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란아 - 상하이에서 큐레이터로 살아가기

상하이에서 큐레이터로 살아가기 - 미술의 도시로 거듭나고 있는 상하이에서 보고 듣고 경험한 미술 이야기
최란아 지음 / 학민사 / 2015년 3월

최란아 - 상하이에서 큐레이터로 살아가기

  상하이와 큐레이터라니 잘 어울리지 않을 거 같은 조합의 제목에 눈길이 갔습니다. 상하이는 중국에서도 거대 도시이자 부자들이 모이는 도시로 알고 있습니다. 얼마전 읽은 <경영의 모험>에서 예술품에 투자하는 것이 세테크에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그러고 보니 비싸고 세테크에 좋을 예술품을 소개해주는 큐레이터가 상하이에 잘 어울린다는 생각도 듭니다. 책은 두툼하고 글자도 적당히 커서 읽기 좋았습니다.  

  정돈되지 않은, 정신없는 에세이지만 색다르고 재미있는 책입니다. 기승전결이 잘 느껴지지 않았고 시간순의 이야기도 아닌, 아주 자유로운 글이여서 처음엔 적응이 잘 되지 않아 자각하지 못했던 또 다른 난독증인가 의심까지 들었습니다. ^^; 하지만 저자에 대한 궁금증과 의외로 많은 일을 해야되는 큐레이터 일에 대한 호기심이 승리를 합니다. 이런 저런 것들로 이야기를 풀어가며 조금씩 궁금증을 해결해 주며 책에 빠져들게 합니다. 큐레이터를 이해하거나 상해를 이해하는 목적만으로 읽기엔 부족할 책이라 느꼈지만 점점 더 많은 것을 알게 해주며 이국적으로만 느껴지던 상해를 스타 작가들과 배고픈 예술가들이 공존하는 예술 도시로 느껴주세 해줍니다. 

  저자는 외국인 남편과 결혼해 상해에서 살게 되면서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이국인들 사이에서 외로움을 느끼고 사람 만나기를 무서워했던 저자는 예술을 사랑하는 친구들을 사귀게 되면서 큐레이터일에 관심을 갖게 됩니다. 전공자도 아니며 경력이 있지도 않은 저자는 오직 예술가 친구들과 함께 예술을 사랑하면서, 인맥을 넓혀가면서 큐레이터일을 하게 되고 사업을 하게 됩니다. 그러면서 겪은 일들과 느낀 점을 자유롭게 얘기하고 있습니다. 

  급속한 현대화로 오염된 상해, 돈 많은 사람들이 몰려 있어 화려한 아파트, 나이트클럽, 고급 승용차가 넘치는 회색빛 도시로만 생각했던 곳을 마치 파리처럼 느끼게 해줍니다. 저자의 개인적인 삶보다는 큐레이터로서의 일과 그 주변의 에피소드들이 단순한 에세이만은 아니였습니다. 창작가들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는 거의 예술가인 저자의 일상은 상해와 큐레이터라는 제목 그대로를 점점 제 안에 흡수시켜주었습니다. 그림을 보며 많은 걸 상상하던 시간들이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저도 한때는 예술가를 꿈꾸기도 했지만 현대미술의 상업성에 질려 관심을 끊은 지 오래되었는데요. 힘들 때마다 보는 '하니와 클로버', '와니와 준하' , '하울의 움직이는 성' 같은 아름다운 영화들은 무의식적으로 저를 예술로 이끌고 있었나봅니다. 돈이 없어도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 젊은 예술가들과 그들이 점점 성공하거나 실패하며 다른 길로 빠지는 이야기들을 읽으며 또다시 예술가들의 삶을 꿈꾸게 해주었습니다.