아들과
남편과의 행복은 갑작스런 남편의 사망으로 인해 고통의 구렁텅이에 빠져버리게 된 것이다.
그 어린 나이에 그 고통을 감내하기란 이루말할 수 없을 만큼의 절망이 되었을 것이다. 그런 고통 속에서 나날을 보내던 그녀는
순간 커가는 아이를 보며 깨닫게 되었다. 지금 자신의 이 고통은 아무런 도움도, 이득도 되지 않는 다는 것을 말이다.
"나는 문득 과거의 불행을 매일매일 곱씹느라 현재를 쓰레기통에 버리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39쪽)"
우리는 모두 지난 불행들을 곱씹고, 왜 내게만 이런 고통이 주어지는지를 한탄하면서 아까운 시간과 현재를 낭비하곤 한다.
아픈 과거의 불행을 곱씹느라 현재를 쓰레기통에 버리고 있다는 저자의 말이 깊게 와 닿았다.
지나간 시간의 일들은 되돌릴 수도, 바로잡을 수도 없는 일이다. 그렇다면 답은 간단하다. 현재를 제대로 살아나가는 것.
그것만이 옳은 해답이다. 그걸 깨달은 저자는 심리 치유를 통해 조금씩 삶을 회복시켜 나갔고, 나아가 자신의 이런 고통을
이해하며 다른 사람의 고통까지도 쓰다듬어주기 위해 심리학을 배워 지금에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그런 저자의 삶을 보면서 그녀가 참으로 존경스러웠다.
보통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사람은 현재의 일에 기인한 경우도 많지만 대개는 과거에 기인한 경우가 더 많은 듯하다.
과거의 아픔과 고통을 그대로 감내하며 아무렇지 않은 척 그것을 쌓아두고 묻어두었기 때문이다.
감정에 솔직하지 못했던 탓이다. 부당한 것은 부당하다고 말하고, 화가 나면 왜 화가나는지 그것을 풀고, 나아가
자신을 진정 사랑할 줄 알아야 심리적인 아픔에서 치유될 수 있다.
삶은 마냥 행복하지만은 않다. 때때로 불행과 아픔도 찾아온다. 그것이 인생이다. 그런 인생에서 행복만을 찾고 아픔에는
주저앉아 울고있을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이 책을 보면서 그것마저 나아가는 삶의 일부분으로 여기고 헤쳐나갈 수 있도록
나 자신을 더욱 사랑할 줄 알아야 함을 배우게 되었다. 스스로를 진정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 다른 누군가도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
아닐까.
상처를 치유한다는 것은 과거로 돌아가 모든 일을 제자리로 돌려놓는 게 아닙니다. 적절한 거리를 두고 아픈 기억을 떠나보내는 것이지요. 그럼으로써 고통스럽던 과거가 더 이상 현재의 삶에 침입하여 주인행세를 하지 못하도록 막는 겁니다. 53쪽
자신을 사랑한다는 것은 뭔가를 잘했기 때문에 주어지는 보상이 아닙니다. 실패하고 실수할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충분히 사랑받을 만한 사람이라고 믿는 것입니다. 잊지 마십시오. 세상에서 가장 아껴야 할 사람은 그 누구도 아닌 당신 자신입니다. 17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