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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을 잃은 반려인을 위한 안내서
켄 돌란-델 베치오.낸시 색스턴-로페즈 지음, 이지애 옮김 / 도서출판 아시아 / 2017년 5월
평점 :
혹독하게 추웠던 작년 겨울에 사건이 터졌습니다. 여름부터 길냥이가 된 아파트 단지내의 길냥이인 여름이가 사라져버렸어요. 어느 여자아이가 기르다가 버렸다는 말이 전해지고 사람을 곧잘 따라 냥이를 좋아하는 모든 사람들이 쓰다듬어 주고 지나치던 아이였죠. 너무 추워 물, 밥을 구하기 힘들까 단지내 여러사람이 암묵적으로 번갈아가며 돌보던 아이가 사라져버려 많은 이들의 마음이 피폐해졌어요. 겨울에 사라져버린 여름이를 읽은 상실감을 다독여주리라 기대감에 읽게 된 책입니다.
길냥이의 상실감도 이렇게 큰 파장으로 남아 있는데, 같이 사는 반려동물이 사라지거나 세상을 떠난다면 어떨까요. 감히 상상이 안됩니다. 그러기에 책은 너무나도 얇고 작고 간략합니다. 장황하지 않으리란 생각에 마음이 편안해 집니다. 몇년 전 재미있게 본 영화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가 떠오르게 하는 제목입니다.
반려동물이 없는 저같은 사람도 펫로스에 살짝 시달릴 정도로 우리 현대인들은 반려동물과 깊이 있는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과거엔 이런 책이 있을거란 생각도 못했는데 펫로스와 관련된 책이 있다는 것은 세상이 참 많이도 변했고 이를 읽고 있는 나도 많이 변했구나 생각했습니다. 반려동물과의 관계가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깊어졌고 그로 인한 펫로스의 깊이도 그만큼 깊어집니다.
작지만 유용한 책입니다. 상냥하고 따뜻하게 느껴지는 -했어요 체로 어감이 친숙한 책이에요. 이 책은 특별히 반려동물과 관련된 감정들을 갈무리하기 위한 생각 혹은 감정 정리를 위주로 하고 있습니다. 마치 그때의 슬픔을 같이 공유하는 상담사와 함께 이야기하고 있는 듯 친숙하고 친밀하며 현실감있는 질문과 그 감정에 대처할 현명한 방향을 제시해 주고 있습니다. 처음 반려동물을 잃고 슬퍼하는 초보에서부터 수십년 여러 반려동물과의 이별로 잔뼈가 굵은 사람들까지 모두 공감할 수 있는 질문과 해결방법으로, 읽기 전에 느꼈던 소소한 잔고민들이 무색하게 읽을 수록 마음이 편안해지는 책입니다.
지난 겨울 무지개 다리를 건넌 것인지 어느 입양자가 데려간 것인지 모를 길냥이 겨울이를 생각하며 읽기 시작했습니다. 가끔 물, 사료를 챙기고 잠자리를 돌봐준 것 뿐 너무도 추웠던 길거리에 집에 살던 겨울이가 견딜 수 있을까 걱정만 했던 것에 죄책감이 강하게 들었던 것이 사실이였습니다. 누구와도 나눌 수 없는 이런 사소하지만 아주 중요한 감정들을 책을 읽으며 한결로 쓸어 가다듬을 수 있어 너무도 좋았습니다. 정리되지 않은 생각만큼 마음을 어지롭히는 것이 정리되지 않은 감정인 듯 합니다. 한번씩 불쑥 튀어나오는 죄책감을 어느 정도 가다듬을 수 있었고 나만이 느끼는 감정이 아니며 그 죄책감과 유감이 정상임을 알게 됨으로서 다른 감정을 차곡차곡 쌓을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할 수 있었습니다.
사람의 감정이 책 하나 읽었다고 바로 변하진 않겠지요. 우리가 참고하고자 할 때 내 곁에 두고 보기 좋은 사이즈로, 읽은 후 그 순간이 왔을 때 되뇔 수 있는 책이 될 거 같습니다. 그리고 반려동물 상실로 인한 마음의 병 뿐 아니라 소소한 우울함도 정리할 수 있을 만큼 감정 정리에 도움을 주는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