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미친 사내의 5년 만의 외출
에두아르도 멘도사 지음, 조구호 옮김 / 시타델퍼블리싱(CITADEL PUBLISHING) / 2005년 6월
평점 :
절판


원제는 '납골당의 미스터리'랍니다.

 소개를 보면...

 "어느 미친 사내의 5년 만의 외출>은 정신병원에 수용된 한 사내가 '의도적으로 부여된' 기회를 통해 바르셀로나 수녀회 학교에서 발생한 '여학생 행방불명 사건'의 미스터리를 풀어내는 이야기이다. 그러나 '5년 만의 외출'을 끝낸 주인공은 약속과는 달리 정신병원에 다시 갇히게 되는데... 우리는 '샤워 한번 시원하게 하고, 그간의 피로를 풀 수 있는 곳으로 정신병원만한 데도 없다'고 생각하는 주인공의 기구한 삶을 지켜보며 쾌적하고 안락한 자신의 일상을 되돌아볼 기회를 갖게 될 것이다."

 이름조차 언급되지 않고 나이조차도 불분명한 이 주인공의 특징은 아주 재미있습니다. 알고 읽으면 재미가 반감될 수 있겠습니다만, 1) 펩시콜라를 좋아하고, 2) 무지막지한 냄새를 풍기며, 3) 어두운 과거로 인한 임기웅변(슬쩍하기, 열쇠 따기 등)이 뛰어나고, 4) 말빨이 아주 뛰어나 상대의 혼을 빼놓을 정도라는 것, 5) 자유를 갈망하지만 '제한된 주어진 자유'도 마다하지 않는다는 것, 6) 성적인 호기심이 강하다는 것, 7) 담을 잘 넘는다는 것, 8) 쓰레기통을 뒤져 쓸만한 것을 잘 찾는다는 것...

 작가 멘도사에 대한 설명....

 “가장 스페인 작가다운 작가죠. 예약 주문자가 20만명에 이를 정도이니까요.” 세르반떼스의 <돈 끼호떼>에서 비롯하는 사실주의, 갈도스의 <라사리오 데 또르메스>를 효시로 하는 피카레스크 양식의 두 흐름이 20세기 초 바로하를 거쳐 멘도사한테서 절정을 이룬다는 설명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돈 끼호테의 엉뚱함과 유머가 떠오르기도 하고, 아사다 지로의 <프리즌호텔>에 나오는 대책없는 캐릭터가 떠오르기도 합니다. 풍자라는 측면에서 채만식의 '태평천하'가 떠오르기도 하죠.

 백 프로 추리소설이라기보다 사회 풍자와 추리가 50:50으로 섞인 작품 같군요. 궤변의 달인인 작중 '나'의 변사적인 장광설은 정말 일품이군요. 심각한 주제를 시종일관 유머러스하게 끌고 나가는 솜씨가 세르반테스의 후예라고 할만 한듯...

이제 '사볼따 사건의 진실'을 읽어야겠군요. 멘도사의 미친 팬이 되어가는 기분입니다^^;;

아, 이 책 번역 정말 괜찮습니다.  고유명사만 한국명으로 바꾸고 펴내면 한국 소설이라 착각할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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