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테 만 1944 - 제2차 세계대전 미국 함대와 일본 함대가 격돌한 사상 최대의 해전 세계의 전쟁 15
버나드 아일랜드 지음, 하워드 제라드 그림, 김홍래 옮김, 남도현 감수 / 플래닛미디어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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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은 늘 인간의 한계를 시험한다. 이 책은 플래닛 미디어가 발간한 세계의 전쟁 시리즈 15번째 편이다. 2차 세계대전 막바지 일본은 기울어가는 전세를 회복하려고 온갖 힘을 다 쏟는다. 당시 일본 해군에게 주어진 임무는 적은 수의 함대로 압독적 미해군에게 최대의 타격을 입혀 일본해군을 재건할 시간을 버는 것이었다. 반대로 미군은 한꺼번에 모든 것을 쏟아 부어 일본 해군을 회생 불가능한 상태로 몰아넣는 것고 본토로 침공해 가는 것이었다. 이 상반된 임무를 부여받은 미 해군과 일본 해군이 레이테 만에서 최후의 해전을 펼친다. 결과는 어땠을까? 겉으로 보기에는 미해군의 압승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책은 그 승리 이면을 자세히 파헤친다. 그 화려해 보이는 해전에서 미군은 통쾌한 승리를 맛보지는 못했다. 수적 우세에도 불구하고 정교한 작전의 부재와 정보의 혼란 또 지휘관들 간의 보이지 않는 불신으로 미 해군은 수 많은 실수를 연발한다. 조금 덜하긴 하지만 이것은 일본해군도 마찬가지이다. 몇몇 우연과 같은 사건이 개입되지 않았다면 전투가 어느 방향으로 종결될지 예측할 수 없었을 것이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 인간의 개인적 약점과 한계가 전쟁에서 어떤 큰 결과를 낳는지 배우게 된다.

이 책은 크게 두 가지 면을 중심으로 기술된다. 첫째는 큰 틀에서 해전이 어떤 과정을 거쳐 전개되어졌는지 보여준다. 당시 두 나라의 해군전력을 소개하고 이를 위해 어떤 전략과 전술이 동원되었는지 꼼꼼하게 묘사해준다. 지도와 자세한 설명까지 덧붙여 독자들이 궁금해 할 상황들을 전문가의 솜씨로 그려준다. 둘째는 전투 와중에 지휘관들의 개인적 기질과 판단이 어떻게 전투를 승리와 패배로 이끄는지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듯 묘사해준다. 레이더가 전쟁무기로 충분히 발달하지 않았던 당시 상황에서 모험과 같은 임무를 부여받은 지휘관들의 인간적 고뇌도 엿볼 수 있다. 일본군에 대한 고통스런 기억을 가진 한국인의 정서만 조금 절제하고 읽어 내려가면 매우 흥미진진하게 볼 수 있는 이야기들이다.

하지만 이런 전쟁시리즈를 다 일고 나면 늘 드는 생각이 있다. 전쟁이 너무 흥미진진하게 기술된다는 것이다. 객관적인 전쟁상황을 묘사하는 책이니 그럴 수 있지만 전쟁이 우리에게 안겨다 주는 보편적 참상에 대해서는 말해주지 못하는 점이 늘 아쉽다. 하지만 그것은 독자들의 과도한 기대일 것이다. 그 부분은 다른 책에서 보충하면 될 것 아닌가. 아무튼 이 전쟁시리즈의 열혈독자들에게는 소중한 경험이 될 것이 분명하다. 단 열혈독자라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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