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달 - 제25회 시바타 렌자부로상 수상작 사건 3부작
가쿠타 미츠요 지음, 권남희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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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에 근무하던 여직원의 횡령 사건.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종이달>은 바로
이 횡령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중심으로 그 횡령사건을 일으킨 주인공 우메자와 리카를
중심으로 그녀를 기억하고 있는 그녀의 주변인물들의 시선으로 전개된다.
그녀의 여고시절 친구인 오카자키 유코는 과도한 근검절약파로 집 주변의 각종 마트의
할인전단지를 통해 장을 보고 몇 정거장 정도는 걸어다닐 정도로 절약하는 주부다.
그녀가 기억하는 리카는 갓 쓰기 시작한 비누와 같은 청초함과 정의감을 가진 소녀다.
그래서 처음 이 사건이 보도되었을 때, 그녀가 자신이 기억하는 그녀가 맞는지 꽤나
혼동스러워함과 동시에 그 많은 돈을 과연 어떻게 했을까를 누누히 생각하며 곱씹게 된다.
그리고 리카와 대학시절 잠시 사귀었었던 전 남자친구인 야마다 가즈키는 그녀를 욕심 없고
자기만의 세상에서 살아가는 여성으로 기억한다. 그의 현재 부인의 심한 낭비벽으로
대화가 단절되면서 문득 리카를 되새기며 그녀와 결혼했다면 현재의 삶이 달라졌을지를
곱씹게 된다. 이어 리카와 함께 요리교실에 다니며 친해지게 된 주조 아키는 그녀를
계산적이지 않고 정이 많으며, 늘 스스로 무언가를 선택하지 못하는 소심한 모습으로
기억하고 있다. 때문에 은행원에 취직하겠다고 했을 때 말리지 못했던 것을 되새기며
리카가 왜 그런 사건을 저질렀는지를 생각하게 된다.
이어 사건의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된 리카의 연하 남자친구인 히라바야시 고타가 있다.
그녀보다 12살이나 어린 그는, 부자인 할아버지가 있으면서도 전혀 도움을 받을 수 없어
빚에 허덕였고 그와의 삶으로 인해 그녀의 삶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한다.
이어 현재 그녀의 남편인 우메자와 마사후미가 있다. 리카와는 대화가 거의 없고
좋은 남편이지만 그녀에게 우월주의적인 모습을 보이며 10년이라는 결혼 생활 동안
아이가 생기지 않은 것에 대해 노력도 없으며, 결혼생활에 대한 열정도 없다.
리카의 사건 후의 모습들과 어떻게 사건이 일어나게 되었는지에 대한 배경들이
여러 등장인물과 그녀의 관점이 번갈아 등장하며 이야기가 진행되는데, 읽는 내내
조금씩 리카에 대한 모습들이 정의되고 사건에 가담하게 된 모습들을 확인하게 된다.
애초에 그녀에 대한 마음속 불안감과 공포는 남편에게서 비롯된 것으로 보여진다.
대화가 없고 늘 그에 대한 불만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그것을 쉽사리 말하지 못하는
모습들이 조금씩 그녀 안에 내재되어 갔던 것 같다. 그래서 늘 그녀는 자신의 문제에
대해 선택하지 못한 채 주변 사람들을 통해 인생을 살아가게 된다.
자신 그대로가 아닌 늘 누군가에 속한 기분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그런 그녀가 고타를 만나게 되면서 조금씩 스스로 선택하며 저지르지 말아야 할
일들을 저지르게 된다. 그것이 잘못된 길이라는 것을 인식하지도 못한 채, 그것이
현실이라고 생각하며 잘못된 현실에 점점 더 도취되어 간다.
전체적으로 모든 등장인물들에게서 보여지는 이야기의 중심은 '돈'과 관련되어 있다.
물질만능주의가 만연하는 사회에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쇼핑중독으로 기분을 해소하는 아키나 가즈키의 부인, 아끼고 또 아끼며 악착같이
살아가는 유코와 돈에 지배당하고 만 주인공 리카 역시 모든 인물들에게는 돈과 관련된
이야기가 존재한다. 이 이야기들을 통해 우리는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주변을 바라보고
앞으로의 자신의 삶에 대해 바로 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현실감 있고 생생한 이야기로 전달되는 <종이달>은, 누구나가 읽으며 느끼는 바가 많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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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평의 행복, 연꽃 빌라 스토리 살롱 Story Salon 1
무레 요코 지음, 김영주 옮김 / 레드박스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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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하지만 일상적인 느낌의 '세 평의 행복, 연꽃 빌라'는 딱 제목과 같은 분위기를 풍긴다.
어쩐지 주인공인 그녀 교코가 가까운 어딘가(연꽃 빌라와 같은 곳)에 살고 있을 것만 같은 친숙한 느낌이 든다.
대학을 가기 시작할 스무살 무렵, 일찍이 독립을 경험했던 탓인지

나는 오히려 가족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놀라울만큼 좋아한다.
특히나 가족들을 무척이나 애정하는 탓인지, 그 시간들이 소중해 할 수만 있다면 부모님과 함께 살고 싶을 정도다.

일찍 독립을 해서 일까.


하지만 나와는 반대로 교코는 마흔 다섯에 드디어 독립을 실행에 옮긴다.
이십년 넘게 유명한 광고회사에서 일하고, 엄마의 잔소리를 참아가며
돈을 모아 버틴 결실을 드디어 맺을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녀의 독립은 어쩐지 나까지도 들뜨게 한다. 마치 처음 독립을 경험했던 나를 떠올리게 한다.


연꽃 빌라라는 예쁜 이름과는 달리 창고와도 같은 세 평 남짓의 볼품없는 집은,
그녀에게는 자기만을 위한 공간으로 마음에 드는 곳이었다. 일단 월세가 저렴했고,
욕실과 화장실을 공동으로 사용하는 같은 층에 사는 아주머니 구마가이,

일식집에서 일하는 조용한 청년 사이토, 외국인을 좋아하고 독특한 성격의 고나쓰까지.
그들이 있기에 그녀의 일상은 평범했지만 좋았고, 그 속에서 소소한 아름다움과 일상의 감동을 느낄 수 있었다.


무작정 일을 관두고 모아둔 돈으로 한 달에 십만엔으로 생활하기를 실천하는 그녀의 인생은,
보는 내내 이상하리만치 미소가 그려졌다. 과연 그녀가 중간에 홀로서기를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갈지, 돈이 바닥나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할지 알 수 없는 일이지만,
오로지 자신이 선택한 자신의 인생을 살아간다는 점에서 보기 좋았다.
마흔 다섯이라는 나이에 결혼도 하지 않고, 단 세 평짜리 방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눈치보지 않고

지낼 수 있는 삶이란, 과연 어떤 것일까.
소소하고 감성적인 일상을 들여다 보듯, 따뜻해지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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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나이프 엠마뉘엘 베르네임 소설
엠마뉴엘 베른하임 지음, 이원희 옮김 / 작가정신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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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가방 안에 잭 나이프를 가지고 다니는 그녀, 엘리자베스. 

그녀는 늘 사무실로 출근해 다른 직원들과 소통하지 않은 채 홀로 점심식사를 해결하거나

식사를 거르며 열심히 일하기만 한다. 그리고 여섯시 반이 되기 전에 퇴근을 한다.

그렇게 반복적이고도 무미건조한 그녀의 일상에 한 가지 변화가 찾아온다.

어느 날 늘 가지고 다니던 잭 나이프에 낯선 사람의 피가 묻어 있음을 깨달은 것이다.

그리고 그것에서 묘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도통 자신이 누군가를 찔렀는지 기억하지 못해서 끙끙 앓던 그녀는 조금씩 그 날의 기억을

되짚어 가면서 하나 둘씩 기억을 떠올리게 된다. 자신이 낯선 남자의 허리를 찌른 기억이다.

그리고 그 남자를 찾아야만 한다는 것. 그것을 분명하게 깨달은 그녀는 그를 찾기 위해

하나 둘씩 인생의 변화를 시작해 간다. 그런 변화 속에서 만나게 된 남자.

그녀는 그 남자와 함께 삶을 이어가며 조금씩 그에게 적응되어 가고 그의 삶에 맞춰진다.

자신이 왜 그 남자를 찾았었는지의 목적을 잊은 채 말이다.

그러던 그녀가, 문득 깨닫게 되는 것이 그가 자신의 존재를 알고 있으며 그가 자신을 만나는 이유가

그 사건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점이었다.

이 묘한 이야기는 짧은 문장과 짧은 글로 표현되어져 더욱더 긴장감을 느끼게 하고

이야기 속으로 빨려들어가게 만든다.

비이성적이게 보이는 이 모습들은 현대인들의 모습을 그대로 대변한다.

옮긴이의 말에서 설명하고 있듯이, 그녀가 그 낯선 남자를 찌른 행동은 결국에는

누군가를 만나고 싶다는 욕망에서 기인하고 있듯이 외로움이 즐비하는 현대 사회에서

누구나가 그녀와 같은 감정을 갖고 살아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짧지만 강렬하게 기억에 남는 그녀의 작품은, 이 한 작품만으로도 다른 작품들에 기대감을 부여한다.

 

"그녀의 소설들은 사랑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

그저 사랑을 할 뿐이다.

소설에서는 행위가 말들을 제치고,

육체의 폭발에 의해 심장이 산헐적으로 멈추기도 한다."

옮긴이의 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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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의 심리학 카페 - 더 이상 혼자가 아닌 그곳
모드 르안 지음, 김미정 옮김 / 갤리온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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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목요일 저녁 7시, 바스티유의 한 카페에서 열리는 심리학 카페.

이 책은 18년간 916회를 맞이하며 약 5만 명이라는 많은 사람들의 심리 치유에 대한 따뜻한 감성을 담은 이야기다.
이곳을 다녀간 사람들은 그간 가슴에 담은 상처와 고통들을 홀로 꽁꽁 짊어진 채 홀로 불구덩이에 놓여

온 살갗을 불에 데이는 듯한 아픔을 느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심리학 카페를 통해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고, 위로와 이해를 받으며

슬픔을 내려놓고 스스로를 제대로 바라볼 줄 알게 되었다.

나아가 주변의 사람들까지 돌아보며 다시금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용기를 얻게 되었다.
나 역시 문득 짜증이 일고 삶에 회의감과 슬픔이 밀려들 때, 이 세상에서 오로지 힘든 사람은 나뿐인양 여겼던 것 같다.

그렇게 작고 어두운 동굴에 갇혀 스스로를 사랑할 줄도, 주변을 둘러보지도 못했던 것 같다.

조금만 돌아보면 충분히 나를 위로해 줄, 따뜻하게 손을 잡아줄 사람이 얼마든지 있었는데 말이다.

우리의 마음도 마음 놓고 울 시간이 필요합니다. 아프면 아프다고, 힘들면 힘들다고 얘기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지 못하면 그간 쌓여 온 아픔은 한 번에 폭탄처럼 터져버려 더 곤란한 상황에 처하고 맙니다. 18쪽

좋은 감정이든 나쁜 감정이든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느낄 때에야 우리는 비로소 그 감정을 제어할 수 있습니다.

감정은 막으려 하면 할수록 걷잡을 수 없이 커지지만, 있는 그대로 인정하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자연스레 흘러가니까요. 26쪽

어릴 때 탁아소에 맡겨진 저자는 어린아이의 천진난만함 보다는 남의 눈치를 보기에 바빴고,

마냥 해맑고 밝아야 했던 아이는 오히려 어른스러워질 수밖에 없었다. 그런 그녀에게 가장 소중한 사람이 나타났고

그와의 행복을 꿈꿨지만, 그것마저 그녀에겐 허락되지 않는 일이 되어버렸다. 스물셋이라는 어린 나이에 갓 낳은 아들과

남편과의 행복은 갑작스런 남편의 사망으로 인해 고통의 구렁텅이에 빠져버리게 된 것이다.

그 어린 나이에 그 고통을 감내하기란 이루말할 수 없을 만큼의 절망이 되었을 것이다. 그런 고통 속에서 나날을 보내던 그녀는

순간 커가는 아이를 보며 깨닫게 되었다. 지금 자신의 이 고통은 아무런 도움도, 이득도 되지 않는 다는 것을 말이다.

"나는 문득 과거의 불행을 매일매일 곱씹느라 현재를 쓰레기통에 버리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39쪽)"

우리는 모두 지난 불행들을 곱씹고, 왜 내게만 이런 고통이 주어지는지를 한탄하면서 아까운 시간과 현재를 낭비하곤 한다.
아픈 과거의 불행을 곱씹느라 현재를 쓰레기통에 버리고 있다는 저자의 말이 깊게 와 닿았다.
지나간 시간의 일들은 되돌릴 수도, 바로잡을 수도 없는 일이다. 그렇다면 답은 간단하다. 현재를 제대로 살아나가는 것.
그것만이 옳은 해답이다. 그걸 깨달은 저자는 심리 치유를 통해 조금씩 삶을 회복시켜 나갔고, 나아가 자신의 이런 고통을
이해하며 다른 사람의 고통까지도 쓰다듬어주기 위해 심리학을 배워 지금에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그런 저자의 삶을 보면서 그녀가 참으로 존경스러웠다.
 
보통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사람은 현재의 일에 기인한 경우도 많지만 대개는 과거에 기인한 경우가 더 많은 듯하다.
과거의 아픔과 고통을 그대로 감내하며 아무렇지 않은 척 그것을 쌓아두고 묻어두었기 때문이다.
감정에 솔직하지 못했던 탓이다. 부당한 것은 부당하다고 말하고, 화가 나면 왜 화가나는지 그것을 풀고, 나아가
자신을 진정 사랑할 줄 알아야 심리적인 아픔에서 치유될 수 있다.
삶은 마냥 행복하지만은 않다. 때때로 불행과 아픔도 찾아온다. 그것이 인생이다. 그런 인생에서 행복만을 찾고 아픔에는
주저앉아 울고있을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이 책을 보면서 그것마저 나아가는 삶의 일부분으로 여기고 헤쳐나갈 수 있도록
나 자신을 더욱 사랑할 줄 알아야 함을 배우게 되었다. 스스로를 진정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 다른 누군가도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
아닐까.


상처를 치유한다는 것은 과거로 돌아가 모든 일을 제자리로 돌려놓는 게 아닙니다. 적절한 거리를 두고 아픈 기억을 떠나보내는 것이지요. 그럼으로써 고통스럽던 과거가 더 이상 현재의 삶에 침입하여 주인행세를 하지 못하도록 막는 겁니다. 53쪽

자신을 사랑한다는 것은 뭔가를 잘했기 때문에 주어지는 보상이 아닙니다. 실패하고 실수할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충분히 사랑받을 만한 사람이라고 믿는 것입니다. 잊지 마십시오. 세상에서 가장 아껴야 할 사람은 그 누구도 아닌 당신 자신입니다. 17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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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가 사라졌다 네버랜드 꾸러기 문고 50
박현숙 지음, 김현영 그림 / 시공주니어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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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벌이를 하느라고 일에 바쁜 아빠와 엄마를 대신해 중학생과 초등학생인

두 아이들을 챙기고 집안 일을 해주는 것은 모두 다 아이들의 할머니였다.

매일 아침 밥을 지어주고, 빨래를 해주고, 설거지를 해주고, 집으로 돌아오는 아이들을 반겨준다.

그랬던 할머니가 어느 날 아침, 사라졌다.

하지만 가족들 중 누구 하나 할머니가 어디로 사라진 것인지 알지 못했다.

심지어는 경찰서에 찾아가 할머니에 대해 설명을 하는 것조차 정확한 말을 하지 못했다.

그 날 무엇을 입었는지, 현재 머리스타일이나 특징적인 것은 무엇이 있는지,

모두 다 대답은 '그럴껄'과 같은 대답처럼 모호하기만 했다.

그렇게 하루 이틀, 할머니의 부재로 할머니를 찾아가면서 가족들은 하나같이

자신들이 얼마나 무신경했었는지를 깨닫게 된다. 바쁘다는 핑계로 말이다.

아이들을 위한 동화책이라 그런지 아기자기한 그림과 함께 간결하고 이해하기 쉬운 글이 보기 좋았다.

요즘처럼 바쁘게 살아가는 시대에 잊고 있었던 주변사람들과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좋은 글이 아니었나 싶다. 우리는 모두 소중한 것들을 잃고 나서야 그것이 소중했음을

깨닫게 되는 어리석은 후회를 많이 하게 되는데, 지금이라도 주변의 사람들과 가족들에 대한

소중함을 깨닫고 관심을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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