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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수술 - 누구도 말해주지 않는 비과학적 수술의 진실
이안 해리스 지음, 정유선 옮김 / 메디치미디어 / 2017년 9월
평점 :
절판
몇년 전 원인을 알 수 없는 피부병이 생기면서 민간요법에 관심이 생겼습니다. 그 이유는 평생 양약과 양의를 맹신했던 제 자신에게 실망함과 동시에, 독한 약을 테스트하면서 그 부작용을 치료하기 위해 또 다른 양약을 먹는 악순환이 지속되면서 양의에 대한 한계를 느꼈기 때문입니다. 그후로 예방접종에 대한 부작용에 관한 책 등 양의의 한계를 알리는 책들을 읽으며 저 뿐 아니라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독특한 제목에 이끌려 읽게 된 책입니다. 살짝 작고 가벼워 읽기 좋았습니다. 순백의 바탕에 수술의 가운색인 초록색과 공구로 수술 이미지를 강조한 표지가 인상적이고 귀엽습니다.
양의에 대한 믿음이 없다 해도 급하면 병원으로 달려가는 게 인지상정입니다. 나이가 들수록 몸에 다양한 증상이 나타나며 자잘하게 병원을 찾는 일이 잦아졌고 그만큼 불안과 의심을 가진 채 병원을 들락거리는 것이 제대로 치료가 될 것인가 의심을 갖게 되어 읽게 된 책입니다. 책 초반부터 의학전공의로서 현장에서 의사로 뛰고 있는 저자의 말이 인상적입니다. 우리 몸은 자연치유라는 시스템이 기본적으로 갖춰져 있어 약의 플라시보 효과만으로 치유되는 경우가 다반사이며 이를 의사들도 인정하고 있다고 합니다. 내 의심을 확인한 후 책 읽는 마음은 동료와 자신을 감싸는 작가이지 않을까, 너무 과한 의심을 심어주진 않을까 불안했던 마음이... 서편의 그 말로 설득되어져 노골노골 마음이 편안해 집니다.
얼마전 귀순 병사를 치료한 아주대학병원의 이국종 교수를 정치인이 비판하고 나서 여론이 크게 술렁거린 일이 있었습니다. 이국종 교수는 몇년전 소말리아 해적들에 피납되었다가 기지를 발휘했지만 크게 부상당했던 석해균 선장을 치료한 분이신데요, 이번에도 우리나라에선 흔치 않은 자동소총 부상자를 빠른 시일에 치료하신 자랑스러운 외과의사이십니다. 모든 의사들이 실제 효과가 확실치 않은 치료법, 약으로 환자들에게 알 수 없는 힘이 미쳐 치료되길 바라는 주술사 같지는 않구나 또렷이 알 수 있는 사건이였습니다. 책을 읽으면서도 느꼈지만 모든 의사를 같은 눈으로 봐선 안 되겠다고 강력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얼마전 제 인생에 이유를 알 수 없는 세번째 병을 발견했습니다. 원인도 치료법도 딱히 없는 불치의 병이지만 생활에 큰 지장이 없는 병이였지만, 몇개월간 쇼크로 얼얼했습니다. 세계 1%만 걸리는 희귀병이라 더 충격이 컸었구요. 큰 대학병원에서도 딱히 치료를 안 해주고 사진만 주구장창 찍어대니 또 의료 마루타가 된건가 싶어 씁쓸했습니다. 그래도 어쩔 수 없이 가야되는 병원. ㅠㅠ 의학과 의사에 대한 의심은 있지만 거기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내가 좀 불쌍해졌습니다.
저자는 의사로서 의료연구자로서 의학이 우리가 막연히 믿는 것만큼 과학적이거나 첨단을 달리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꾸밈없이 그대로 전달해 줍니다. 4장부터 8장까지 수술을 위주로 비과학적이고 효과의 규칙성을 찾을 수 없는 기술이 계속 행해지고 있음을 말하고 있습니다. 외과 수술은 유일하게 양의에 의지해야 되는 현대엔 조금 공포의 패닉에 빠질 수 있게 만드는 챕터들입니다. 하지만 저처럼 양의에 대한 의심을 가졌음에도 의지하고 있는 사람들에겐, 양의를 선택하고 그 결과를 받아들이는 데 환자도 어느 정도의 책임을 가져야한다는 경각심을 심어주는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